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문닫겠다" 적반하장… 화난 엄마들에 기름 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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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0.24. 오전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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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70% 가입한 한유총 "우리는 오히려 피해자" 주장
학부모들 "교육자냐 장사꾼이냐"… 소속 유치원도 "지나치다"


지난 11일 부정·비리 유치원 1878개 명단이 공개된 지 보름이 가까워졌지만 학부모들의 불만과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서울·경기에서 시작된 학부모 거리 집회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런 데는 전국 사립유치원 4282개 중 약 70%가 가입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잘못된 대응이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유총이 사과나 반성보다는 "우리는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일부 한유총 소속 유치원들이 "폐원하겠다" "내년도 원아 모집을 안 하겠다"고 대응한 게 되레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이 자성하긴커녕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시위 나선 학부모들

21일 경기 동탄에서 학부모 500여명이 집회를 벌인 데 이어, 23일 오전엔 부산 지역 10여 개 학부모·시민단체 회원들이 부산교육청 앞에 모여 '비리 사립유치원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집회에선 한유총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얼마 전 한유총의 기자회견을 보니 교육자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저런 사람들이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우리 아이들이 교육받고 있다니 울분이 치솟는다"고 했다.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에 대한 엄마들의 분노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에 있는 연합회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고운호 기자

한유총은 유치원 감사 명단 공개 직후 비대위를 꾸리고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심려를 끼쳐 국민께 송구하다"면서도 "현실에 맞지 않는 회계·감사 기준 때문에 사립유치원이 '비리' 오명을 썼다"고 억울해했다.

비대위는 19~23일 5일간 총 7건의 보도자료를 냈는데 대부분 교육부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21일 발표한 '사립유치원, 교육 공무원보다 훨씬 반듯해!'라는 보도자료는 "2014~2017년 사이 징계받은 국가 공무원 중 교육부 공무원이 가장 많다"며 "교육부가 이런데, 사립유치원만 손가락질 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도 비리를 저지르는데 사립유치원 비리만 탓하는 건 잘못이란 논리였지만 반발만 더 키웠다. 엄마들은 "공무원과 사립유치원이 둘 다 문제인데, '공무원도 더러우니 사립유치원만 나무라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라디오 프로그램과 TV에 출연해 "사립유치원은 개인 사업자인데, 왜 학교법인과 같은 재무회계 시스템을 적용하느냐"고 주장한 것도 학부모들을 분노하게 했다. 인터넷 카페마다 "사과도 해명도 없고 돈, 돈, 돈 타령뿐"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이 위원장이 이사장을 맡은 경기 동탄의 L유치원이 22일 학부모들에게 "학부모들의 유치원 출입을 제한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돌린 것도 분노를 불렀다.

◇일부 유치원, "우리 뜻 잘못 전달" 성토

시·도교육청들은 25일까지 지난 4년간 감사에서 적발한 유치원 전체 실명을 각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한유총 비대위에선 유치원 실명이 공개될 경우 집단 휴업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총은 지난해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충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휴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비대위 행보에 대해 소속 유치원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유총 일부 지회는 집단 휴업 의견에 대해 반대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 지역 유치원 원장은 "비대위가 사립유치원 주장만 내세우면 잘하는 유치원까지 더욱 욕을 먹을 수 있으니 차라리 '앞으로 잘하겠다며 납작 엎드리자'는 원장이 많은데, 비대위 입장이 전체 유치원 입장처럼 보여 걱정이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부 유치원들은 내년 원아 모집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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