[Biz Focus] `잘 파는` 기업도 좋지만…`잘 돕는` 기업에 엄지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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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과 비즈니스 성장

제약사 사노피 `초록산타` 활동
15년째 희귀질환 아이들에 희망

코카콜라, 개도국 강 복원 사업
300만명에 안전한 식수 제공

기업, 사회·환경 책임 다할 때
소비자와 함께하는 성장 가능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대부분 종합대학에서 경영학과는 인문사회 계열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입학 성적 커트라인도 가장 높다. 가장 큰 이유는 취업 때문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경영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영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가 사회초년생일 때만 해도 '잘하는 경영'은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정책, 마케팅 전략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환경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며 '지속가능경영' 패러다임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이 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에 기여해 기업가치와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는 경영활동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차원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책임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생하는 길을 모색해야 기업의 생존과 성장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글로벌 제약업체 사노피에서도 '지속가능경영'의 일환으로 사회책임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혹자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큰 비용을 들여 사회책임활동을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기업 이미지 때문이냐'고 묻는 이도 있지만 단순히 좋은 기업 이미지가 목적이라면 사회책임활동은 일회성으로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사노피의 사회책임활동은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이 15년, 평균 8년 동안 유지·운영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책임을 가지고 해야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헌'이 아닌, '책임'이라는 말을 쓴다. 이렇게 장기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지속가능성과 비즈니스의 성장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통합적 가치'라고 생각하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올해 15주년을 맞은 '초록산타'다. 2004년 시작된 '초록산타'는 만성·희귀난치성질환·암 환아 및 청소년, 생존자와 가족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신체적 아픔을 겪는 아이들은 치료 과정과 일상생활에서 정서적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데, 이런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보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시작했다. 2013년에는 '학교' 콘셉트를 접목한 '초록산타 상상학교'를 통해 만성·희귀난치성질환·암 등을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는 아이들이 8~10주 동안 미술, 음악, 영상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청량음료 제조·판매회사인 코카콜라의 경우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없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있을 수 없다'는 일념으로 사용한 물을 지역사회와 자연에 되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전한 식수와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취약한 곳엔 관련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메말라 가는 강 유역을 복원해 지역주민들 삶의 터전을 보존했다. 그 결과 약 300만명의 사람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게 됐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돕는 것이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의 환경·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브랜드 목적과 가치에 대해 내부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자신이 선택한 비영리 환경단체에서 최대 2개월간 풀타임으로 일하며 월급 전액과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친환경적인 자전거, 걷기, 스케이트보드, 카풀을 통해 출퇴근하면서 교통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노피 역시 지속적인 '초록산타' 운영과 지역사회 환원을 위해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가게'와 파트너십을 맺고, 아름다운가게 초록산타매장(서울 강남구청역점)을 설립했다. 또한 '초록산타'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를 적극 유도했다. 2004년부터 사노피 임직원은 바자회를 통해 물품 기부부터 판매까지 십시일반 기금을 모았고, 이는 2011년 아름다운가게 초록산타 매장이 탄생하는 기틀이 됐다.

이렇게 조직 구성원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책임활동은 파트너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 외에도 장기적으로 기업 내부의 실제 이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또한 좋은 인재를 유치한다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인재 영입을 위해 직원 면접을 진행해보면 지속적인 사회책임활동들이 회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하고, 지원하게 하는 주요 동기 중 하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책임활동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이 나타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회책임활동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는 데 많은 도전을 받는다. 따라서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하려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활동이 일치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성과와 사회책임활동을 어떻게 동시에 추구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직원이 많지만, 장기적인 목적이 있으면 직원들이 갖는 자부심도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실적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속가능성과 비즈니스의 성장은 결국 같은 말이다. 조직의 이 같은 '문화'와 '시각'은 장기적인 사회책임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지역사회 등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는 경영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은 공익적 기여를 중시하는 이 시대에 진화하는 경영모델의 촉매라고 믿는다. '지속가능경영'은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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