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비키니 위문공연이라니’ 육군 사과에도 여론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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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8.21. 오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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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4일 안양 예하부대에서 선정적인 공연 논란 확산

육군 수방사 “사과 말씀드린다” 입장 밝혔지만 비판 계속

“‘성상품화’로 가득찬 군대위문공연 폐지해달라” 국민청원도



위문공연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 출처 : 국방홍보원.
최근 경기도 안양의 한 육군부대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피트니스 모델들을 동원해 선정적인 군 위문공연을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성상품화를 조장하는 군 위문공연을 폐지해달라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성상품화로 가득찬 군대 위문공연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은 21일 오전 11시 현재 1만6000명의 청원동의를 받았다. 청원 게시자는 “여성을 사람으로 보는 건지 그저 진열대의 상품으로 보는 건지 기괴할 따름”이라며 “군인을 위한 여성의 헐벗은 위문공연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같은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3만7456명의 청원을 받은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 갈무리
이번 논란은 지난 15일 유튜브에 올라온 군부대 위문공연 영상으로 인해 불거졌다. 해당 영상에는 피트니스 모델들이 비키니 수영복만 입고 외설적인 춤을 추는 공연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영상에는 “이게 지금 2018년 공연 맞나요? 정말 충격적이네요”, “진짜 상식 밖이다”, “진짜 기괴하다”, “저런 문화 역겹다”, “성상품화 너무 심각하네요” 등과 같은 비판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논란이 확산하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는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문을 냈다. 육군은 지난 17일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를 통해 “14일 안양 소재 예하부대에서 ‘외부단체 공연’이 있었고, 이 공연은 민간단체에서 주최하고 후원한 것으로 부대 측에서는 공원 인원과 내용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없었다”면서도 “이번 공연으로 인해 ‘성상품화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방사의 입장문을 보면, 당시 위문공연은 피트니스 모델의 공연뿐만 아니라 가야금 연주, 마술공연, 노래 등으로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수방사는 “향후 외부단체에서 지원하는 공연의 경우에도 상급부대 차원에서 사전에 확인해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군 위문공연의 선정성 논란은 위문공연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지속해왔다. 당장 ‘군 위문공연’으로 검색하면 ‘섹시 걸그룹’ 제목을 달거나 여성 가수의 몸을 클로즈업한 선정적인 영상이 나온다. 한 인터넷 언론사는 ‘군인 위문공연 레전드 영상 11선’이라며 여성 신체의 특정 부분만 강조하는 노골적인 영상을 모아서 제공하고 있다. 군 위문 프로그램이었던 <우정의 무대>를 35년 동안 진행했던 이상용씨는 2013년 제이티비시(JTBC) ‘뉴스콘서트’에 출연해 “사실 방송에 나가지 않는 2부 무대에서는 스트립쇼보다 더 야한 걸 한다”며 “이것 때문에 군인들이 집합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위문공연에서 벌어지는 성상품화나 성적대상화는 사람을 ‘인격을 지닌 존재’가 아닌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체가 ‘볼거리’로 여겨질 때 성을 매개로 하는 착취적인 권력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선옥 원광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원은 ‘대중문화의 성상품화와 인권’(2003년) 논문에서 “여성의 성상품화는 여성을 대상화하여 피해자로 만들어낸다는 것만이 아니라 몸에 대한 표현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 권력관계의 토대가 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성상품화로 만들어진 위계는) 인간의 몸에 대한 폭력적인 지배 가능성을 만들어낸다”고 짚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당 유튜브 채널은 같은 여성들이 등장하는 선정적인 공연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갑론을박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성적 대상화를 안 하면 사랑은 어떻게 하고 다음 세대는 어떻게 생겨난다는 건지”, “군인들 고생한다고 먼 곳에서 와서 힘내라고 해준 걸로 보인다”, “군인이 힘든데 좀 즐기면 안 되냐” 등과 같이 성상품화나 성적대상화 개념을 고려하지 않는 반응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에 또 다른 누리꾼들은 “벗은 여자가 없으면 위문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오히려) 남자를 욕보이는 것”, “그저 위문‘공연’일 뿐이면 굳이 다 벗고 나와야 하나. (성상품화가) 너무 당연해져서 이게 성상품화인지도 구별이 안가는 것 같다”, “위문한답시고 여성의 몸을 ‘제공’하는 게 뭐가 잘못됐는지 정말 모르는 건가. 역겹다”고 반박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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