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때문에 공공재개발 못해?..성난 주민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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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10.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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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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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관련 도시재생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대상이 된 뉴타운 해제지역 등의 경우 워낙 낙후된 터라 도시재생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기존 도시재생사업을 뒤엎고 공공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느냐는 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에 재개발도 포함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연기된 공공재개발 공모… 도시재생사업지, 공공재개발 사업 대상 포함 여부 미정탓


공공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결성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모습/사진= 창신동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10일 국토교통부, 서울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번 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선정을 위한 공모를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공모 개시 시점이 다음 주쯤으로 미뤄지게 됐다.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연기 이유는 '관계기관 협의 및 내부 검토 필요'다.

여기서 필요하다는 협의와 내부 검토는 도시재생사업에 관한 건이다. 8·4대책에서 정부는 공공재개발 대상지를 기존 정비사업구역뿐 아니라 뉴타운 해제 지역까지 포함시켰다. 그런데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동 등의 경우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포함돼 하수관 정비 등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공공재개발사업 같은 도시재생 인정사업을 시행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주민들 반발 "도시재생으로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 효과 미미, 공공재개발 추진 원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인 서울 창신동에서 도시재생 반대, 공공재개발 추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사진= 창신동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 시각이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도시재생사업만으로는 열악한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게다가 주변 다른 재개발 지역은 아파트로 개발되고 주거환경이 좋아진 데다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큰 이익을 얻은 반면 뉴타운 해제 지역 등 주민들은 그렇지 못하면서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다.

김신겸 창신동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주민들은 심하게 낙후된 지역의 개선을 위해 공공재개발을 원하는데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묶여 있다는 이유로 재개발이 계속 불가능하다면 이 기준이 타당한 것이냐, 오히려 역차별당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도시재생은 주민들 대다수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지만 공공재개발은 벌써 600여명의 주민들이 찬성한다는 서명을 보냈다"며 "골목길이 너무 좁고 정화조마저 없는 집도 있는데, 이런 주거환경은 재개발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재개발도 도시재생의 일부, 주민 뜻에 따라야"… 국토부, 서울시와 협의 계획


창신동 모습/사진= 창신동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전문가들은 도시재생과 재개발을 대치되는 것이 아닌 함께 가는 개념이기에 공무원들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타운 해제지역 중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진 곳들이 많은데, 주민들의 뜻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백준 J&K 도시정비 대표는 "원래 도시재생법에 보면 도시재생사업 범주 안에 재개발 정비사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도시재생과 재개발 사업을 대립시키지 않고 포괄적으로 볼 수 있다"며 "사업 추진 여부는 인허가청의 결단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시재생과 마찬가지로 공공재개발도 정부의 주요 시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노후조건을 충족한 곳은 재개발 지정 절차가 조례로도 보장돼 있어서 주민 동의율이 60%가 넘으면 재개발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재생 안에 재개발 사업도 지원할 수 있어 도시재생사업을 하면 공공재개발을 못 한다는 법은 없다"며 "서울시와 협의해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선정 기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당초 5·6 공급대책에서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1~2곳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시행자 지정 기준 500가구, 2022년까지 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이후 서울 강북지역 위주로 수요가 많아지면서 3~4곳으로 선정 후보지 수를 늘렸다. 연내 시범사업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동작구 흑석2구역, 성북구 성북1구역, 영등포구 양평14구역 등 3곳이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고 20여곳에서 사업 추진을 문의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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