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김정은, 외국 문물 유통하면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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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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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사상문화배격법’ 12월 제정
한국식 옷차림 말투 사용도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부 문물의 유입을 막지 않으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 드라마 등 영상물 유통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한국식 옷차림이나 말투에 대해서도 규제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7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해 12월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배격법)’에 대해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외국 문물의 영향을 근절하기 위해 외국 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 옷차림이나 말투를 따라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처벌하는 법을 마련했다”며 “무기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또 “김 위원장이 최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에 ‘청년들 사이 개인주의적이고 반사회주의적인 행동’에 대해 단속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외국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 말투 등을 ‘위험한 독약’으로 지칭했다”고 전했다.

배격법은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 온 영상·서적·사진 등을 유통하면 최대 사형에 처하고 이를 이용한 경우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고 있다. 또한 한국식 말투를 쓰거나 노래 창법을 쓰는 것도 금지한다.

BBC는 “관련법에 따르면 노동자가 적발되면 공장장도 함께 처벌받고, 자녀가 적발되면 부모가 함께 처벌받는다”며 “북한 정권이 활용하고 있는 상호감시 체계가 새로운 법에도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 소식통을 통해 지난해 북한의 수용소 규모가 확대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새로운 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10대 청소년 3명이 한국 아이돌처럼 머리를 꾸미고 발목이 보이는 패션을 따라했다는 혐의로 노동교화소에 수용됐다고 보도한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를 인용, 이 같은 억압적인 규제가 사상통제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외부 정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라며 “외국 문화가 유입되면 저항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어 “북한의 청년세대가 한국 등 외국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꿈이나 동경을 깨뜨리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조치의 일환으로 지역 간 이동을 통제하고 각종 모임을 금지하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탓에 주민들 사이에선 한국 드라마 등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탈북자는 BBC에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에서도 흔해진 USB를 통해 드라마 등이 유통되고 있다”며 “숨기기도 쉽고 암호를 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BC는 한국 드라마 등 외부 문물의 영향을 받아 북한 현실을 깨닫고 탈북을 감행한 주민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탈북은) 어느 때보다 드물어지고 있다”며 “엄격히 통제된 국경에서 탈북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새로운 법은 더 소름 끼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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