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휩쓰는 '갭투자 원정대' 잡을 특별법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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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22. 오전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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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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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올해 집값이 급등했던 충북 청주에는 서울 등에서 버스까지 대절해 내려온 외지 투자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매매가 3억~4억원대 저가 아파트, 갭(매매가와 전세가 차이) 수천만으로 투자할 수 있는 아파트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미분양의 무덤'이었던 청주의 집값을 급등시킨 '갭투자 원정대'의 행태였다.

정부가 이같은 단체 매매나 유명인(인플루언서)들의 집값 올리기, 집값 담합 등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막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거의 방치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한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인플루언서 집값 올리기·버스타고 단체 갭투자 매매 등 금지할 법안 제정 검토


2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버스를 대절해 지방을 돌아다니며 한꺼번에 아파트를 대량 매수하는 단체 매매, 부동산 인플루언서의 자신과 관계된 지역 매매 반복 추천, 아파트 입주민들의 집값 담합 등을 대표적인 부동산 시장 질서 교란행위로 보고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교란행위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값 답합, 거짓정보 유포 등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행위가 증가하고 지능화되고 있지만 지금은 구멍이 많다"며 "이런 교란 행위들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조문화를 어떻게 할지 등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처벌 규정 미비… 집값담합 25%는 시장교란에도 수사 못해




실제 한국감정원 내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에 접수된 집값답합 건 중 25%는 문제가 있어도 수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난 2월 운영 이후 현재까지 신고센터에 접수된 의심행위는 총 1200여건이다. 이 가운데 집값담합 관련 770건 중 종결 사건 138건의 25%(35건)가 시장교란에 해당했지만 수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개업공인중개사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만 집값 담합행위 금지를 조사·처벌할 수 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이밖에 아파트 주민들이 엘리베이터 안내문 등을 통해 몇억원 이하엔 매도하지 않기로 하며 시세를 조정했지만 규정이 없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자신이 투자한 지역을 추천하며 시세 끌어올리기에 나선 경우도 제보가 들어왔지만 법적 미비로 방치됐다.


불법행위 조사인력 단 13명, 자료 확보도 한계… 금융정보 등 접근성 높이는 안 추진돼




인력 부족도 문제다. 지난 2월 국토부 내 조직으로 출범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내 인력은 현재 13명(특별사법경찰관 7명 포함)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한시 조직이라 꾸준히 시장을 감시할 인력이 모자라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자료를 넘겨주지 않아 수사에 한계가 있다. 한국감정원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법무부, 기획재정부, 외교부로부터 △등기부 △가족관계 등록전산정보 △국적 및 외국인 등록 자료 △비사업용 토지 양도차익 신고자료 △실거래가 거짓 신고 사실 세무관서장 확인 자료 △재외국민등록부 등 정보가 부동산 거래가격 검증 조사를 위해 연계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에 허영 의원은 가족관계등록 전산정보자료는 국토부가 공동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금융자산 및 금융거래 자료, 법인 사업자등록 등 자료,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 자료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제공받은 자료를 타인에 누설하거나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 벌칙을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할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 불법 대응 제도·인원 확충 필요성 커져… '부동산감독원' 설치 탄력


전문가들도 부동산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막기 위한 인력 확충 및 제도 보완에 동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 대응반 기능을 확대해 가칭 '부동산감독원'이 출범할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부동산 시세 조정이나 집값 담합 등을 걸러내기 위해 부동산에 한정된 전담 감독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공기관, 총리실 직속 기구 등으로까지 확대하면 너무 조직이 비대해지니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처럼 국토부 내 별도 기구로 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시장 질서를 위해 제도 보완 등은 필요하나 별도 기구 설치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간 정부가 많은 부동산 불법·탈법거래, 불법 건축물 등에 대해 사실상 방관하고 있었다"며 "이런 거래들은 해외에서도 다들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교란 행위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그 방법이 꼭 감독기구여야 하는지는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부동산 정책 컨트롤 타워가 사실상 없다"며 "불법 거래 처벌에 앞서 근본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1주택, 다주택 프레임에서 벗어난 보유세 강화처럼 주택 매매 수익률을 낮추는 등 규칙을 먼저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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