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적자 3조 7000억, 쿠팡은 어떻게 살아남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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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19. 오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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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경기도 부천 쿠팡 물류센터 / 연합뉴스

소셜커머스 쿠팡의 목표는 나스닥 상장이다. “언제, 어디서 할지는 정해진 바 없다. 언제든 적절할 때 상장하겠다”는 게 공식 입장인데, 쿠팡이 2010년 창업 이후 줄곧 나스닥 입성을 목표로 해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1월 블룸버그는 “한국의 쿠팡이 2021년 기업공개를 검토하고 있다”며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쿠팡이 상장을 위해 세금 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쿠팡이 해외 인사들을 연이어 영입한 것도 나스닥 상장에 무게를 실어준다. 지난해 10월 쿠팡은 경제학자인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11월에는 나이키 부사장을 지낸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로 스카우트했고,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미국 월마트 출신의 법률 전문가 제이 조르겐센을 데려왔다.

쿠팡이 나스닥 상장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지금 상황에서는 예전처럼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2010년 직원 7명으로 출발한 쿠팡은 국내 1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회사)으로 성장했다. 쿠팡 그룹은 쿠팡 풀필먼트(물류관리)·쿠팡 로지스틱스(택배배송)·떠나요(여행)·쿠팡페이(핀테크)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나스닥 상장에 속도 내는 이유는
매출액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2015년 1조1338억원이던 매출액은 2019년 7조1531억원으로 5년 만에 6.3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데다 적자 역시 빠른 속도로 쌓여갔다는 점이다. 2015년과 2016년 5000억원대 수준이던 적자는 2018년 1조원을 돌파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를 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쿠팡의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3조7210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그동안 쿠팡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상황마저 좋지 않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결산 발표에서 분기 7조원의 적자를 내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손정의 회장은 “내 자신의 투자 판단, 그것이 여러 의미로 좋지 않았다. 크게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투자대상 기업이 적자에 빠졌다고 해서 이를 구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지난해 적자를 줄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 볼 수 있다. 쿠팡의 적자 규모는 2018년 1조1280억원에서 지난해 7205억원으로 줄었다. 한 전자상거래업체 관계자는 “쿠팡이 2019년에도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한국에서 아마존 모델을 목표로 하는 사업은 존속이 어려운 게 아닌가? 쿠팡이 망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적자 감소의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다. 그동안 쿠팡은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확대했다. 다른 업체보다 더 빨리 배송하기 위해서다. 2014년 27개였던 배송센터(배송캠프 포함)는 현재 168개에 달한다. ‘로켓배송 생활권’ 소비자는 같은 기간 259만 명에서 34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또 시장점유율이 높아지자 납품업체로부터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팔릴 만한 상품을 대량 구매해 물류센터에 보관했다가 빠르게 배송한다. 아마존의 방식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율은 2018년 95%에서 지난해 83%가량으로 낮아졌다.

동시에 판매관리비 비중은 낮아졌다. 쿠팡의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1조924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으나 매출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전년보다 줄었다. 판매관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 역시 1조117억원(2018년)에서 1조4246억원(2019년)으로 증가했지만 매출 대비 인건비는 감소 추세다.

쿠팡맨 조찬호씨(44)가 경기도 한 지역에서 배송을 하고 있다. / 이하늬 기자

일자리 창출? 다수가 비정규직
하지만 적자를 줄이는 동안 곳곳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태규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은 “쿠팡이 ‘최저가매칭시스템’을 통해 다른 쇼핑몰에서 자사보다 낮은 판매가격을 발견하면 납품업자들에게 이미 약속한 가격 수준이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가격을 낮춘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갑질’ 논란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우아한형제들(5월), 위메프(6월), LG생활건강(6월), 크린랲(7월)에 잇달아 갑질 혐의로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우아한형제들과 위메프 건은 각각 분쟁조정과 신고철회로 문제가 풀렸다. LG생활건강은 부당한 주문 취소를, 크린랲은 일방적인 거래 중단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 크린랲 건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질 나쁜’ 일자리 양산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쿠팡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며, 특히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한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물건이 고객에게 도착하는 과정에는 쿠팡맨만 있는 게 아니다. 물건이 보관되는 물류센터를 보자. 물류센터에는 정규직·무기계약직·계약직·일용직이 섞여 있다. 이중 대다수가 계약직과 일용직이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천 물류센터의 정규직은 3%에 불과했다.

물류센터에서 나온 물건은 전국 지역 캠프로 이동된다. 지역 캠프에서 상·하차를 하는 ‘쿠지게’와 보조업무를 하는 헬퍼 역시 일용직이나 용역이 대부분이다. 쿠팡맨 역시 정규직(계약직 2년 후)·계약직(1년 계약)·수습직·특수고용(쿠팡 플렉서)으로 나뉜다. 쿠팡맨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에 따르면 9000명가량의 쿠팡맨 중 정규직은 25% 수준이다.

