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6개월여 간의 네이버 스타에디터2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왔네요. 게임 분야의 스타에디터로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멜로요우는 단순한 게임 리뷰보다는, 게임계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다양한 부분으로 접근을 해보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옛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는 콘텐츠들이 더욱더 애착이 가요. 이번엔 추억의 게임들 최종편 느낌으로, 멜로요우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해왔던 게임들을 소개해보려 해요.
"희(喜)"
나를 기쁘게 했던 게임
징기스칸4
(내 첫 컴퓨터의 게임)
어린 시절 사촌 형들이 쓰던 콘솔 게임기(재믹스)나 컴퓨터(386)를 물려받아서 써왔던 제게 1998년은 역사적인 날이었죠. 꿈에 그리던 진정한 제 첫 컴퓨터(세진 세종대왕98)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무려 펜티엄2!!
더욱더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부모님이 사주셨지만, 철이 없던 저는 당시 서비스로 받았던 게임에만 몰두했었답니다. 그건 바로 KOEI '징기스칸4' 중국을 무대로 한 삼국지와는 스케일이 다른, 유라시아 무대의 역사적 왕조들을 경영할 수 있었는데요.
징기스칸이 되어 세계를 정복한다던가, 비잔틴제국의 황제가 되어 로마 제국을 재건한다던가 하는 경험들은 짜릿함과 함께 세계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물론, 성적은 반비례;) 부모님을 실망시킨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내 첫 컴퓨터의 게임으로 특별한 애착이 가네요.
고인돌
(내 첫 PC게임)
인텔 펜티엄 이전엔, X86으로(286~586) 컴퓨터 세대를 구분 짓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제가 첫 경험했던 컴퓨터는 흑백의 모니터에 커다란 5.25인치 플로피디스크의 MS-DOS로 부팅하던 286컴퓨터였답니다.
당시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286컴퓨터는 사실 지금의 컴퓨터라는 개념보다는, 게임기의 성격에 가까웠었는데요. 이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은 '페르시아의 왕자'나 '너구리'를 많이들 기억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저의 첫 PC게임은 바로 TITUS의 '고인돌'이었답니다.
친척 집에서 제 순번이 돌아와해보았던 고인돌은, 지금 생각하면 흑백 화면에 투박한 사운드에 평범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지만, 시커먼 모니터에서 전자화된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답니다. 이 게임 때문에 키보드의 스페이스바가 남아나질 못 했었죠.ㅋ
슈퍼마리오 브라더스1
(내 첫 콘솔게임)
국민학교 1학년 시절, 동네 친구가 어느 날 저를 거만한 표정으로 집으로 초대했었답니다. "이게 가재잡이 보다 훨씬 재밌어!", 배신감에 분노한 저는 일단 한번 대체 뭐길래 하는 심정으로 친구 집에 갔었다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현대전자의 컴보이(NES의 한국수입판)를 볼 수 있었죠.
그리고 그곳에서 불세출의 명작 '슈퍼마리오 브라더스1'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지금 해도 재밌는 게임이 당시엔 얼마나 재밌었을까요? 컴보이 콘솔 자체, 컨트롤러, 카트리지 팩 이 모든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는데요.
'뜨드 뜨 뜨드 뜨~♬' 전설적인 BGM과 함께 시작되며, 콘솔 컨트롤러로 점프 점프~ 달리기하는 슈퍼마리오는 제게 정말 신선한 기쁨을 주었답니다. 실제로 키가 커지는 버섯이 있다고 믿고서, 어머니를 졸랐던 기억도 나네요. 문제는, 지금까지도 2스테이지만 깰 줄 안다는... 내겐 너무 어려워ㅠㅠ
'로(怒)'
나를 화나게 했던 게임
파랜드 택틱스3
(키보드와 마우스가...)
얼마 전 버그로 악명 높았던 게임의 주인공으로 소개한 바도 있었던, 세이브 포인트 시스템과 튕김 버그로 유명한 게임이죠. 애초에 게임을 살 때부터, 명작 RPG게임인 '파랜드 택틱스2'의 후속작인 줄 알고 샀었는데, 그건 유통사의 농간이었었죠.
이런저런 이유로 기존의 파랜드 택틱스 팬들에겐 혹평을 받았던 게임이지만, 전 오히려 파랜드 택틱스3가 더 재밌게 느껴졌었어요. 고퀄리티의 성우 녹음, 화려한 마법, 부드러운 그래픽/일러, 흥미진진한 스토리, 높은 자유도 등등.. 하지만!!
