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란 악재 다 터져" 국내 항공사 8곳 모두 적자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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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환율 상승 영향, 빅2 항공사 1000억원대 적자 쇼크
저가 경쟁 LCC 6곳도 수익 악화


지난 14일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실적이 나오자 항공 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두 회사 모두 업계 예상치를 크게 밑돈 1000억원대 영업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저비용 항공사(LCC)까지 합하면 국내 8개 항공사 가운데 올 2분기에 흑자를 낸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주가는 16일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항공 산업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환율 상승 탓에 비용이 증가한 데다 일본 여행 불매운동, 홍콩 시위 사태에 중국 신규 노선 취항 중단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경기 불황 장기화로 여행 심리가 잔뜩 위축돼 항공 산업 전체가 깊은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항공사 고위 임원은 "20년 넘게 일하면서 지금처럼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터진 적은 처음"이라며 "돌파구조차 보이지 않아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환율 상승으로 적자 커져

대한항공은 올 2분기 영업 손실 10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824억원 흑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2분기 239억원 영업이익을 낸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엔 1241억원 영업 손실을 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여행 비수기로 꼽히지만 적자 폭이 이 정도로 크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증권가에선 대한항공의 2분기 영업 손실을 200억원대로 전망했다.



실적 부진에는 비용 증가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한항공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주 콜센터 직원들에게 주는 용역비가 전년 동기 대비 91억원 증가했다. 대한항공 직원 인건비는 393억원 늘었다. 공항 이용료도 945억원이나 늘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외 공항의 경우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면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공항 이용료 증가분이 252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비슷한 이유로 적자 전환했다.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에어부산 등 LCC 6개 업체는 지금껏 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앞다퉈 항공기를 도입하고, 저가 할인 경쟁을 벌여 왔지만 시장에 악재가 겹쳐 나타나자 수익성이 급전직하했다.

◇日·中·홍콩발 악재까지… "3분기 실적, 벌써부터 겁난다"

3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한·일 경제 갈등으로 인한 일본 여행 불매운동이 7월부터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한 LCC 업체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 감소가 실적에 반영되는 3분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부터 겁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일본 여행 예매율이 지난해 대비 최대 50%까지 급감하자 일본 노선 63개에 대해 운항 중단, 감편, 좌석 수 적은 항공기로 전환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본 대신 중국 신규 노선을 늘려 위기를 타개하려는 항공사들의 전략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 13일 중국 항공 당국이 "10월 10일까지 중국 전 노선에서 신규 운항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갑작스럽게 통보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음 달부터 장자제·옌지 등으로 취항하려던 국내 항공사의 운항 계획이 틀어졌다. LCC 업계는 부랴부랴 대만·동남아 노선에서 신규 취항과 증편 가능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

홍콩 시위 사태도 또 다른 악재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안전을 이유로 홍콩 여행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우리나라 항공 산업은 일본과의 외교 관계, 중국 내부 사정 등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 경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인건비 증가로 실적이 악화된 항공 산업을 통해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산업 현실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강한 기자 kimstr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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