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단일팀 北출전선수 '5명→3명' 막판까지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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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1.21. 오후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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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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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북한 선수 22명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北 '단일팀' 내세워 5명 출전 요구…IOC 위원장도 南에 수용 촉구

우리 측 '단일팀 깰 수도 있다' 배수진…진통 끝 3명으로 합의

북한, 쇼트트랙 와일드카드 2장 추가 요구…5개 종목·22명으로 확정

회담 후 악수하는 손 잡은 대표단(로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왼쪽부터), 김일국 북한 체육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장이 기자회견 후 손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20
minor@yna.co.kr


(로잔=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의 요즘 날씨는 흐리거나 비 오거나 중에 하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주재로 남북 대표단이 한자리에 모여 '남북한 올림픽 참가 회의'를 한 20일(현지시간)엔 눈발도 날렸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와 달리 IOC 중재로 대한올림픽위원회·민족올림픽위원회, 남북 정부 고위 인사, 남북한 IOC 위원 등 4자가 모인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회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IOC 평창회의 시작(로잔=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일 오전(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주재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남북한 대표단 등 16명이 참석했다. 2018.1.20
cany9900@yna.co.kr


사전 회의로 안건 조율을 마친 만큼 이날 회의에선 남북 합의를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IOC가 사실상 추인하는 형태로 막을 내렸다.

현지시간 18일 자정 가까운 시간에 로잔에 도착한 우리 대표단은 회의 직후 곧바로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스위스 땅을 밟은 지 만 이틀도 되지 않아 서둘러 서울로 떠났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건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끈 우리 대표단과 김일국 북한 체육상 겸 민족올림픽위원장의 북한 대표단은 19일 IOC와의 개별 회의로 사전 합의를 끝냈다.

이어 20일 바흐 위원장 앞에서 도 장관과 김 체육상이 합의문에 도장을 찍는 것으로 북한의 평창행은 확정됐다.

이미 2년 만에 재개된 남북 고위급 회담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사실상 대부분 합의를 이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IOC 평창회의 남북한 대표단 단체촬영(로잔=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0일 오전(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열린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에 참석한 남북한 대표단이 IOC 관계자들과 회의 전 단체촬영을 했다. 회의에는 남측 8명, 북측 3명, 남북한 IOC 위원을 포함한 IOC 관계자 5명 등 총 16명이 참석했다. 2018.1.20
cany9900@yna.co.kr


그렇다고 모든 일이 순탄하게 풀린 건 아니었다.

올림픽에서 첫 남북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엔트리는 남북과 IOC에 마지막까지 난제였다.

대표단 실무 협상을 참여한 김기홍 평창조직위원회 사무차장은 "아이스하키 출전 선수 5명을 보장하라는 북한과 이를 수용하라는 바흐 위원장에 맞서 우리 대표단은 배수진을 치고 3명으로 제한했다"고 귀띔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 차관급 실무회담에 잇달아 참석해 사안에 정통한 김 사무차장은 이번 '평창회의'에서 IOC에 남북 합의 사안을 설명하고 이견을 조율한 대표단의 핵심 멤버다.

김 사무차장에 따르면, 두 차례 회담을 거쳐 남북은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을 우리 팀(23명)에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단일팀'이라는 명목에 걸맞게 단일팀 참가 선수를 우리 선수의 절반인 12명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IOC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과의 협의로 남북단일팀의 엔트리를 23명에서 35명으로 늘리는 것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문제는 출전 선수 수(數)였다.

북한은 5∼6명의 선수를 출전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바흐 위원장도 이를 수용하라고 우리를 압박했다고 한다.

북한 선수 1∼2명 출전을 예상한 우리 대표단은 그것만은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최악에는 단일팀 논의를 접을 수도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현지시간 19일 오후에 열린 고위급 사전 회담에서 이 문제로 숱하게 회의가 중단됐다고 김 사무차장은 소개했다.

김 사무차장은 "단일팀 구성 취지상 남북이 같은 수의 선수로 팀을 구성하는 게 맞지만,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현실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란 불가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팀 구성에 시일이 촉박하다는 점을 북한에 계속 강조했다"면서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와 전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계속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북한 출전 선수를 3명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고 덧붙였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단일팀을 지휘할 새러 머리 한국대표팀 감독이 합류하는 북한 선수 최대치를 2∼3명을 거론한 만큼 북한 출전 선수를 3명으로 꼭 제한하도록 대표단에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결국,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이 우리 대표팀에 가세하되 북한 선수는 경기에 3명만 출전하는 것으로 남북은 뜻을 모았다.

두 차례 회담까지 선수단의 규모를 4개 종목 선수 20명, 임원(코치 포함) 18명 등 38명으로 얘기하던 북한은 로잔에 오자마자 또 다른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쇼트트랙 선수 2명도 참가하게 해달라는 요구였다. 2014년부터 북한 쇼트트랙과 스키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지원해 온 IOC는 국제빙상연맹(ISU)과의 협의로 쇼트트랙 와일드카드 2장을 추가 배정했다.

이로써 평창에 오는 북한 선수단의 규모는 5개 종목 선수 22명, 임원 24명 등 46명으로 결정됐다.

손 맞잡은 IOC 평창회의 남북 대표(로잔=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부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를 시작하기 전 손을 맞잡고 있다. 2018.1.20
cany9900@yna.co.kr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는 북한 선수들의 실력을 떠나 전 세계 언론의 시선을 끌었다.

4명의 취재진을 파견한 일본 교도통신을 필두로 수많은 일본 취재진이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로잔으로 건너왔다.

중국중앙(CC) TV를 비롯한 중국 언론, AP·로이터 등 세계 4대 통신 등 70∼80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남북 대표단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 호텔, IOC 본부, 역사적인 바흐 위원장의 '평창회의' 성명 발표가 나온 올림픽 박물관을 부지런히 누볐다.

특히 일본 취재진은 김일국 체육상, 장웅 북한 IOC 위원 등 북한 대표단과 우리 대표단이 함께 투숙한 로잔 팰리스 호텔 앞에 아예 진을 치고 이들의 한마디를 듣고자 자리를 뜨지 않았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신통치 않았다.

최종 결정권을 지닌 IOC의 추인을 앞둔 터라 남북 모두 신중할 수밖에 없던 탓이다. 평창회의가 끝난 뒤에야 남북 대표단은 긴장을 풀고 모처럼의 여유를 되찾았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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