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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분노의 사회, 배려의 성품으로 치유할 수 있다
작성일
2015-08-04
작성자
문화재청
조회수
6617

분노의 사회, 배려의 성품으로 치유할 수 있다.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다투거나 심지어 방화와 살인까지 범하는 현상들이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상담 건수가 2012년(7,021건)에 비해 2013년(1만 5455건)과 2014년(1만 6370건)에 급증하여 2년 새 두 배 이상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문제뿐이 아니다. 주차문제 또한 이웃 사이의 주요 갈등요인들 가운데 하나다. 좁은 골목길에서의 주차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홧김에 흉기로 이웃을 살해하는가 하면, 주차단속에 불만을 품고 포클레인을 몰아 파출소를 부순 사례도 있다. 이런 현상들의 밑바닥에는 서로 공감하지 못한 채 분노를 폭발해버리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있다. 층간소음 주차시비 등으로 폭행과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위협만 주려다가 화를 참지 못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한다. 결국 이웃을 배려하여 작은 손해나 희생도 감수하지 못하고, 상대를 용서하기보다는 순간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여 일어난 사건들이다.

 

분노를 부르는 현대사회

심리학자 프랭크 미너스Frank minirth 박사는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될 때 분노가 폭발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치가 무시당하거나 자기보전 욕구가 박탈당할 때 느끼는 감정이 분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작은 일에 쉽게 분노할까? 여기에는 무엇보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그 이면에 깔려 있는데, 가령 사회의 발전 속도에 비해 자신은 정체하고 있다는 박탈감과 승자 독식의 사회 질 서, 경제구조의 양극화로 인한 불안감 등이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이런 현대사회의 부정적 감정들이 축적되어 분노의 앙금을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분노가 특별한 사건과 만나 자극을 받으면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하게 된다.

분노가 폭발하는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공감인지능력이다. 공감인지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기본적인 정서, 즉 고통과 기쁨,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능력으로 동정이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정서적 충격을 감소시켜주는 능력(이영숙,2005)’이다. 즉 공감인지능력이 낮으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자신의 감정만 우선시함으로써 분노를 표출하기가 쉬워진다.

01.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서 타기, 우측보행, 교통약자에게 자리 양보, 성범죄 예방 등 배려를 통한 교통문화 제고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콘텐츠 02. 올해 초 재개장한 장충체육관에 마련되어 있는 장애인 배려석. ⓒ연합콘텐츠 03. 지난 7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인성교육 심포지엄’에서 이영숙 박사(사단법인 한국성품협회 대표)가 배려의 성품 등 좋은 성품을 계발시키는 인성교육의 가치와 방법에 대 해 강연하고 있 다. ⓒ좋은나무성품학교

그런데 현대인들은 바쁘고 피로에 지친 ‘소진증후군’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라 공감인지능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며, 핵가족화와 개인주의 문화로 정서적 교류의 기회가 줄어듦에 따라 공감인지능력을 계발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한국인의 독특한 성품도 한몫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우리 문화 역시 무분별한 분노 표출의 원인이다. 한국인의 문화적, 정서적 특성에 맞는 인성교육을 연구하다보면 한국인의 성품에 영향을 준 한국문화의 배경에 덕德의 영향이 컸음을 알 수 있다.

본래 덕이란 인간관계에서의 ‘감정’에 기인한다. 가령 인仁이라는 덕은 막연한 도덕관념이 아니라 ‘나와 너’라는 구체적인 관계에서 ‘타인에 대한 사랑과 이해’와 같은 감정에 기반 하고 있다.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거나 ‘어진 사람은 자기가 서고자 할 때 다른 사람부터 세워주며, 자신이 이루고자 할 때는 다른 사람부터 이루게 한다’는 구절을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런 ‘덕’이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제도화의 과정을 거쳐 ‘도덕적 의무’로 발전하게 되고, 구체적인 인간관계에서 사용하는 일상적 언어가 아닌 추상적이고 위계적인 개념으로 변질됐다. 그러면서 사람 사이에 의무적으로 행해야 할 도덕적 측면이 강조됐다. 이런 역기능적인 영향을 받아 한국인들의 성품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전달하고 표현하는‘일상적인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특징을 형성했다. 유독 한국인들이 부정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해소하는 데 힘들어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04.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들이 7호선 열차 안에서 임신부들 등 교통 약자를 배려한 철도 이용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콘텐츠

 

성품교육이 근본적 해결책

분노를 축적한 사회, 공감인지능력의 부족, 부정적 감정을 잘 해소하지 못하는 한국문화 등 우리 사회를 분노의 사회로 몰아가는 오늘의 현상을 바로잡으려면 무엇보다 좋은 성품의 회복, 특히 ‘배려의 성품’을 회복해야 한다. 배려의 성품이란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보살펴 주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다. 특히 진정한 배려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배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배려配慮라는 한자의 의미는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다. 생각을 나누려면 먼저 자신에게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어느 정도 있어야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채울 수 있다. 자기 배려가 있어야 타인도 배려할 수 있다.

