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강도높은 '대출한파'는 피했지만, 대출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담대는 5년 간 고정금리(연 2.4%)로 묶여 있지만, 신용대출 금리가 문제였다. 2년 사이 3.5%로 1.4%포인트 뛰었다. 이씨는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18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늘었다“며 “앞으로 임신 등으로 외벌이가 됐을 때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 지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낮은 금리로 손 쉽게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던 ‘이지 머니(Easy money)’의 시대가 저물며 영끌·빚투(빚내서 투자)족에게도 고난의 시기가 찾아왔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이달 14일까지 6개월 사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연 0.5%→연 1.25%)하는 등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다. 올해 안에 주담대 금리 연 6%, 신용대출 금리 연 5%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75~5.51%로 2020년 말(연 2.69~4.2%)보다 최고 금리는 1.31%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 연 3.57~5.07%)도 1년여 사이 1%포인트 넘게 오르며 5%를 넘어섰다. 신용대출(1등급ㆍ1년 만기) 금리는 같은 기간 연 2.65~3.76%에서 연 3.44~4.73%로 올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채 등 시장금리와 예ㆍ적금 금리가 올라 은행들이 대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오른다. 은행채 5년물(AAAㆍ무보증) 금리는 13일 연 2.41%에서 14일 2.49%로 상승했다. 이달 17일 발표되는 지난해 12월 기준 코픽스(COFIX)도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기준 코픽스는(신규 취급액 기준) 1.55%로 전달 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대출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현재까지는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가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보다는 낮지만 본격적으로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채 등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한 상태지만, 코픽스는 예ㆍ적금 금리의 반영 비율이 높아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서서히 반영된다. 더욱이 변동금리는 6개월, 1년 간의 코픽스 상승분이 누적돼 금리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이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금리 상승기 때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대출 상품이 유리하다”면서도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5%포인트 이상 낮다면 우선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뒤 금리 추이와 중도상환수수료를 따져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이달부터는 개인별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연간 원리금 합계가 연 소득의 40%(비은행권에서는 50%)를 넘을 수 없다. 올해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에 갖고 있는 대출자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어 일부 금액을 상환해야 갈아타기가 가능해진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이미 대출 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거나 갈아타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내년 이후 금리가 다시 내려갈 가능성도 높은 만큼 장기간의 평균 이자부담으로 본다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이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 상황에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고민하는 것보다는 대출을 줄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