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횡포에 뿔난 지역택시…“동백” “리본” 연합군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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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9.28. 오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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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택시 기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하며 시장이 사실상 독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택시 호출시장의 90%를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의 횡포가 택시업계는 물론 시민 피해로 이어지자 지역 택시들이 뭉쳐 자체 호출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부산과 인천, 익산, 수원에서는 지자체도 가세해 택시 호출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인천, 지역화폐 앱 활용한 플랫폼 추진
27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 초 지역 화폐인 ‘동백전’ 앱에 택시 호출 기능을 추가한 ‘동백택시’가 출범한다.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초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지역 택시조합과 지자체가 손잡고 기존의 지역 화폐 제도를 기반으로 택시 호출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국 첫 사례다. 부산시 택시운수과 관계자는 “지역 호출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이용자 접근이 쉬워야 한다”며 “동백전 가입자가 90만명인 만큼 동백전앱을 활용하면 이용자를 쉽게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백택시 호출 비용은 무료다. 택시기사가 부담하는 수수료도 무료로 책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카카오T의 경우 택시기사 수수료는 가맹 택시 월 매출 3.3%(12만~13만원), 비가맹 택시 월 9만9000원이었다. 동백택시의 대상이 되는 택시는 개인택시 1만3833대, 법인택시 1만316대 등 모두 2만2149대다. 대상 택시가 모두 가입할 경우 전국 최대 규모의 동맹체가 된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인천에서도 지역화폐인 ‘인천e음’ 앱을 활용해 콜택시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e음 가입자는 156만명에 이른다.

수원·익산·대구는 ‘공공형 택시 호출 앱’ 추진
수원은 지난 4월부터 택시 호출 공공 앱인 ‘수원e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주도하고 수원시가 지원해 개발한 민관 협업 플랫폼으로 호출비가 없다. 또 택시요금 자동결제 서비스를 신청하면 요금의 2%를 적립해준다.

출시 5개월 만인 지난 10일 현재 승객 5만4659명이 ‘수원e택시’에 가입했고, 택시 기사 4707명 중 4143명(88%)가 ‘수원e택시’에 가입한 상태다. 경기도가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2021년 적극 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익산과 대구에서도 시민과 택시업계 상생을 위해 ‘공공형 택시 호출 앱’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코나투스의 반반택시는 앱을 통해 자발적인 동승을 중개한다. 코나투스는 지난 4월부터 리본택시 사업도 맡고 있다. [사진 코나투스]
기존 콜센터 활용한 ‘리본택시’ 광주서 호응
광주를 시작으로 경남, 충북, 제주에서는 ‘리본택시’가 카카오T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리본택시는 지역에 산재한 전화 콜센터와 연계해 승객이 기존에 사용 중이던 전화콜로 택시를 호출하는 시스템이다. 승객이 호출을 하면 리본택시 기사 앱에서 콜 수신이 가능하도록 온·오프라인 시스템을 연동한 게 특징이다. 리본택시는 지난 4월 티원모빌리티를 인수한 반반택시 운영사 코나투스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광주 리본택시는 법인 택시 2311대로 시작해 광주 택시의 38%(3125대)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하루 평균 호출 건수는 2000~3000건으로 출범 초기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남에서는 지난 13일부터 리본택시가 운영 중이다. 창원·김해 지역 택시 6500여대 중 1020여대가 가입했다. 호출 비용은 무료이며, 택시기사에게는 올해 말까지 무료로 플랫폼을 제공한 뒤 월 5000원 정도의 이용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전국택시산업노조 대구지역본부 소속 택시기사 1000여명이 2019년 12월 4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지산동 대구시교통연수원 입구에서 DGT모빌리티 출범과 카카오T 블루 발대식을 반대하는 '택시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지자체가 유료화 막고 서비스 관리해야”
전문가들은 지역 택시 플랫폼이 장착되면 호출비를 유료로 전환하고, 택시 수수료 인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2015년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T는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2019년 유료화로 전환했다. 지난 8월에는 배차가 잘 되는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이용료를 최대 5000원까지 높이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철회했다.

동아대 도시공학과 김회경 교수는 “지역별 택시 호출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호출비는 물론 택시기사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반드시 일 것”이라며 “이때 지자체가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면 결국 또다른 카카오T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부산시는 동백택시 정착 후 택시 기사나 승객의 수수료를 인상하려 할 경우 반드시 시의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부산시 택시운수과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 권한을 시와 조합 등으로 분배해 지자체가 지속해서 개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동백택시 도입 초기 1년 동안은 무료로 운영하도록 현재 택시조합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와 연계해 택시 호출 플랫폼을 만드는 부산과 인천에서는 예산 고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동백택시는 동백전앱 이용자에게 결제액의 10%를 캐시백으로 지급하는데, 이럴 경우 캐시백 재원이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며 “재원 부족으로 캐시백 혜택이 사라졌을 때도 동백택시를 계속 이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회경 교수는 “지자체는 택시를 준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금전적 지원을 통해 공공 앱이 제대로 구동하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공공 앱에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가 택시를 주로 이용하는 시간대와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등 공공의 편익을 늘리는 데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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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서 부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믿음으로 성실히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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