또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채우려면 ‘기쁨의 성품’이 필요하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즐거워하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 기쁨이다. 기쁨의 성품으로 높은 자존감을 소유한 사람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마련이고, 자기 자신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배려의 성품’을 갖게 된다.

공감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상대방의 생각, 감정,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수록 상대방을 배려하게 되는데, 다음 세 가지 훈련을 통해 그 능력을 배울 수 있다. 상대방의 말에 경청하기, 상대방의 말투나 표정을 보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감수성 강화하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훈련하기 등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의 언행뿐 아니라 숨겨진 생각과 감정에 귀기울이다보면 자연스럽게 공감인지능력이 향상된다.

임산부먼저 로고

 

‘TAPE 요법’을 아세요?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관계 맺기의 비밀-TAPE 요법’등이 그 구체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TAPE 요법’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올바르게 잘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면 타인을 위한 배려의 성품을 회복할 수 있다.

‘관계 맺기의 비밀-TAPE 요법’은 관계의 막힌 담을 헐어내고 깨진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관계회복 요법으로 ‘감사하기(Thank you)-용서 구하기(Apologize)-요청하기(Please)-내 마음 표현하기(Express)’ 등 4단계 과정을 거쳐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이다.

05. 한 40대 남성이 평소 주차 시비로 다툼을 벌였던 이웃집 자매를 살해한 사건 현장. ⓒ연합콘텐츠 06. 2013년 5월 인천에서 일어난 화재사건 현장.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던 집주인이 세입자 집에 불을 질 러 2명을 숨지게 한 사건으로, 최근 층간소음, 주차문제 등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이 급증하고 있다. ⓒ연합콘텐츠

‘감사하기(Thank you)’는 상대방에게 감사를 표현함으로써 마음을 여는 단계다. 감사란 ‘다른 사람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인정하고 말과 행동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이다. 층간소음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가정하자. 이때 감사의 성품이 작동하면 이웃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저는 아랫집 사는 이웃입니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사는 이웃을 만나게 돼서 참 감사하네요.” 이런 표현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것은물론 상대방의 마음까지 여는 효과가 있다.

그 다음 ‘용서 구하기(Apologize)’ 단계는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나 언행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을 표현하는 단계로 가령 이런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 “제가 지난달에 이사 오자마자 먼저 찾아뵙고 이사 소음 때문에 힘드시지 않았는지 여쭸어야 하는데 이제야 인사드리네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먼저 돌아보고 용서를 구하면 상대방의 마음도 한결 누그러진다.

그 다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요청하는 ‘요청하기(Please)’ 단계이다.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으니 좀 조용히 해주세요” 하고 불평불만 섞인 요청을 하게 되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대신 “저희 아이가 고등학생이라서 밤에는 좀 예민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자는 방에 소음방지매트를 두껍게 깔아줄 수 있으세요?” 하고 긍정적으로 요청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내 마음 표현하기(Express)’는 거짓 없이 감정을 솔직하 게 표현하는 단계이다. 감정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친밀한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렇게 말해보자. “저희 아이들도 어릴때 참 많이 뛰어 다니더라고요. 뛰지 말라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더 크면 집에서 조용히 쉴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소음을 조금만 줄여주시길 부탁드려요.”

이처럼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적 차원에서 분노를 조절하고 관리 하려는 노력이 사회적인 노력과 동시에 필요하다. 즉 성품교육을 통한 배려심의 배양이야말로 그 핵심적인 노력인 셈이다.

 

※ 참고문헌
[한국형 12성품교육론], 이영숙, 도서출판 좋은나무성품학교, 2014
[성품 ON], 이영숙, 도서출판 좋은나무성품학교, 2014
[The Anger Trap], Les Carter & Frank Minirth, Jossey-Bass, 2004
[논어 품질경영], 박재흥,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7

 

글. 이영숙 ((사)한국성품협회 대표, 건양대학교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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