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 결제’ 강제해 수수료 챙긴 애플·구글, 美상원이 제동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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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12. 오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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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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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미 상원, 애플과 구글 앱 장터 겨냥한 법안 발의

애플 앱스토어. /AP 연합뉴스

그동안 전 세계 앱 개발자들에게 자사 앱 장터에서의 인앱 결제를 강제하며 수수료를 챙겨왔던 애플과 구글이 벼랑 끝에 몰렸다. 미 의회에서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 운영방식이 정당하지 않다며 이를 수정하는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각) 미 상원의원들은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 운영방식을 전면으로 뒤집는 ‘공개 앱 장터 법안(The Open App Market Act)’을 발의했다.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의원, 마샤 블랙번 공화당 의원 등 양당 의원 6명이 낸 초당적 합의 법안이다. 상원 반독점 소위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부처 상원의원(민주당)도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이 법안은 미국 내 5000만명 이상 사용자를 가진 앱 스토어를 타깃으로 한다. 애플과 구글을 겨냥했다. 법안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은 앱 장터에서 개발자들의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다. 또 앱을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외 다른 곳에서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골자다.

그동안 애플과 구글은 사용자들이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앱 안에서 콘텐츠를 구매할 때 구글이나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했고, 이 대가로 최대 30%의 수수료를 떼갔다. 애플은 또 아이폰용 앱은 무조건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받도록 했다.

미 상원은 애플과 구글이 이러한 방식으로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고 판단했다.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애플과 구글은 수년 동안 경쟁업체를 제압하고, 소비자들을 어둠 속에 가둬왔다”며 “수십달러 규모의 앱 시장의 ‘자비로운 문지기’를 자처하며 막대한 돈을 긁어모았다”고 했다. 그는 또 “이 초당적인 법안은 이러한 테크 기업의 굳건했던 지배력을 무너뜨리고, 앱 생태계를 더 자유롭게 하며, 모바일 사용자들이 그들의 기기에 대한 통제권을 더 갖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구글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 /구글

수십조 매출 타격 받는 애플과 구글

그동안 애플과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은 전 세계 테크 업계의 뜨거운 화두였다. 많은 개발자들이 이에 반발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애플과 구글이 앱 개발자에게 뜯어내는 수수료가 없다면 더 낮은 가격에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작년 8월 애플과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게임 포트나이트 내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에서 퇴출됐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걸었고, 지난 5월 팀 쿡 애플 CEO까지 법정에 서기도 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와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업체 매칭그룹도 애플·구글과 같은 사안으로 소송 중이다.

애플과 구글은 이러한 반발을 의식해 인앱 결제 수수료 인상에 대해 속도 조절 중이다. 애플은 작년 11월부터 연간 매출 100만달러 미만 개발자에게 인앱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15%로 낮춰 받고 있다. 구글도 올 7월부터 애플과 같은 수수료 인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IT 업계는 애플과 구글이 언젠간 다시 수수료를 올릴 것이기에 반발을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는 인터넷에서 사실상 글로벌 세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는 글로벌 세금이라고 주장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트위터 캡처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애플과 구글은 앱 장터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모바일 앱 데이터 분석기관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작년 한해 전 세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한 인앱 결제 규모는 853억달러(98조7000억원)에 달한다. 구글과 애플이 인앱 결제에서 15~30%를 수수료로 떼가는 것을 감안하면 두 회사는 한 해 수수료로 15조~30조원을 거두는 셈이다.

앞으로 두 회사가 개발자들에게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게 되면,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앱들이 늘어나고 애플과 구글의 앱 장터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CNBC는 “이 법안은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앱 스토어 운영 방식을 뒤흔들 것”이라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는 테크 기업에 대한 또 다른 경고”라고 분석했다. 애플과 소송 중인 에픽게임즈의 코리 라이트 공공정책담당 부사장은 “이 법안이 공정한 디지털 플랫폼을 위한 지속적인 투쟁에서 나온 중요한 이정표”라고 했다.

국내 인앱 결제 방지법도 탄력 받을 듯

이날 애플은 성명을 내고 “애플 앱스토어는 개발자와 고객을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과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앱스토어를 관리하고 있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날 따로 논평을 내지 않았다.

미 상원에서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되면서, 국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회 과방위는 지난 7월 테크 기업들의 인앱 결제 수수료 강제를 막는 ‘구글 인앱 결제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르면 8월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앱 결제 방지법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 관할권 문제로 계류 중이다. IT 업계에서는 미 상원의 법안 발의로 난관에 부딪힌 국내 인앱 결제 방지법 제정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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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그 무엇보다 빠르게 바꿔나가는 IT 산업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과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그 뒷이야기를 파헤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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