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경제연구소장 송기균 “문 대통령 최악 경제실책은 한은총재 연임” [원희복의 인물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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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2.26. 오후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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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송기균 /우철훈 선임기자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송기균 경제연구소를 운영하지만 학자보다 경제평론가로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박사는커녕 석사학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한 신문에 9년간 경제평론을 연재하고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 <유동성 파티>, <환율지식이 돈이다>, <주식과 부동산, 파티는 끝났다>, <고환율의 음모> 등의 책을 썼다. 그는 TV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 등장해 경제문제를 쉽게 설명하기도 한다.

송기균 소장(61)은 지난해 말부터 한 인터넷 언론에서 부동산 문제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이 인터넷 매체 발행인은 일간신문 유명 경제전문 기자 출신으로 아무나 경제 관련 글을 실어주지 않는다. 송 소장은 여기서 “부동산 폭등이 한국 사회 최고의 악”이라며 “집값 하락이 민생을 살리는 길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른바 ‘주류경제학’의 허상을 까발린다. 주류경제학을 신봉하는 경제관료,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학 교수 심지어 언론까지 난자한다. 한 ‘비주류’ 경제평론가의 송곳 같은 경제평론이 요즘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 언론에 부동산 문제 집중 분석

-우리 사회는 국회의원·고위관료·기업인·교수·금융계 임원·언론 등 전문직 종사자가 부동산이라는 공통이익으로 카르텔을 형성해 젊은 세대를 착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만나보면 절망하고 있다. 절망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부동산값 폭등이다. 우리 사회의 부동산 부자들은 담합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다수 대중에게 피해를 준다. 부동산 폭등은 기업의 담합 카르텔보다, 성폭력이라는 침묵의 카르텔보다, 심지어 마약 카르텔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긴다는 점에서 더 큰 사회악이다. 이 카르텔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경제학자들도, 언론도 같이 동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이유는 이것으로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 파산하는 가정이 속출한다는 점에서 집값 연착륙이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니었을까.

“부동산 경기가 고용이나 소비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 부동산 가격은 2014년 이후 50% 폭등했고, 그것은 인구의 절반인 ‘집 없는 서민’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이는 정부의 금리정책 실패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정부의 정책 실패, 부동산 카르텔에 동조하는 이유로 낮은 금리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부는 경제침체라는 이유와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를 들어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보다 금리가 낮아지게 됐다.

“바로 그것이 한은을 비롯한 주류경제학의 거짓말이다. 주류경제학에서 금리와 부동산을 보는 시각에는 세 가지 맹점이 있다. 첫 번째는 금리를 인하하면 소비가 늘어 경기가 부양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우리를 비롯해 자본주의 나라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심지어 양적완화까지 했지만 경제가 살아나지 않았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가 침체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데이터를 보면 금리는 경제 사이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조달비용이 낮아 기업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류경제학의 가장 큰 오류다. 지금 기업은 수백조 원의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안한다. 이 상태에서 금리를 더 낮춘다고 기업이 투자할까. 아니다. 왜 안할까. 물건을 만들어도 안 팔리니 기업이 투자를 안한다. 이것은 우리도, 미국도, 유럽도 마찬가지다. 경기를 좌우하는 데 금리 요인은 굉장히 미미하다. 핵심 요인은 수요 부족이다. 소비자가 돈이 없는 것이다. 우리는 가계부채가 1500조원으로 더 이상 빚을 내 소비할 수 없는 한계에 왔다. 결국 소비를 늘리려면 가계소득을 늘려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게 정답이다. 세 번째가 자산효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자산효과는 미국이나 유럽은 작동하지만 우리는 안된다. 한은 분석에 의하면 집값이 오르면 오히려 소비가 준다. 왜냐하면 우리 자가소유율이 50%밖에 안되고, 이것도 겨우 대출받아 샀기 때문에 소비할 여력이 더욱 없기 때문이다.”

송기균 소장이 우리 사회 부동산 카르텔을 깨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 우철훈 선임기자


