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41. 벌소리 호흡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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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23. 오후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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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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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소리 호흡법은 인지나 중지를 양 귓구멍에 넣어 코를 통해 들숨을 한 후, 숨을 내쉬면서 길고 부드럽게 벌이 윙윙거리는 것처럼 ‘음’ 하는 콧소리를 내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뇌의 긴장을 덜어 주는 효과가 있다. 시연 허수정.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정화시키고 고요하게 만드는 호흡법 중의 하나로 벌소리 호흡법이 있다. 벌의 윙윙거리는 소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검정 인도벌을 브라마리라고 부르는 데서 연유하여 ‘브라마리 프라나야마(Bhramari pranayama)’라고 부른다.

명상 자세로 앉아 인지나 중지를 양 귓구멍에 넣어서 코를 통해 들숨을 한 후, 숨을 내쉬면서 끊임없이 길고 부드럽게 감미로운 검은 벌의 소리처럼 윙윙거리는 ‘음’ 하는 비음 콧소리(humming sound)를 낸다. 때로는 천상의 소리라는 ‘옴’ 소리를 내어도 좋다. 그 소리가 두개골의 앞 부분에서 울려 퍼지도록 한다. 입술을 가볍게 닫고 이를 약간 떨어뜨린다.

이것은 소리의 떨림이 명료하게 뇌에서 더 잘 들리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내부로부터 흘러나오는 여러 가지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 소리가 두개골의 앞부분 송과체까지 울려 퍼지도록 한다. 소리를 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진동은 우리 몸과 마음에 여러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리와 진동이라는 자극법이 집중을 유도하게 되는데 이것은 단순한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면 그 대상 이외 모든 생각, 감정에서 벗어나게 되는 마음의 속성 때문인 것이다. 처음엔 5~10회 반복하다가 차츰 늘려 간다. 스트레스와 뇌의 긴장을 덜어 주고 화, 불안, 불면증 등을 경감시키며 혈압을 조절해주기도 한다. 목 안의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귓병이 심한 경우는 자제하며 심장질환이 있다면 호흡은 길게 멈추지 않는다.

“벌소리 호흡법은, 마시는 숨은 수벌의 날개에서 나는 소리처럼 빠르게 하고 내쉬는 숨은 암벌의 날개에서 나는 소리처럼 천천히 한다. 이 호흡수행을 하면 요가 행자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황홀한 상태가 된다”라고 하타요가 프라디피카(2.68)는 기술하고 있으며 “꽃에서 꿀을 마시는 벌이 꽃의 향기에 마음을 두지 않는 것처럼, 내부의 미묘한 소리에 이끌린 마음은 그 밖의 대상을 구하지 않는다”라고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우주는 파동의 바다’라는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인간에게는 의식의 내부에 외부 영향을 차단하는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타요가 경전에서는 이 수행을 거북이가 발을 껍질 안으로 끌어당겨 조종하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게오르그 호이에르슈타인은 “옛날 인도의 현자들은 감각적 느낌을 마음의 독이라 하였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꽃의 향기에 취한 나비처럼 마음의 평온을 깨고 마음이 감각대상을 쫓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서사시 마하바라타에는 “참 자아(atman)는 결합되지 않고 이리저리 흩어진 감각들로는 인식할 수 없으며, 준비되지 않는 자의 감각기관으로는 자아를 제어할 수 없다”는 표현이 있다. 따라서 자아에 도달하기 위해서 요가행자는 부동의 자세로 앉아서 감각기관의 주인을 단단히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마음을 한곳에 전념하여 집중해야만 한다.

아스탕가 요가에서 다섯 번째 단계는 감각의 제어, 오감의 통제 즉 ‘프라티야하라(Pratyahara)’이다. 이것은 내부로 집중하는 첫 번째 단계로 감각을 조절하는 요가의 원리이며, 우리의 의식이 외부로 향하려는 끊임없는 욕망을 극복하는 한 방편이다. 벌소리 호흡법이 그 중 하나이다. 바가바드기타의 한 귀절인 “평상심을 요가라 한다(Everness is called Yoga)”는 말이 더 큰 울림이 되어 돌아온다.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신석정 시인의 ‘당신은 그 먼나라를 알으십니까’의 마지막 구절이다.

벌은 곤충 가운데서 가장 큰 무리로서 세계에 10만 종(種) 이상이 알려져 있다. 몸 길이 1mm 이하의 좀벌에서 70mm가 넘는 대문벌까지 있다. 여왕벌, 일벌, 수벌의 세 계급으로 나누어진다. 벌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벌은 꿀을 얻으려고 여러 꽃 위를 날아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꽃가루를 몸에 묻혀 다른 식물에 옮겨 열매를 맺게 한다. 이른바 꽃가루받이 즉 수분(受粉)활동이다.

