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오줌에 ‘혈뇨’가?…학교검진 소견 받고 깜짝 놀란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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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10. 오후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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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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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도 외상·발열·운동 후 일시 나타나기도…자연 소실

콜라색, 선홍색 등 ‘육안적 혈뇨’는 빠른 진단, 검사 필요
국민일보DB


학생들은 학교에서 소변 검사 등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한다. 건강검진철이 되면 자녀의 오줌에서 혈뇨 소견이 나왔다며 깜짝 놀라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있는 A씨도 그런 경험을 했다. 최근 아이 학교에서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지에 ‘요잠혈 양성’으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도 있어 혹시 영향이 있는 건 아닐지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정밀검사 결과 다행히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아 한시름 놓았지만 걱정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다.

가톨릭의대 대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양은애 교수는 10일 “최근 학교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소변검사에서 혈뇨나 단백뇨의 이상 소견으로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소아에서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는 단백뇨보다 흔하게 발현되지만 다른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예후가 좋아 대부분 치료 없이 자연 소실된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일부분에서는 ‘사구체 신염’ 등 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고 질환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무증상의 현미경적 혈뇨가 지속적으로 발견된다면 적절한 검사와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해도 외상·발열·운동 후 일시 나타나기도
주로 학교 건강검진에서 시행되는 간단한 ‘소변 스틱검사’는 적혈구의 구성 성분인 헤모글로빈이 존재하면 ‘요잠혈 양성’ 반응을 보이고 잠혈이 있다고 판정한다.

하지만 ‘혈뇨’는 정확히 말하면 소변에 헤모글로빈이 아닌 적혈구가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고배율 현미경 검사 당 적혈구가 4~5개 이상 발견될 때 혈뇨가 있다고 판정한다.

혈뇨는 눈으로 보기에 오줌 색깔이 콜라색 또는 선홍색으로 변하는 ‘육안적 혈뇨’, 육안적으로는 색깔이 정상이지만 소변검사에서 적혈구가 확인되는 ‘현미경적 혈뇨’가 있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혈뇨는 증상 없이 현미경상으로만 발견되는 혈뇨이기 때문에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라 할 수 있다.


혈뇨는 신장(콩팥) 같은 상부 요로에서 나오는 사구체성 혈뇨와 요도나 방광 같은 하부 요로에서 나오는 비사구체성 혈뇨로 분류된다. 신장에서 나오는 혈뇨는 양성 가족성 혈뇨, IgA신병증 ,알포트 증후군, 루프스 신염 등 다양한 원인 질환이 있다.

양성 가족성 혈뇨는 주로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를 보이며 부모, 형제 등 가족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후가 좋으나 콩팥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 가능하다.

IgA신병증은 ‘육안적 혈뇨’가 나타날 수 있는데, 감기 걸린 직후 잘 생긴다. IgA는 면역 글로블린(면역물질)이 신장 사구체(노폐물 여과 기능)에 쌓여 사구체신염을 일으키며 일부에서는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돼 투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IgA신병증이 의심되면 콩팥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 후 적절한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알포트 증후군은 난청 등 다른 질환이 동반돼 있고 유전성 질환이므로 가족 중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사구체 기저막 이상으로 혈뇨 또는 단백뇨가 나타나며 남자의 경우 예후가 나빠 20~30대에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된다. 루프스 신염 등 기타 염증 질환은 증상, 혈액 및 콩팥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소아의 하부 요로에서 나오는 혈뇨는 하부 요로 감염이나 오줌으로 칼슘 배출이 많을 때, 요로 결석(돌), 넛크래커 증후군(Nutcracker syndrome·대동맥과 상장간맥동맥 사이에 정맥이 끼이는 현상) 등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성인에서는 요로 종양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건강한 아이에서도 외상, 발열, 운동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저절로 호전된다.

‘육안적 혈뇨’ 있다면 빠른 진단·검사 필요
‘무증상 현미경적 혈뇨’는 응급을 요하는 상태는 아니나 재검사한 소변에서도 혈뇨가 지속된다면 소변 배양검사, 혈액 및 콩팥 초음파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해 감염 유무, 콩팥 기능, 신장의 영상학적 이상 등을 평가해야 한다. 또 혈뇨의 지속 및 악화, 콩팥 기능 저하 등 사구체 신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확진을 위해 신장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필요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육안적 혈뇨가 있다면 혈뇨가 섞인 소변의 색깔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변이 콜라색 또는 와인색이면 콩팥에서 나오는 혈뇨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진단 및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면밀한 진료와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

선홍색일 때는 방광염 등 하부 요로 쪽에서 발생하는 혈뇨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병력 청취, 진찰 및 소변배양 검사를 시행하고 항생제 등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혈뇨 및 단백뇨는 모두 아침 첫 소변으로 검사하는 것을 권장하며 생리 기간 전후에는 현미경적 혈뇨로 검사 결과가 오인될 수 있기 때문에 소변 검사를 피하는 것이 좋다.

양 교수는 “칼슘제를 복용하고 있는 동안에도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배출되면서 현미경적 혈뇨가 나올 수 있으므로 혈뇨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중단하고 재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자 프로필

국민일보 사회부에서 보건의료, 의학, 과학 보도를 맡고 있습니다. 암 등 질병예방, 금연, 자살 예방, 생명 윤리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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