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진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에 대해 현직 부장검사가 실명으로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를 찍어내고,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인사다. 가짜 검찰 개혁”이라 비판했다. 정희도(55‧사법연수원 31기) 대검찰청 감찰2과장은 13일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1월 8일자 인사 내용은 충격이었다”며 “인사 절차 역시 법률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를 불과 30분 앞둔 시점에 검찰총장을 불러 의견을 개진하는 것, 인사안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사 의견을 말하라고 하는 것, 이게 과연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추 장관이 검찰청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검찰청법 제34조 1항을 소개했다.
추 장관이 “특별수사단을 설치할 경우 법무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한 데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정 과장은 “특별수사단 설치 시 법무부 장관의 사전승인을 받으라는 지시는, 자칫 잘못하면 법무부 장관 혹은 현 정권이 싫어하는 수사는 못 하게 하겠다는 지시로 읽힐 수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이를 법제화하려면, 반드시 그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견제장치도 도입해주시기 바란다”며 “관련 심의기구를 만들고, 그 심의기구의 3분의 2 동의를 얻어야만 불승인을 할 수 있다는 등의 견제장치”를 예로 들었다.
정 과장은 향후 예정된 중간간부 인사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중앙지검 1~4차장 하마평이 무성하다”며 “만약 그 인사에서도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를 한다면, 장관이 말하는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을 특정 세력에게만 충성하게 만드는 ‘가짜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사건 관련 수사담당자를 찍어내는 등의 불공정한 인사는 ‘정치검사 시즌2’를 양산하고 시곗바늘을 되돌려 다시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과장은 전북대 사대부고를 졸업한 호남 출신으로 이번 정부 들어 창원지검 특수부장과 서울중앙지검 방위산업수사부 부장검사 등을 맡았다.
법원 내 진보 성향의 판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김동진(51·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지난 11일 추미애 장관의 인사를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적 선택에 의하여 정권을 획득한 정치적 권력이 어떤 시점에서 그 힘이 강할지라도 헌법정신과 헌법질서에 의하여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인 규범이 있다”며 “나는 이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하여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적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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