이러한 벌의 의도치 않은 수분활동은 경제학의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인 ‘외부효과’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외부효과란 어떤 행동이 다른 이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대한 대가를 주거나 받지 않는 것을 뜻한다. 시장경제처럼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시장 바깥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벌은 벌목(木)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주로 여왕벌을 중심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종(種)이 많으나 모든 벌이 사회를 이루어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사회생활을 하는 벌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벌은 생식능력이 없는 암컷이다. 생식기관은 독성을 가진 벌침으로 변화되어 주로 호신용, 방어용으로 쓰인다. 특히 꿀벌의 일벌은 자기 생명과 연관된 일회용 침을 가지고 있어 침을 쏜 후에는 자기도 죽게 된다. 수컷 벌들은 번식에 등장하며 일은 하지 않는다. 벌의 이러한 사회성을 이용하여 인간이 꿀이나 밀랍,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등을 얻기 위하여 꿀벌을 양봉하기도 한다. 자연 치료요법으로서 벌독과 벌침의 효능이 제3 의학의 한 분야로 중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인간 질병에 대한 치유능력으로서의 존재가치는 우리 인간에게 또 하나의 큰 선물이다. 필자 역시 봉침요법으로 많은 혜택을 입고 있기에 더욱 소중한 존재임을 실감하고 있다.

꿀벌은 8자 춤으로 거리 방향을 알리고, 냄새로 꽃물의 맛, 양을 전달해 주고 날갯소리로 동료를 부르는 신호를 한다. 계급에 따라 몸집, 크기, 모양이 다르며 여왕벌은 페르몬으로 수하의 벌을 다스린다. 따끔한 침만 있는 줄 알았던 꿀벌이 이렇게 정교한 언어를 갖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양봉가이자 사진작가인 댄 윈터스가 한때 ‘세계 벌의 날(5월20일)’을 기념하고자 촬영한, 몸에 페르몬을 바르고 벌을 유인하여 18분간 벌에 뒤덮이는 퍼포먼스를 하는 미국 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꿀벌을 몸과 얼굴에 붙이고 정면을 응시하는 배우의 모습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벌의 소중함을 환기시키기 위한 행사였다.

인류가 꿀벌을 이용하게 된 것은 5000년 전이나 그 이전에 있어서 이집트 왕의 인주에도 사용되었고, 왕의 무덤에서도 발견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나 성서에도 기록되었다. 한국에 양봉이 시작된 것은 약 2000년 전 고구려 태조왕 때 중국에서 꿀벌을 가지고 와서 기르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미 삼국시대에 양봉이 보급되었으나, 양봉은 독일인 선교사가 이탈리안 종(種)을 들여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아리스타이오스는 양봉의 신이고, 제우스도 꿀을 먹고 자랐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꿀을 신들의 식량이라고 불렀다. 성서는 축복의 땅 가나안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표현했다. 솔로몬은 “내 아들아 꿀을 먹어라, 이것이 네 입에 달고 건강에 좋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예로부터 인류는 꿀을 귀하게 여겼다.

선지자 세례 요한은 거친 낙타 털옷을 입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며 살았다고 한다.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크리슈나는 어릴 때 높은 다락에 있는 꿀을 잘도 찾아 먹는 천진스러운 장난꾸러기로 묘사되고 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황제에 오른 뒤 왕국을 상징하는 문장(紋章)으로 꿀벌을 택했다.

인류가 가장 먼저 즐긴 감미 음료는 자연에서 채취한 꿀을 물에 타서 마시는 꿀물이 아니었을까? 벌꿀은 꿀벌이 꽃의 밀선(蜜線)에서 빨아내어 축적한 감미료이다. 꽃에서 꿀을 빨 때 섞인 침에 꽃물이 발효된다. 이것이 벌꿀이다. 단순히 꿀로 줄여 부르며 유의어로 봉밀, 석청, 석밀이 있다. 꿀은 벌의 종류에 따라서 토종벌과 양봉벌로 나누어진다. 유통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양봉이다. 석청은 깊은 산의 절벽이나 바위틈에 모아둔 꿀로서 일반 꿀에 비해 토코페롤, 미네랄, 비타민, 칼슘 등이 더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산삼에 버금가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네팔이나 티베트에서 나는 히말라야 석청이 유명하다.

그리고 신비하게도 벌꿀 속에서는 박테리아가 살 수 없다고 한다. 신혼을 허니문(Honey moon), 밀월(蜜月)이라고 하는데 스칸디나비아에서 신혼부부에게 한 달 동안 꿀로 만든 술을 마시게 하여 꿀같이 달콤하게 취하게 하였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벌은 총체적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부지런할 뿐만 아니라 침이 있지만 꽃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과수나 열매를 맺게 하고, 인간에게는 다디단 꿀까지 선사하니 말이다. 인류의 소중한 식량원인 셈이다. 이는 벌을 왜 소 돼지에 이어 엄연히 축산법에 규정된 제3의 가축이라고 하는지 알게 한다. 하지만 가축 아닌 가축으로 푸대접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꿀벌이 없으면 수분도 없다. 그리하여 결국 식물도 없고 동물도 없고 인간도 없게 된다. 꿀벌의 실종이 가져오는 나비효과이다. 인간이 지구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아니면 생태계의 주인인 척 간섭을 하는 것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식물은 다양한 방법에 의해 수분이 된다. 곤충에 의한 충매화(蟲媒花), 물에 의한 수매화, 새에 의한 조매화 등이 있다. 곤충에 의해 수분되는 충매화는 지구에서 생성되는 작물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나비류, 나방류, 등에류도 화분 매개충 역할을 하지만 충매화의 80%를 수분시키는 건 역시 꿀벌이다. 꿀벌의 소중함은 이렇듯 상상을 초월한다. 꿀벌의 수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 숫자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꿀벌이 처음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보도했다. 지구상의 동물 중 최후까지 살아남을 종이 곤충이라고 하는데 꿀벌이 벌써 멸종위기란다. 꿀벌 없는 지구, 꽃 없는 지구는 상상할 수 없다.