금리 올려 집값 하락 유도해야

송 소장은 주류경제학에서 설명하는 금리가 우리는 거꾸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이 집값을 잡는 데 절대적이지 않다’고 한 발언을 맹비난했다. 대출 추이와 집값 동향이 같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특히 금리는 대출로 집을 여러 채 소유한 ‘투기자’에 대한 보유비용인데, 이것을 낮추고 있는 것은 투기를 부추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주류경제학, 아니 정부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자나 언론도 금리를 올리면 15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우리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올 1월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9%로 세계 평균(59.6%)보다 훨씬 높다. 지금도 한계가구(금융부채가 자산보다 많고, 가처분소득 비율이 40% 이상인 가구)가 14.8%(2015년 기준)로 계속 증가 추세다. 금리를 올리면 이들 한계가구 파산이 속출하는, 말 그대로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이에 송 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1년 50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가 은행 대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은행이 대출심사를 통해 자산과 소득을 감안해 대출해준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물론 저소득자도 타격을 입겠지만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고소득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로 인한 후유증은 일차적으로 은행이 져야 한다. 지금 은행들이 30조~40조원을 안을 여유가 있어 정책금융 없이도 극복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집값이 하락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 주택담보대출을 죄고 종합부동산세와 공시가격·지가를 인상한 효과다. 국토교통부는 주택가격은 두 달 넘게 하락하고 있고, 거래량은 6년 이래 최저이며, 이런 기조는 2022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집값 폭락을 보도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전세가 하락으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이른바 ‘깡통전세’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기류에 대해 송 소장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동안 집값이 오른 것에 비하면 지금 하락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깡통전세’ 운운하는 것에도 세입자의 이름을 빌려 대출규제를 완화해 소위 갭 투기꾼을 보호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금리를 최소한 2% 인상해 본격적인 집값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값은 2014년 수준인 지금보다 35~40% 떨어져야 정상”이라며 “그만큼 떨어져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정상화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끝판에 집을 산 사람들의 피해는 안타깝지만 할 수 없다. 특히 대출로 많은 집을 산 갭 투기꾼의 부동산이 매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홍장표 경제수석을 경질하고, 친재벌 정책을 추진하는 등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 평가가 있음을 안다. 소득주도성장이 후퇴하고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문 대통령이 ‘그대로 간다’고 하니 지켜봐야 한다. 나는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 인건비 부담을 정부가 덜어주는 방안도 같이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중소기업의 사업공간을 확대해 숨통을 터주고, 납품단가를 보장하는 중소기업 성장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경기신용보증재단과 충남경제진흥원에서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했다. 이런 경험에 비추어 소득주도성장에는 중소기업 육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하청과 재하청, 재재하청 등 지금의 하청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이 작업을 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별로 하는 일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공감한다. 공정위는 힘이 약한 프랜차이즈만 개혁하고 정작 힘센 재벌은 손도 못봤다. 재벌에 대해 좀 더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 나는 재벌의 소유구조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나중 일이고, 보다 급한 것은 중소기업의 사업공간을 확대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왜 주류경제학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수요 부족을 얘기하지 않는가.

“주류경제학, 특히 신자유주의는 철저히 자본의 편에서 경제를 보고 노동자나 소비자의 입장을 외면한다. 왜냐하면 수요 부족은 바로 부의 불평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면 자본과 자산가의 이익을 억제하는 정책이 나오기 때문에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다.”

유시민, 정태인, 전성인 등과 대학 동기

송 소장은 부가가치가 없는 부동산이 매우 많은 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흉기’라는 점에서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경제로 인한 갈등은 자본과 노동이 서로 기여도에 비해 배분에 차이가 많이 나는 것에 대한 갈등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기여도가 제로인 부동산이 가장 많은 배분을 가져가는 체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구조에 대해 “구성원 일부는 이익을 보지만 다수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존속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을 소유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지대추구가 자본주의를 썩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류경제학을 비판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송 소장은 1958년 전북 부안 출신이다. 서울 성남고를 나와 1978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그의 대학 같은 과 동기들이 바로 유시민 전 의원과 진보적 경제학자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 역시 진보적 경제이론가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이다. 송 소장은 “학생시위로 구류도 받고 정학처분도 받았지만 유시민·정태인 ‘수준’의 골수 운동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형편이 안돼 빨리 졸업해 돈을 벌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은행에 취업했고 곧 증권사로 옮겨 자본주의의 첨단인 돈의 흐름을 익혔다. 1993년부터 4년간 동원증권 영국 런던 현지법인 대표를 지내고 2001년에는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했다. 2003년부터 5년간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2010년에는 충남경제진흥원장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관련 업무를 했다. 그의 장기는 오랜 현장 경험으로 이론보다 실무에 밝아 경제문제를 보통사람이 직접 와닿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일자리 문제보다 바로 이 집값 폭등에 있다고 주장했다. 집값을 잡아야 지지율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는 집값 폭등에 눌려 있는 청년들에게 조언 아닌 ‘선동’을 했다. 그는 “기득권 자산가들이 만든 게임에 편승하지 말고 게임의 룰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라”면서 “집값을 4년 전 수준으로 돌려놓으면 전체 청년세대에 이득이고, 한국 경제와 한국 사회에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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