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숙소·중대재해 발생’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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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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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월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포천의 한 농가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임시숙소 마련과 의료지원 등 긴급구제를 촉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달 말부터 비닐하우스 등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거나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농·어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도 입국 즉시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되고 보험료 절반을 경감받는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2일 ‘외국인근로자 근로여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2월 경기 포천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간경화로 숨진 채 발견된 캄보디아 출신 속헹씨(31) 사망 후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숙소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다. 지난해 정부 조사에 따르면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의 70%가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등 가설건축물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가 확대된다. 현행법상 이주노동자는 처음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나,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나 계약 만료 시 총 5년의 취업활동 기간 동안 5번까지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휴·폐업이나 부당한 처우 등 노동자 책임이 아닌 경우에는 횟수 제한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실상 사용자의 허가가 있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어 이로 인한 인권 침해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관련 고시를 개정해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을 받지 않는 ‘이주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유’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받았거나 농한기·금어기에 권고퇴사당한 경우가 새로 포함된다. 사용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3개월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질병이 발생했거나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용자가 이주노동자 전용보험(출국만기보험, 임금체불보증보험)과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때도 사업장 변경 사유에 포함된다. 직장동료, 사업주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입었을 때도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긴급 사업장 변경 사유에 들어간다.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 방안도 나왔다. 현재 제조업 공장 등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건강보험 직장가입 적용을 받지만,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농축산·어업 사업장 이주노동자는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건강보험에 지역가입된다. 입국 후 6개월 간 건강보험 무보험 상태에 놓이는데다, 가입하더라도 직장가입자의 2배 수준인 월 12만~14만원의 보험료를 내야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직장가입 적용이 되지 않는 이주노동자는 입국 즉시 지역가입을 적용하고, 농·어촌 지역 건강보험료 경감제도(22%)와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지원사업(28%)을 통해 최대 50%까지 보험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내국인에게만 주던 혜택을 이주노동자에게로 확대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업계 의견을 수용해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에 필요한 준비기간을 주기로 했다. 올해 1월부터 농축산·어업 사업장에서 불법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데, 기존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재고용 허가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숙소 개선 계획과 이주노동자의 기존 숙소 이용 동의를 전제로 9월1일까지 6개월 간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숙소 신축시에는 유예기간을 6개월 더 준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는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어야 인권 침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인 김달성 목사는 “사업장 변경 자유를 전면 허용해야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에게 절대적 권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없다”며 “정부가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땜질식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현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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