특정 지점에서만 세이브를 할 수 있는 시스템과 불안정한 완성도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죠. 기나긴 전투를 지나 세이브 직전에 튕겨버릴 때의 분노는.. 그것도 수차례 반복!! 결국 저는 폭발했고, 키보드와 마우스는 명을 달리하고 말았답니다; 그럼에도 끝내 엔딩을 봤었죠. -_-V (패치의 존재도 몰랐던...)
포트리스2
(나 빼고 다 괴수여...)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PC방 시대의 문을 활짝 연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 하지만 한때, 스타크래프트의 점유율을 위협했던 국산 게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CCR '포트리스2' PC방과 컴퓨터학원 학교의 컴퓨터실까지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었죠.
개성 있는 탱크 캐릭터들로 하는 포격전 온라인 게임이었는데요. 쉽고 단순한 조작과 지금 들어도 멋진 BGM, 스릴 넘치는 게임성, 특유의 계급 시스템, 활발한 커뮤니티(포앤:포트리스 애인), 재밌는 맵(스카이, 밸리, 스핑크스)등 으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매력을 갖춘 게임이지만...
한번 쐈던 게이지대로 맞추질 못하던가, 내 턴이 돌아오기 전에 죽는다던가, 아이템을 쓰려고 하면 회오리 방해물이 생긴다던가, 내게 불리한 바람이 바뀌질 않는다던가 등등 이래저래 화를 많이 냈었어요. 첫 턴 시작하자마자 더블샷을 정통으로 맞추는 유저들을 보며, 경악했던 기억이 나네요;
CCR ~ 왜 랜덤전 하면 나한테는 왜 한 번도, 단 한 번도 슈탱을 안 줬던 거야?!
아발론 온라인
(내가 그렇게 캐리를 했건만...)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이 AOS장르를 점령하기 전, 위메이드에서는 '아발론 온라인'이라는 토종 AOS게임을 야심 차게 내놨었는데요. 초창기 적극적으로 스폰서 및 마케팅에 열을 올리며, 꽤나 인기를 끌었었답니다. 비록, 운영이 따르지 못해 LOL의 시작과 함께 얼마 못가 서비스를 종료했지만요.
유료 아이템과 밸런스, 어려운 게임 플레이 등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시스템 자체는 좋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발론 온라인의 베타 때부터 시작했던, 저는 실력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터줏대감으로 알만한 사람들은 알아보는 아이디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서당 개도 삼년이면 풍월~
단체 게임의 특성상 내가 잘해도 팀이 질 때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아마 LOL 유저시라면 공감하실 텐데, 당시, 철이 없었던 저는 이런 상황을 이따금 참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내가 이만큼 캐리 했는데!!" 나중에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반성을 합니다.
'애(哀)'
나를 슬프게 했던 게임
창세기전3
(감동으로 벅차오르는 감정)
국산 패키지 PC게임 최고의 명작 시리즈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소프트맥스 창세기전 시리즈의 대단원 '창세기전3 파트1/파트2'는 아직까지도 여러모로 회자되는 작품인데요. 초호화 성우진과 일러스트, 방대한 세계관과 탄탄한 스토리, 참신한 시스템, 멋진 BGM 등으로 게임에 대한 몰입감이 대단했었죠.
창세기전3는 게임의 완성도적인 측면에서 분명 아쉬움이 남았었지만, 모든 창세기전 시리즈의 세계관의 배경이자 완결이 되는 치밀한 스토리가 정말 인상 깊었는데요. 저는 한 편의 장편SF소설 속 주인공으로서, 그 운명의 무게를 눈과 귀와 손으로 생생히 체험할 수 있었답니다.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주인공 살라딘과 연인 셰라자드의 비극적인 운명은 결국 창세기전의 뫼비우스의 우주 세계관을 완결시키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요. 유난히 긴 플레이타임 끝의 감동적인 마지막 엔딩 영상 속 "당신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대사가 들리는 순간, 가슴을 뜨겁게 울렸던 전율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댓 드래곤 캔서
(세상을 떠날 아이를 위해...)
어느 날 매주 일요일 오전을 책임지는 MBC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게임에 관한 감동적인 에피소드 하나가 소개되었었는데요. 라이언 그린과 에이미 그린 부부가 개발한 인디 어드벤처 게임인 '댓 드래곤 캔서(That Dragon, Cancer)'에 관한 특별한 사연이었죠.
그린 부부는 생후 12개월 만에 악성 종양 판정으로 4개월의 시한부 생의 판정을 받고서, 암 투병을 하는 아들 조엘을 위해 게임을 만들기로 했는데요. 조엘이 암과 싸우는 모습을 마치 용과 싸우는 것처럼 묘사하며, 조엘과의 소중한 실제의 추억들을 모두 게임 속에 담아내었답니다.
