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 폭염’ 건강 비상…목 안 말라도 20~30분마다 물 마셔라

입력
수정2021.07.20. 오후 1:43
기사원문
민태원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열탈진, 열사병 등 온열질환 주의…어린이가 증상 더 심해

무더운 곳 일 시작 전 물 충분히 마시고…차·커피·술 피해야


짧은 장마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찜통 더위가 찾아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20일부터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덮으면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heat dome)현상’으로 인한 강한 폭염이 몰려오고 있다.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면서 건강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온열질환은 폭염 일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폭염일수는 비례해 증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은 바깥 온도에 영향을 크게 받아서 추우면 피부 온도가 내려가고 더우면 피부 온도가 올라가지만, 체온조절 중추가 있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바람이 불거나 공기가 건조할 때는 기온이 높더라도 땀이 잘 증발하지만 바람이 없고 습도도 높은 후텁지근한 날에는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더 덥게 느껴진다. 온열질환은 이렇게 땀이 몸을 식혀줄 만큼 충분히 나지 않은 상태에서 체온이 올라갈 때 생긴다.

어린이는 기본적인 신진 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고 체중당 체표 면적비는 높아 고온 환경에서 열 흡수율은 높고 땀 생성능력은 낮아 열 배출이 더욱 어렵다. 생리적 적응 능력도 떨어져 성인보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열에 더 취약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는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호흡이 빨라지고 과도한 호흡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배출된다. 동맥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 호흡곤란, 어지럼증, 손·발이 저리고 마비되는 느낌, 실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중심 체온은 40도까지 상승할 수 있어 체온이 너무 높아지지는 않는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온열질환을 심각하지 않게 여겨 그대로 열에 방치하면 열탈진(일사병), 열사병 등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소아의 경우 중증 온열질환에 따른 증상이 성인에 비해 심해 더 위험하다.


열탈진은 중심체온이 37도 이상 40도 이하로 증가하면서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땀을 많이 흘리고 창백함, 근육경련, 가벼운 의식 혼미, 중등도의 탈수 증상을 인다. 이 경우 전해질 불균형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일부의 경우 열사병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열 탈진을 신속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열탈진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시원한 환경(자연 그늘, 냉방 차량, 에어컨이 설치된 건물)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원한 공간에서 과도한 의복은 벗기고 스포츠 음료 등 전해질을 함유한 찬 음료를 마시면 대부분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열사병은 체온 조절 중추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장시간 뜨거운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몸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열사병으로 진행되면 중심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발작, 정신착란, 환각, 운동실조증, 혼수상태 같은 더 중대한 신경학적 증상을 보인다. 심박수와 호흡이 빨라지며 구토와 설사도 동반될 수 있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의식이 저하될 경우 빨리 119에 신고해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

김명천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바깥 온도가 매우 높을 때는 바깥 활동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20∼30분마다 충분한 물을 마시도록 한다. 무더운 곳에서 활동할 경우에는 시작하기 전에 미리 물을 충분히 마셔주며 차와 커피나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옷은 땀 흡수가 잘 되는 가볍고 밝은색의 긴팔 옷을 입고 햇볕에 나갈 때는 모자나 양산을 쓰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특히 열사병이 의심되는 환자를 목격했다면 우선 환자를 그늘로 옮기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물에 적신 얇은 천을 환자 몸에 덮어주고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한다. 만약에 의식이 없다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어 물을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김명천 교수는 “과거에는 격렬한 실내 운동으로 인해 열사병과 근육파괴(횡문근융해증)로 응급의료센터로 이송 되어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실내에서도 격렬한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시원한 실내운동이라도 땀을 배출하지 못하면 중심체온 상승으로 인한 열사병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정성훈 교수는 “어린아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다”라며 “특히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뛰어노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초반에 증상이 가볍다고 무시하면 열탈진, 열사병 등 중증 온열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의 체온을 수시로 체크하고 물을 자주 마시게 하는 등 체온과 수분 관리를 꾸준히 해줘야 한다.

기자 프로필

국민일보 사회부에서 보건의료, 의학, 과학 보도를 맡고 있습니다. 암 등 질병예방, 금연, 자살 예방, 생명 윤리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