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칼럼]우리바다에 상괭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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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1.02. 오전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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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 News1

(세종=뉴스1)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정호승 시인의 시'고래를 위하여'의 첫 구절이다. 지난 2007년 1월 남극검열단의 일원으로 킹조지섬 우리 세종기지에 건너가려 조디악을 타고 갈 때 검푸른 바다 아주 가까이에서 우리를 신경쓰지 않고 물을 뿜으며 유유히 헤엄치던 그 고래의 늠름한 모습이 떠오른다.

수많은 해양 동물 중에서도 고래는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매끄러운 몸과 동글동글하고 정감 가는 생김새, 인간처럼 새끼를 낳고 젖을 먹여 기르는 습성, 바다에 사는 동물 중 가장 높은 지능까지… 수족관에 가면 마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신기한 재주를 선보이는 돌고래가 있고, 영화 ‘프리 윌리(Free Willy)’에서는 외로운 어린 소년과 범고래 간의 따뜻한 우정을 그려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우리는 고래라면 영화 속, 그리고 수족관 속에 있는 범고래나 돌고래를 우선 떠올리지만 우리 바다에도 항상 정겹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토종 돌고래가 살고 있다. 동그스름하고 납작한 주둥이를 가져 마치 아이처럼 보이는, 작은 돌고래 '상괭이'가 그것이다.

상괭이는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전이 '자산어보'에서 '인어처럼 생긴 물고기'라고 소개하였던, 예로부터 우리 서해안을 주요 서식지로 삼아 우리 선조들과 함께 살아 온 돌고래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인간의 어로활동에 휩쓸려 10년 사이에 그 숫자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멸종 위험에 처한 안타까운 동물이기도 하다.

바닷속에 큰 그물을 설치해 놓고 조류에 의해 어군이 밀려들어가도록 하는 안강망 어업이 특히 상괭이에게 위험하다고 한다. 다른 물고기와 함께 상괭이가 물살에 밀려들어가 그물에 걸릴 경우, 주기적으로 호흡을 위해 수면 위로 나와야 하는 상괭이는 숨을 쉬지 못해 곧 질식해 죽게 된다. 우리나라 서해, 남해 연안에서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경우가 매년 1000마리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더 이상 상괭이가 인간이 설치한 그물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2015년부터 탈출 장비를 부착한 그물을 새롭게 개발했다. 작년에는 충남 서천군 앞바다에서 효과를 시험한 결과, 개량한 그물에는 한 마리의 상괭이도 걸리지 않아 56마리의 상괭이가 걸려든 일반 그물에 비해 상괭이 보호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이 그물을 추가적으로 개량하여 더욱 효율적인 장비를 현장에 보급하여 상괭이 보호에 앞장설 계획이다.

또한 2016년 9월 상괭이를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새롭게 지정하고 관련 벌칙 규정을 강화해 상괭이를 포획·채취·훼손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게 됐다. 어업인들을 대상으로 상괭이를 비롯한 보호대상 해양생물에 대해 안내하고 보호 필요성에 대해 전파하는 등 국민들에게 해양동물 보호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비단 상괭이 뿐아니라, 우리 바다를 보금자리로 삼아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이 우리 국민들 곁에서 항상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병행해나갈 계획이다.

부산 앞바다에서 탈진 상태로 구조됐다가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방류된 상괭이 '오월이', 상처 치료와 야생 적응 훈련을 거쳐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태산이' '복순이'의 경우처럼, 앞으로도 상처입은 해양동물을 따뜻이 보듬어 치료한 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활동도 계속 진행해나가려 한다.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정호승 시인의 시구처럼,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상괭이를 비롯한 해양 동물들이 안겨주는 따뜻한 미소에 우리가 보답하여 생명이 살아 숨쉬는 바다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우리의 정성으로 앞으로 우리 바다를 찾는 국민들이 우리의 토종 상괭이의 정겨운 모습을 문득문득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bsc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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