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구별팁

방어와 부시리의 쉬운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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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22. 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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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와 부시리의 쉬운 구별 

 


거제도에서 맛본 물회

사진은 거제도 어느 식당에서 먹은 물회다. 들어간 회는 부시리로 보인다. 50cm 전후의 작은 부시리를 '알부시리'라 하는데 가격대비 이윤을 남기기 좋아 부산, 거제 등지에서 물회 재료로 곧잘 사용된다. 다만, 이것이 부시리인지 100% 확신하기에는 미시적인 부분이 많다. 원형 그대로 썰었으면 몰라도 이렇게 양념에 무쳐낸 것을 단번에 알아보기는 그 누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식당 주인에게 물어서 확인해야 한다. 오간 대화는 대략 이러하다.

"물회 재료는 부시리인가요?"

"아뇨. 히라스인데요."

"부시리가 히라스입니다."

"아닌데? 부시리는 따로 있고 이건 히라스가 맞아요."

"그럼 이 물회에는 뭐가 들어갔나요?"

"히라스요."

 

여기까지 대화로 보아 횟집 주인은 지금까지 부시리를 방어로 동일시하면서 히라스는 별개 어종으로 착각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꽤 오랜 시기를 그렇게 믿어왔기에 일개 손님에 불과한 내가 설명해 봐야 납득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횟집 주인으로서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기에 오지랖을 떨었다.

 

"부시리의 일본말이 히라스입니다."

 

횟집 주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날 수조로 안내한다. 그리곤 자세히 살피는데 어라? 부시리만 있을 줄 알았던 수조에는 방어도 몇 마리 뒤섞여 있었다. 그래서 설명했다. 이건 방어고, 저건 부시리고. 그랬더니 횟집 주인 왈~

"그니까 내가 부시리라 말한 게 방어 맞잖아요"

"그게 아니고요(답답하다.)"

 

결론적으로 횟집 주인은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고 있었다. 다만, 여태껏 명칭을 잘못 알고 있었다. 부시리 = 히라스이고, 방어는 부시리와 닮았지만 엄연히 다른 어종이다. 그래서 저건 부시리(히라스)이고, 저건 방어고.

차근차근 설명하자 그제야 고개를 끄떡인다. 알려주고 나온 내 마음도 후련하다. 사실 이 문제는 비단 이 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다수 상인이 부시리와 방어를 혼동하고, 여기에 일본명인 히라스가 끼어들면서 히라스를 방어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상인들의 인식이 이 정도인데 소비자는 오죽할까?

​이러한 맹점을 이용해 여름이 제철인 부시리 대신, 여름에 맛이 떨어지는 방어를 부시리로 둔갑해 파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방어와 부시리는 외형상 똑같이 생겼을까? 잘 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래의 내용으로 두 어종을 구분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사진 1> 방어의 주상악골은 끝이 날카로운 직각이다

 

방어와 부시리는 농어목 전갱이과에 속한 어류이면서 매우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 그 형태가 90% 이상 같아 상인도 헷갈릴 정도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포인트를 몇 가지 알아둔다면, 둘의 차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근접 거리에서 확인하는 방법이다.

 

<사진 1>의 붉은색 화살표에 주목해 보자. 이 부위를 전문용어로 '주상악골'이라 부르는데 방어의 주상악골은 그 끝이 날카롭게 꺾여있다. 

  

 

<사진 2> 부시리의 주상악골은 둥글둥글하다

 

부시리는 주상악골의 끝이 둥글둥글하다. 이 부위를 볼 때 주의할 점은 물고기가 입을 벌릴 때 주상악골도 벌어지는데 이때는 주상악골의 바깥쪽이 아닌 안쪽의 모양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붉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

  

 

<사진 3> 방어는 가슴과 배지느러미의 끝 선이 일치한다

그러나 주상악골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선 가까이 접근해서 자세히 살펴야 하고, 수조에서 쉴새 없이 돌아다니는 활어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눈이 어지럽다. 그래서 나온 포인트가 옆 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 선을 보는 것이다. 이 방법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방어는 옆 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 선이 거의 일치한다. 

 


<사진 4> 부시리는 옆과 배지느러미의 끝 선이 서로 어긋나 있다

  

반면에 부시리는 옆 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의 끝 선이 어긋나 있다. 배지느러미가 옆 지느러미보다 좀 더 뒤에 있기 때문이다. 둘의 차이는 이것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그 외에 방어와 부시리를 취급할 때에는 명칭을 순화할 필요가 있다. 대게 상인들은 부시리를 히라스라 부르는데 이는 전형적인 일제의 잔재물이다.

1) 방어

표준명 방어는 일어명으로 '부리(ブリ)'이고, 어린 방어를 '하마치(ハマチ)'라 부른다. 다만, 국내에서는 크기와 관계없이 방어(작은 방어는 알방어 정도)로 부르면 되겠다.

 

2) 부시리

표준명 부시리는 일어명으로 '히라마사(ヒラマサ)'이며, 히라스(ヒラス) 일본 관서지방의 방언이다. 그 방언이 국내로 흘러들어와 상인들에 의해 불리는 것이니 이는 분명 고쳐져야 할 명칭이다. 

 

이 둘을 명확히 구별해야 하는 이유는 상거래의 혼선을 피하기 위함이다. 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란 말이 있듯이 방어는 겨울에 가장 맛이 좋아 몸값도 크게 오른다. 그래서 일부 부도덕한 상인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부시리를 방어로 둔갑해 팔기도 한다. 반대로 여름에는 부시리가 제철이고, 방어는 맛이 떨어져 여름 방어를 부시리로 속여 팔기도 한다. 이렇듯 상거래 혼선과 상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유사 어종의 구별은 상인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필요한 상식이 되고 있다. 

 

입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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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입질의추억tv'를 운영하고 있다. 단독 저서로는 <짜릿한 손맛, 낚시를 시작하다.>, <우리 식탁위의 수산물, 안전합니까?>, <꾼의 황금 레시피>, 공동 편찬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의식주 생활사전> 집필에 참여했다. 현 '쯔리겐 필드테스터'와 '엔에스 갯바위 스텝'으로 활동 중이며, EBS1 <성난 물고기>, MBC <어영차바다야> 출연, 국내 1호 어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문의 : slds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