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생생한 고발… ‘미투’ 웹툰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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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피해자 실제사례-증언 담아… ‘예민보스 이리나’ ‘단지2’ 주목
작가가 직접 겪은 실화를 담은 웹툰 ‘예민보스 이리나’(위 그림)와 일반인의 제보를 바탕으로 그린 웹툰 ‘단지’의 두 번째 시리즈 중 한 장면. 저스툰 제공
미투 열풍과 함께 성폭력 피해자들의 실제 증언을 바탕으로 한 웹툰이 주목받고 있다.

웹툰 ‘예민보스 이리나’(이하 ‘이리나’)는 최근 에피소드에서 상습적으로 입맞춤을 하고 술에 취한 주인공을 모텔로 데려가는 록밴드 베이시스트의 행동을 고발했다. 밴드 이름과 밴드 내 역할 등 가해자 묘사 부분은 각색했지만 작가가 직접 겪은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가해자는 현재까지도 동일 업종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리나’의 곤(필명·26) 작가는 만화에서 “의도를 갖고 ‘필름이 끊긴’ 사람을 모텔에 데려간 것은 잘못이다. 거절하지 못한 것과 동의를 한다는 것은 다르다”고 꼬집는다. 이외에도 만화는 초등학생 시절 동네 아저씨에게 당한 성희롱이나 교실에서 직접 목격한 또래 성추행 등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했거나 말할 수 없었던 성폭력에 대해 돌아본다.

2년 전 연재돼 지난해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되기도 했던 웹툰 ‘단지’의 두 번째 시리즈에는 직계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한 소담(가명) 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린 만화가 등장한다. 단지(필명·34)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시즌1과 달리, 시즌2는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공개한 일반 독자의 사연으로 구성했다. 단지 작가는 “시즌1을 연재하며 말 못할 답답함과 억울함을 갖고 있는 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에 시즌2를 구상했다”고 했다.

이 만화들은 웹과 모바일 등에서 유통된다는 점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재 미투 운동과 맥을 같이한다. 곤 작가는 “침묵의 문화 속에서 익명성을 담보하며 피해자 입장에 잘 공감하도록 연출할 수 있는 수단이 만화였다”고 말했다.

이 만화들을 보고 용기 내 온라인으로나마 본인의 피해 경험을 털어놓는 독자도 많다. 댓글에는 “회사 상사를 성희롱으로 내부 고발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어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네가 예뻐서 그래’라며 덮었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그동안 일부 성인 만화에서는 성폭행이나 감금, 성매매 등 성 범죄를 미화하는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돼 왔다. 이달 초에는 여성 검사의 이중생활을 소재로한 웹툰 ‘목줄’에서 서지현 검사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 여러 번 등장해 큰 비난을 받았다. 서 검사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 전 연재를 시작한 해당 웹툰의 주인공 이름은 공교롭게도 ‘서지현’이었다. 논란이 일자 작가는 주인공 이름을 바꿨다.

‘이리나’와 ‘단지’의 작가들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피해자를 향한 2차 피해가 양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곤 작가는 “피해 사실을 만화로 그리며, ‘이게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이 당한 얘기를 직접 하는 게 힘들었다”며 “누가 당했나보다는 진정성 있는 고백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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