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정우택 ‘폭로 파일’ 누가 올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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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성매수 등 네가지 의혹 블로그 게재... 김병일, 이 모씨 등 용의자 “나도 해킹 당했다”

‘MB(이명박)맨’이라 불렸던 김병일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6월 24일 홍콩의 한 호텔에서 자살했다. 김 전 사무처장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대변인, 대통령직 인수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이 대통령의 사람으로 손꼽혔다. 그는 18대 총선에 충북 청주 흥덕갑에서 공천을 받았으나 친박(박근혜)계의 반발로 공천장을 반납했으며, 19대 총선에서는 그의 고향인 충북 청원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중도에 포기했다.

그의 자살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고인이 남긴 유서를 통해 그 원인을 규명해볼 수 있겠으나, 유가족들은 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다만 그가 자살 직전까지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점을 볼 때 그의 죽음이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해볼 뿐이다.

정우택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및 최고위원 후보가 5월 15일 새누리당 제1차 전당대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측근3인 범행 지목했으나 증거 못 찾아
그러면 그와 정우택 최고위원 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당시의 상황을 되짚어보자. 4·11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15일 포털사이트 야후 블로그(Crime to Guilty)에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청주 상당) 성매매 의혹’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제보자의 진술을 토대로 쓴 기사 형식을 취했다. Crime to Guilty는 정 후보와 관련, ①제주도에서의 성매수 의혹 ②청주 일식집 주인과의 특별한 관계 의혹 ③2010년 지방선거 때 불법적 선거자금 수수 및 배포 의혹 ④4·11 총선 청주·청원지역에서 정우택 후보에게 충성하는 후보들 추천 의혹 등 네 가지 의혹을 올렸다. 

이 글은 당시 청주지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여부를 떠나 글의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글의 내용이 정 후보와 관련이 없을지라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정 후보가 입증을 하지 않으면 공천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석호익 후보(경북 고령·성주·칠곡)가 과거 여성비하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되는 등 새누리당은 성추문 관련자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분위기였다.

정 후보 측은 서둘러 야후에 관련 블로그 폐쇄를 요청했다. 그리고 3일 후에 정 후보는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후 사이트에 글을 올린 혐의로 최측근인 손인석 새누리당 청년위원장과 허모 홍보보좌관, 양모 충북청년경제포럼 사무국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정 후보 측은 이들이 범행을 공모한 이유,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Crime to Guilty에 올린 의혹들은 “정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 회장 출신인 손인석 위원장은 2006년 지방선거 후 정우택 지사 인수위원을 지내는 등 정우택 최고위원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보좌했다. 또한 그는 정 최고위원 지지그룹인 충북청년경제포럼을 설립,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정 최고위원 옆 지역구인 청주 흥덕갑에 출마했으나 친박계에 밀려 공천에서 탈락했다. 

고 김병일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허모 보좌관은 정우택 지사 시절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담당하는 등 ‘정우택의 홍보맨’으로 통했다. 야후의 Crime to Guilty 사이트도 허모 보좌관의 요청으로 폐쇄됐다. 양모 사무국장은 충북청년경제포럼의 회계 등 살림살이를 맡아 했다. 이들 세 명은 모두 충북청년경제포럼 회원들이다. 지난 2007년 5월에 창립된 이 단체는 충북에 뚜렷한 인맥이 없는 정 최고위원을 지지하기 위한 조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청년경제포럼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이들의 충격은 누구보다 컸다. 허모 보좌관은 “내 스스로 ‘정우택의 남자’로 불리길 원했을 정도로 그분이 가시는 영광의 길에 밀알이 되고 싶었다”며 “그런 나를 어느날 갑자기 범인으로 고소했다는 것을 듣고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정우택 후보 측으로부터 받은 고소 자료를 수사해본 결과, 이들 세 명이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러자 정우택 후보는 이들 세 명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대신 정 후보 측은 사이트를 개설한 제3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허모 보좌관과 양모 사무국장이 정우택 최고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는 원희룡 전 최고위원 보좌관 출신
Crime to Guilty 사이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고(故) 김병일 전 사무처장이 이 사이트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기 때문이다. 김 전 사무처장은 이 사이트에 들어가 ‘좋아요’를 클릭하는 것으로써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동시켰다. 이에 따라 이 사이트의 존재를 청주 사람들이 알게 했다. 만약 그가 페이스북에 연동시켰다면 글을 고의로 퍼나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페이스북에 연동시킨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해킹을 통해 연동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월 말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홍콩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그의 변호인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는 사망할 당시까지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그는 경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고 귀국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미국에서 미국 국적으로 야후에 가입했으며, 홍콩의 IP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뜻밖에 저축은행 비리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사람은 한 중소기업 대표 이 모씨였다. 이씨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부탁으로 회사 명의를 대여해 160억원을 대출받게 해주고, 이 불법대출 내용을 같은 블로그에 올렸다. 이에 따라 이씨는 공갈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이 이씨의 블로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우택 최고위원과 관련한 의혹의 글을 발견한 것이다. 

새누리당 원희룡 전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인 이씨는 2006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옮겼으며, 2007년 대선 당시 손학규 후보의 외곽 지원그룹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씨 또한 검찰 조사에서 정 최고위원 관련 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이씨가 글을 올린 사이트에서 정우택 최고위원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 발견됐다”며 “하지만 이씨는 본인이 글을 올리지 않았으며, 해킹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충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씨를 포함해 여러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사이버수사대는 조만간 검찰의 협조를 받아 구속 중인 이씨를 조사할 예정이다. 충북 경찰청 목성수 사이버수사대장은 “최초로 Crime to Guilty 사이트를 개설한 사람은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며 “이 사건에 대해 주변의 관심이 많은 만큼 검찰 등과 협조를 통해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숨진 김병일씨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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