지난해 시작된 배달서비스 쿠팡이츠의 ‘쿠리어’는 특수고용직으로 채워졌다. 쿠팡이츠도 쿠팡의 슬로건인 ‘로켓배송’을 내걸고 있다. 쿠리어들은 “배달제한 시간(30분)은 짧은데 산재보험은커녕 계약서에 교통사고 시 모든 책임을 배달기사가 진다는 조항이 있다”고 비판했다. 불만이 심해지자 쿠팡은 지난 5월 매장 도착시간과 고객 도착시간은 평가 항목에서 제외했다.

위기관리 능력 보여줘야
정규직 쿠팡맨의 사정도 좋지만은 않다. 정규직 쿠팡맨이 되기 위해서는 1년 단위의 계약을 두 번 하면 된다. 하지만 대다수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다.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쿠팡맨들은 물량이 급증한 시기를 2018년 하반기로 들었다. ‘로켓와우’ 멤버십을 도입하면서 소비자들은 월 2900원에 무료배송·무료반품이 가능하게 됐다. 이들 서비스는 소비자를 잡아두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로켓와우’ 멤버십은 쿠팡맨의 업무 증가로 이어졌다. 쿠팡맨 조찬호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쿠팡맨이 이렇게 나쁜 일자리는 아니었다”며 “2년 전만 해도 하루 100가구 정도를 배송했지만 지금은 하루 140~150가구를 할당받는다. 반품까지 포함하면 160가구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가 입사할 당시 선배는 30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5명만 남았다.

장귀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부설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쿠팡은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경영 전략을 추구한다. 그 공략 지점이 로켓배송·로켓배달이다”라며 “하지만 그 때문에 쿠팡 노동자들은 죽어나간다. 매출액의 급성장으로 노동강도는 몇 달 전이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구매가 늘어나면서 올해 쿠팡의 매출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이어 계약직 쿠팡맨 사망(3월),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5월), 물류 구내식당 파견업체 노동자 사망(6월) 등이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한 전자상거래업체 관계자는 “쿠팡은 그동안 나스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위기관리에 신경을 써왔는데 이번에 구멍이 생겼다”고 말했다.

택배회사는 웃고 택배기사는 우는 코로나 시대
택배연대노조가 7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로사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여기에요. 여기!” 파란색 조끼를 입은 쿠팡맨 조찬호씨(44)가 소리쳤다. 기자가 현장을 제대로 못 찾은 탓에 조씨가 아파트 입구까지 나왔다. 인사도 건네기 전에 조씨가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차장에는 쿠팡의 배송트럭이 주차돼 있었다.

조씨는 모든 게 빨랐다. 트럭에서 물건을 재빨리 꺼내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했고 엘리베이터에서는 ‘튀어’ 나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배송을 인증하는 사진까지 찍고 돌아왔다. 조씨는 “저는 그나마 걷는 거고 미친 듯이 뛰는 사람도 많아요”라고 말했다.

운전도 신속하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시간에 배송을 마칠 수 없다. 그래서 교통사고율이 높은 편이라고 쿠팡맨들은 말한다. 또 다른 쿠팡맨 서모씨는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바쁘니까 이동하면서도 휴대전화로 업무 관련 내용을 계속 확인해야 해요. 그러니까 사고가 나는 거죠.”

코로나19로 노동강도는 극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1분기 택배량이 전년 대비 20~30% 증가한 것으로 본다. CJ 대한통운과 한진택배 1분기 택배량은 전년 대비 각각 26.1%, 24.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CJ 대한통운 28.3%, 한진 38.5% 증가했다. 롯데택배는 15억원에서 58억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숫자는 현장을 무겁게 짓누른다. 며칠 전 조씨에게 195가구가 할당됐다. 8시간 노동 기준 한 시간에 24가구, 2.5분당 한 가구라는 계산이 나온다. 심지어 반품 가구는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또 다른 동료에게는 248가구가 할당됐다. 결국 이날 서씨가 조씨의 일을 도우러 갔다. 서씨는 이날만 129가구를 방문했다. 이들은 “이제는 정말 한계다”라고 말했다.

‘한계’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난 3월 12일 쿠팡맨 김모씨(46)가 경기 안산의 한 빌라 4층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5월 4일에는 CJ 대한통운 광주광역시에서 근무하던 정모씨(42)가 자택에서 ‘악’ 소리를 낸 뒤 의식을 잃었다. 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7월 5일에는 CJ 대한통운 김해터미널 소속 서형욱씨(47)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사망한 이들은 모두 비정규직(쿠팡)이거나 특수고용직(CJ 대한통운)이다. 특수고용직은 주 52시간 적용도 받지 못한다. 휴가를 내려면 대체인력을 직접 구하거나 ‘콜벤비’로 불리는 대체운송비를 내야 한다. 택배 한 건당 수수료는 700원 선인데 콜벤비는 건당 1500원에서 2000원 사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는 “택배기사를 코로나19의 숨은 영웅이라고 한다. 이런 취급을 받는 영웅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와 관련해 ‘택배종사자 보호조치 권고사항’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반응이다. 권고에 불과해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자유한국당과 택배회사들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법안에는 ▲고용안정(계약갱신청구권 6년) ▲택배 요금 정상화 반영 ▲휴게시간 제공과 작업환경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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