게임은 감각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흘러가는데요. 게임 자체로서 재미있다고 말하기엔 힘들지만, 구석구석에서 느낄 수 있는 부모의 애절한 마음들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한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조엘은 게임이 채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답니다. 모니터 속의 한 장면 한 장면, 하나하나가 이토록 소중한 게임이 또 있을까요?!
나는 게임의 잠재력이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것 외에,
인간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Carolyn Petit. GameSpot.com
이코
(감성적인 판타지판 소나기)
PS2 액션 어드벤처 게임 '이코'는 전문가들과 유저들의 호평과 수상 경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 했던 숨겨진 명작인데요.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래픽과 액션이 아닌 감수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과 잔잔하면서도 감각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 게임이랍니다.
화려한 그래픽과 화끈한 액션이 왕도로 여겨지던 2000년대 초반,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춘 '이코'의 시도는 상당히 이색적이었죠. 스토리는 제물로 바쳐진 안개의 성에서 우연히 깨어난 소년 이코가, 검은 마녀를 피해 정체불명의 소녀 요르다를 구해내 탈출하는 이야기로,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치밀한 게임 내의 세계관이 흥미진진했었어요.
'이코'는 대사와 행동, 장면 하나하나의 숨은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춘 게임인데요. 소설 '소나기'가 그러하듯이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애정이 주는 감동과, 반전이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의 몰입감은 대단하답니다. 대단원의 순간에 펼쳐지는 숨 막히는 작별과 재회의 장면들은, 10년이 훌쩍 지난 아직까지도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네요.
'락(樂)'
나를 즐겁게 했던 게임
마비노기
(판타지의 낭만이 있던 게임)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니지로 첫 MMORPG게임의 개념을 정립했었던 시절, 저의 첫 MMORPG게임은 전투보다는 판타지 라이프를 테마로 삼았던 '마비노기'였었는데요. 저는 마비노기를 이렇게 한 마디로 정의하고 싶어요. "판타지 세계의 낭만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귀엽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카툰렌더링 기법의 그래픽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흥미로운 스토리, 다양한 판타지 생활 스킬(낚시, 요리, 방직, 농사 등),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거나, 판타지 세상을 여행하거나, 무도회에 참석하거나, 결혼을 하거나, 보물을 찾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하는 등등
정말 판타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던 게임이었는데요. 특히, 운치 있는 장소에 모여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연주도 즐길 때의 기억들은 아직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지금은 비록 초창기의 분위기와 많이 달라진 마비노기이지만, 여전히 애틋한 향수를 자극하며 마음속 고향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답니다.
대항해시대3
(대항해시대史 주인공이 되다)
KOEI의 3대 게임 시리즈(신장의 야망, 삼국지, 대항해시대) 중 하나로, 가장 많은 시간 플레이했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대항해시대'시리즈를 꼽을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제게 하나를 선택하라면, 단연 '대항해시대3'랍니다.
스토리가 배제된 무한에 가까운 높은 자유도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지만, 그만큼 충실한 역사 배경 재현과 대항해시대의 모토인 탐험을 그야말로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데요.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와 같은 위대한 항해가와 경쟁을 하며 세계의 바다를 탐험하는 경험은 정말 짜릿했죠.
바벨탑 같은 역사 유적지 탐험, 무대륙 같은 전설의 추적, 향신료 무역, 신대륙 항로 개척, 세계 일주, 바다괴물과의 등장, 레콘키스타 같은 역사적 이벤트, 해적과의 전투 등등 대항해시대의 주인공으로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 덕분에 세계 지리와 역사/전설의 기본적인 지식을 덤으로 습득할 수 있었죠.
소닉2
(쫓아만 가도 재밌었던 게임)
어린 시절 '소닉1'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어마어마한 스피드에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 되었는데요. 하지만 당시, 소닉의 스피드는 주체할 수 없었고 너무나 어려웠던 게임으로 저를 좌절케 했었답니다. 하지만 '소닉2'가 나오는 순간 저의 고민은 단번에 해결되었죠.
왜냐하면 소닉의 영원한 파트너 '테일즈'가 등장했기 때문이죠. 당시 삼성의 슈퍼 겜보이(SEGA 메가 드라이브) 1p로는 소닉을, 2p로는 테일즈를 조종할 수 있었는데요. 게임 진행에 대한 주도권은 전적으로 소닉에게 있었고, 테일즈는 그저 조력자로서 쫓아가며 도우는 역할만 했었답니다.
이 때문에, 테일즈 플레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오히려 클리어에 대한 부담 없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즐겁게 했었던 것 같아요. 앞서가는 친척 형의 소닉에 뒤처져 번번이 꼬리 프로펠러 비행으로 쫓아갔지만, 그것조차 저만의 작은 즐거움이었죠. 그나저나, 테일즈가 남자라는 사실.. 여러분 알고 계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