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와 함께 폭사한다는 주민 생길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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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2.03.09. 오전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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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8일 철조망이 둘러쳐진 공사현장 앞에서 반대 구호를 외치며 농성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ㆍ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많이 아프죠. 그러나 구럼비 해안에 몇 번 화약을 터뜨렸다고 해서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뜻을 꺾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발파작업을 할 때마다 싸울 것이고,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8일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55·사진)의 목소리는 완전히 쉬어 있었다. 며칠째 경찰과 대치하면서 항의하느라 소리를 너무 질렀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었지만 강 회장은 “마치 구럼비가 완전히 파괴된 것처럼 정부가 말하는데 아직도 구럼비는 살아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해군기지는 국책사업을 빙자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말했다. 국책사업은 국민을 풍족하게 해주고 나라를 살찌우는 일인데, 아름다웠던 마을을 없애버리고 주민을 떠나보내는 해군기지가 국책사업일 수 없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정부가 제주도의 공사중단 요청까지 거부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제주도와 도민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패라고 규정했다. 구럼비를 보전할 가치 없는 흔해 빠진 돌덩이로 규정한 국방부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강 회장은 “구럼비는 450년 설촌 역사를 가진 강정마을의 상징”이라며 “구럼비 앞바다는 유네스코 3관왕으로 아주 중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손들에게나 제주도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보석과 같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해군기지 문제는 국회가 나서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7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규정한 해군기지 부대조건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국회를 무시하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만큼 국회가 정신을 차리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마을주민들의 건강과 혹시나 있을지 모를 사태를 걱정했다. 그는 “5년 동안 반대투쟁을 하면서 마을주민 상당수가 우울증에 빠졌다”며 “구럼비 발파가 계속되면 일부 주민이 구럼비와 같이 폭사하겠다고 일을 저지를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벌써 연행자 수가 350명을 웃돌고 있고, 주민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액수도 수억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강 회장 역시 현재 집행유예 상태다. 벌금 1000만원도 물었다.

강 회장은 “그래도 강정마을은 비폭력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며 “공사가 강행될수록 저항의 강도도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 | 강홍균 기자 khk505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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