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中國] 민간 기업에 손 뻗는 중국…공산당-국유기업-민간기업 수직통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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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기업인들을 만날 때면 ‘총경리’라는 직함이 기재된 명함을 종종 받는다. 총경리는 기업 규모와 사업 단위 등에 따라 그 지위와 역할이 제각각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내 부문장이나 계열사 임원급 수준의 권한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민간 기업 소속 총경리 가운데 중국 공산당에서 파견한 인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간 기업을 당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명분으로 보내졌지만 사실상 관리 감독 업무를 담당한다. 이 때문에 민간 기업 오너조차도 당 출신 총경리의 눈치를 보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쓰촨성 청두에서 제조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웨치(가명·52)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사업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당 출신 총경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며 “매년 수익의 일정 부분을 각종 기부금과 경비 명목으로 당에 헌납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 아래서 민간 기업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 중국 회사법에 따르면 조직원 3명 이상인 기업은 공산당원이 의무적으로 당 조직을 사내에 설치하도록 돼 있다. 공산당이 민간 기업의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둔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 당국이 민간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30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와 국가경제무역위원회는 ‘새로운 상장사 관리 준칙’이 발효됐다고 밝혔다. 2002년 1월 처음으로 마련된 상장사 관리 준칙은 16년 만에 신설 조항이 추가돼 개정됐다. 새로운 준칙에는 ‘중국 상장사는 공산당 당장에 따라 당 조직 구성과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반영됐다.

▶中 상장사 내 공산당 설치 의무화

중국 공산당은 민간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반면 국유기업에는 역할론을 강조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9월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유기업인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유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크게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공유제 경제(국유기업 등)와 민영 경제(민간 기업 등)가 동시에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개혁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 주석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국유기업-민간 기업’으로 이어지는 수직 통제 방식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실제 시진핑 정권 들어 공산당 당위원회를 사내에 둔 민간 기업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말 기준 40%에 불과했던 이 비율은 지난해 말 71%로 4년 새 30%포인트 넘게 수직 상승했다.

중국이 자국 민간 기업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주중 독일상공회의소는 성명에서 “중국 공산당이 사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경영 간섭 시도가 계속될 경우 독일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공산당 당위원회가 사내에 설치된 외자기업 수는 10만6000여곳에 이른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 10곳 중 7곳에 당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이 민간 기업에 대한 간섭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시 주석의 공산당 영도 사상과 관련이 있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집권 이후 ‘공산당이 중국 사회의 각 부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산당 영도 사상을 지속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부문에 대한 당의 장악력을 높여 통치의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 영역에서 터져 나오는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8호 (2018.10.10~10.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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