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등에게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사장은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삼성에 대한 반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2일 이 부회장과 최 전 사장 등이 서울중앙지검에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내자 검찰 내에는 당혹감이 감돌았다. 한 검찰 간부는 “삼성 입장에서는 심의위가 불기소 의견을 낸다면 좋은 것이고 설령 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기소까지 시간을 좀 번 것이니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손해볼 것 없다”며 “우리가 완전히 허를 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수사심의위가 만일 ‘검찰 수사가 부적절하니 불기소하라’고 권고하면 검찰이 이를 완전히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심의위가 열리기도 전에 검찰이 먼저 영장을 청구하면서 선수를 쳤다는 것이다. 다른 검찰 간부는 “수사팀에서 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 고심하던 차에 삼성에서 굳이 심의위 소집을 신청하면서 막다른 길로 몰고 갔다”며 “수사팀이 눈 뜨고 가만히 있을 순 없으니 당연히 타협점이 없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영장 발부 판단을 수사심의위가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여긴다. 수사심의위가 교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긴 했지만 검찰의 방대한 수사 기록을 다 볼 수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검찰은 통상 수사 규모와 보안 등을 고려해 수사 기록의 일부만 제공하고, 검찰 측과 변호인의 브리핑 시간도 약 30분 정도로 길지 않다. 심의위는 이를 종합해 하루만에 심의를 해야 하다보니, 사법부 판단에서 ‘튀는’ 결정을 하기가 어렵단 말이 나온다.
따라서 법원이 이 전 부회장 등의 혐의가 소명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의견을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수사심의위에서 검찰에 불리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검찰 수사 자체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다만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수사심의위의 심의 대상이 아니며 오로지 기소 여부만 판단하기 때문에 이번 영장 청구와 심의위원회는 원칙적으로는 별개”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사팀은 영장 청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윤 총장과 이복현 부장 등이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논의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각 될 거라 판단했으면 영장을 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급 검사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영장이 기각될 때와는 수사가 진전된 정도와 상황이 확실히 다르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이미 이틀 전에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부장을 거쳐 윤 총장에게 영장 청구 보고가
를 올렸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피의자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이전에 이미 검찰총장에게 승인을 건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격적인 반격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특정할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수사를 2년 가까이 끌어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태한 대표의 구속영장이 지난해 5월과 7월 두 차례 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다.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본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모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두 차례 검찰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사라ㆍ강광우ㆍ이가영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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