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반도체 패권전쟁... 美 인텔, 파운드리 전격 진출 "亞 주도권 빼앗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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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29. 오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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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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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해 반도체 업계가 살얼음판이다. 삼성전자, TSMC 등 아시아 기업에 뺏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인텔은 지난 3월 23일(현지 시간) 미국, 유럽 파운드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0억달러(약 23조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생산 공장 2곳을 짓겠다고 밝혔다. 공장은 2024년 가동 예정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에서 “인텔이 돌아왔다. 폭발하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연내 미국, 유럽 추가 생산 공장 건설 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 참전한 이유는 뭘까. 2025년 전망치가 1000억달러(약 114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산업에 줄줄이 쓰이면서 국가마다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최근 스마트폰, 자동차, 데이터센터 등 첨단 반도체가 들어가는 산업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반도체 자급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

인텔의 깜짝 발표에 미국 정부, 주요 기업도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기술 혁신과 리더십을 지키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아마존, 시스코시스템스,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이 인텔의 칩 제조 발표를 지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드웨어 연구 인력, 각종 특허를 보유한 IBM과도 연구 협력을 진행한다. 이로써 인텔은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ICT 공룡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게 됐다.

▶200억달러 투자해 美 공장 2곳 짓기로

유럽도 경쟁에 가세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해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놨다. 한때 20%대 중반에 달했던 EU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최근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인텔을 필두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면서 삼성전자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첨단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역시 미국에 120억달러(약 13조75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변수는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과연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70%를 넘는다. 게다가 인텔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7나노 이하 공정에 머무른다. TSMC, 삼성전자가 양산에 성공한 5나노칩 생산까지 격차가 크지만 바이든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 효과를 낼 경우 언제든 아시아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 입장에서는 미국 토종 업체 인텔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향후 미국 ICT 기업 물량을 따내기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텔 기술력이 삼성전자, TSMC에 밀리지만 공격적인 물량 공세에 나서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삼성 입장에서는 반도체 시장 전략을 두고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2호 (2021.03.31~2021.04.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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