꿀벌의 개체수 감소는 지구를 학대한 인류가 자초한 벌이다. 꿀벌 없는 세상은 결실 없는 가을을 떠올리게 한다. 꿀벌이 없으면 인류는 4년 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며 아인슈타인은 경고하고 있다.

꿀벌은 하루동안 자신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물을 마시고, 체중비율로 인간에 비해 거의 네 배 이상 많은 산소를 들이켜면서 근면함의 아이콘답게 열심히 일한다. 꿀 100그램을 얻기 위하여 무려 56만 송이의 꽃을 찾아 다니는 그야말로 강철같은 체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마야 룬데의 ‘벌들의 역사’ 서문에 ‘벌과 곤충은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의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와도 같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이렇듯 우리가 쏜 화살은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자연환경을 무시한 채 인간들이 편의만 추구해 온 결과이다. 세계 환경단체인 어스워치(Earth watch)는 지구에 사는 생물 중 대체 불가능한 생물종(種) 다섯 가지로 균류, 플랑크톤, 박쥐, 유인원 그리고 벌을 꼽고 있다. 이처럼 생태계 질서의 중심에 있는 꿀벌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겠다.

역질의 창궐로 세계인의 숨통을 조으는 등 올해는 말벌의 독침이 살갗을 파고들 듯 유난히 힘든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그 아픈 기억들은 조금씩 조심스레 내려놓아야 할 시점이다. 한 해가 기웃기웃 저물어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늘 그렇듯 세상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나 너무 무겁게 살지 말자. 행복한 순간을 놓치지 말고, 매 순간 삶의 기쁨을 음미하면서 살아 봄이 어떠한가”라는 원영스님의 물음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벌소리 호흡을 통해 외부의 감각을 차단하고, 내부의 소리에 귀를 한 번 기울여 보자. 이는 우주적 영혼의 허공 속으로 몰입해가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들뜨고 번잡한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시라도 차분히 가라앉힌 채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설계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바쁜 벌은 슬퍼할 틈이 없다’고 했다. 다시 두 주먹 불끈 쥐고 부지런히 그리고 성실히 일상을 맞이한다면 또 다른 희망찬 미래가 전개되리라는 소망 한 점 띄워 본다. ‘술탄 황제 이야기’라는 오페라 2막에 등장하는 러시아 국적의 림스키 코르샤코프(Rimsky-Korsakof)의 ‘왕벌의 비행(Flight of the Bumble Bee)’ 관현악 곡에 실어서.

이 곡은 박해를 피해 외딴 섬으로 피신했던 왕자가 해변을 거닐다가 벌떼에게 공격받는 백조를 보고 구해주자 후일 백조는 감사의 보답으로 세 가지 선물을 준다. 그 하나는 보석으로 만들어진 열매를 따다 주는 다람쥐였고, 또 하나는 왕자와 그의 어머니인 왕비를 지켜줄 수있는 무사들, 그리고 마지막은 백조가 공주로 변해 왕자의 신부가 되는 선물이다. 후일 왕자는 얽힌 오해를 풀고 복귀하여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스토리이다. 여튼 짧으면서도 강렬한 곡인데, 짧은 시간 내에 담아낸 벌떼의 움직임에 대한 탁월한 묘사와 함께 경쾌한 박자를 감상하노라면 어느덧 마음껏 자유롭게 비행하는 벌떼들의 모습에 슬며시 미소짓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면 혹 우리도 어디선가 ‘툭’ 이런 선물 하나쯤 기꺼이 건네주는 행운의 여신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 벌소리 호흡 / 최진태 >

내면에 들려오는 벌들의 비행소리/송과체 두드리며 들뜬 마음 잠재우네/ 번잡한 세상사일랑 한 순간에 사라져//

붕붕붕 바쁘게도 움직이던 나의 마음/ 한 순간 적막하다 일상이 멈춘 듯이/ 내 안에 나를 찾아서 떠나보는 여행길//

내 속에 네가 있다 네가 곧 나인 것을/ 파동의 바다 속에 빠져본들 어떠하리/ 만사가 발아래여라 하늘자락 한 소식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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