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농업을 보다] 日후지쯔의 모험…'축구장 12배' 스마트농업기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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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1.26. 오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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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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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연합뉴스는 지난 5∼18일 '지속가능한 발전과 농촌건설'이라는 주제로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과 중국 환구시보가 공동주최한 '한중일 3국 합동취재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미래농업 선도 기업의 사례를 보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이와타<일본 시즈오카현>=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일본 시즈오카(�岡)현 이와타(磐田)시에 위치한 '스마트농업기지'.

한적한 농촌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은 농업기지에 가까워지자 카메라 앵글에 한 번에 담기 어려울 만큼 초대형 유리온실과 물탱크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 ICT기업 후지쯔그룹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4월 금융업체 오릭스, 지역 종자업체 마스다채종장 등과 공동 출자해 농업 합작법인 'SAC 이와타'를 설립하고, 이와타에 대규모 스마트농업기지를 조성했다.

전체 부지 면적만 8만5천㎡, 축구장 면적 12배 크기에 달한다.

파프리카, 케일, 토마토 등 완전제어형 유리온실을 비롯해 종자연구하우스, ICT 연구동 등 총 6개 시설로 조성돼 있다.

일본 후지쯔가 세운 초대형 스마트농업기지(이와타<일본 시즈오카현>=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지난 13일 일본 시즈오카(�岡)현 이와타(磐田)시에 위치한 SAC 이와타사(社)의 스마트농업기지 전경. 2017.11.26 shine@yna.co.kr


제조업이 발달한 도시였던 이와타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피해가지 못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역 전반의 경기가 침체됐다.

후지쯔는 이와타가 일본 열도에서 두 번째로 일사량이 많은 지역인 데다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등 대도시와 가까워 물류에 유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당시 전자업계에 농업 진출 바람이 불자 후지쯔도 그룹의 한 부서로 있던 농업 자동화 사업부를 떼어내 합작회사로 출범했다.

지분은 후지쯔가 51%, 오릭스 39%, 마쓰다가 10%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이던 휴대폰 및 반도체 사업을 접은 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후지쯔로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일종의 모험인 셈이다.

지난 13일 찾은 이와타 농업기지의 파프리카 온실에서는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파프리카를 따는 인부들은 대부분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노년층이었지만, 일렬로 늘어선 파프리카 나무 사이사이에 무빙워크처럼 생긴 자동 이동장치가 설치돼 있어 수확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취재진을 안내하던 회사 관계자는 "무균 환경에서 재배되고 있으므로 작물은 절대 만지지 말라"고 연신 당부하기도 했다.

무균·친환경 파프리카 수확(이와타<일본 시즈오카현>=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지난 13일 일본 시즈오카(�岡)현 이와타(磐田)시에 위치한 SAC 이와타사(社)의 파프리카 온실에서 직원이 자동 이동장치에 탄 채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2017.11.26 shine@yna.co.kr


모든 온실에서는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한다.

날씨나 온실 내부 습도, 온도, 영양 상태 등 모든 재배 환경은 실시간 측정돼 컴퓨터 제어 장치를 통해 항상 최적의 상태로 유지된다.

가령 영양분이 부족하면 액체 비료가 자동으로 배합돼 파이프를 통해 작물 뿌리로 공급되고, 여름철 온실 내부 온도가 18도를 넘게 되면 자동으로 창문이 열리거나 냉방 장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강화유리로 제작된 온실은 25년에 한 번꼴로 일본에 몰아친다는 초강력 태풍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게 지어졌다.

수확된 작물은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이 전산화되므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구입 시 식품안전 관련 정보도 손쉽게 추적할 수 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를 시작한 후지쯔는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을 연간 최대 600t씩 생산해 마트 등 유통체인이나 간편식 원료로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사업 초기 재배 과정에서 연구한 작물 데이터와 생산에서 수확·유통까지의 자동화 설비 전체를 하나의 사업 모델로 구축해 보급·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토 카츠토시(伊藤勝敏) SAC 이와타 전무는 "일본의 경우 고령화로 농촌 인력이 급감하고 있으므로 농업 생산방식이 시스템화되지 않으면 유지되기 힘들다"며 "스마트농업은 면적당 생산량이 1.5배 많아지는 등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과거 인식과 달리 이제는 소비자들이 적은 양을 먹더라도 영양가 높은 먹거리를 선호하는 추세이므로 공업형 스마트농업 시장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경재배 중인 채소들(이와타<일본 시즈오카현>=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지난 13일 일본 시즈오카(�岡)현 이와타(磐田)시에 위치한 SAC 이와타사(社)의 스마트 온실 내부 모습.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2017.11.26 shine@yna.co.kr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초기 설비를 갖추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 기업의 대규모 투자 없이는 상용화도 쉽지 않다.

이곳에서 수확한 채소가 일반 노지에서 재배한 작물보다 가격이 비싼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이토 전무는 "한국, 중국보다 일본의 인건비나 시설비가 비싸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라면서도 "일반 채소는 자연재해 등으로 가격 변동 폭이 매우 크지만, 스마트 온실에서는 1년 내내 안정적인 재배가 가능하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항상 일정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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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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