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판매, 주민센터 아닌 약국 왜···"주민 소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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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8. 오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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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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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약사 청원… '영화표 예매처럼' 하게 해달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충남 논산시의 한 농협하나로마트 출입문에 공적 마스크 판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김성태 기자
9일부터 마스크 판매 5부제가 시작된다. 출생연도에 따라 구입 가능한 요일을 지정하고, 해당 요일에 약국을 방문해 신분증을 확인하고 1인당 2매의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마스크 대란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조치다.

하지만 마스크 판매 5부제를 앞두고 일선 약국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주민센터를 통해 판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왜' 주민센터는 안될까

행안부 관계자는 "공적판매처 대상에 주민센터를 넣는 방안은 정식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면서도 주민센터를 통한 판매안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주민자치센터 등 정부기관에서 한정된 물량을 '배부'가 아닌 '판매' 방식으로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마스크를 일괄적으로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판매'를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실제로 한 주민센터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전산입력 판매 시스템(포스 단말기)이 구축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중복구매'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면서 실제 업무 현장에서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지난 5일 판매하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전날 늦은 저녁부터 코스트코 세종점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한 시민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텐트까지 설치했다. 연합뉴스

결국 문제는 '공급 부족'

배부가 아닌 판매가 주민센터를 제외한 요인이라고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공급 부족'이란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마스크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주민센터를 통해 한정된 물량을 배부가 아닌, 판매를 하면 '주민 소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물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판매처와 똑같이 하루 100~200장을 판매하다 마스크가 떨어지면 시민 동요가 예상된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줄서기를 덜 하는 방식'도 고려 대상이다. 대부분의 동네엔 주민센터가 있지만 없는 곳도 존재한다. 법정동(法定洞)과 행정동(行政洞) 차이 때문이다. 법정동은 법으로 정한 동(洞) 개념이다. 1910년대 행정구역을 구분하면서 고유지명을 법정동으로 바꿨다. 주민등록증 등에 쓰여있는 '동'이 법정동이다.

반면 행정동은 '행정'을 위해 구분한 것으로 법정동과 별개다. 일반적으로 행정동 당 주민센터 1개를 설치하는데, 인구가 많다면 한 법정동에 여러 개 주민센터를 둘 수도 있다. 반대로 인구가 적으면 법정동 여러 개를 통합해 하나의 주민센터에서 관리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5184만2627명이다. 주민센터는 2018년 12월 기준 2994개다.

행안부는 "주민센터를 공적 판매처에 포함해달라는 주민들의 건의가 많지만, 줄을 덜 서게 하기 위해 5부제를 도입한 만큼 주민센터 판매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복구매자를 확인하기 위해 명부를 대조하다보면 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원자재 부족으로 마스크 공급을 충분히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주민센터를 판매처로 추가하는 것은 실익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표 예매하듯 해달라"
충북 오창에서 약국을 하는 한 현직 약사는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현재 약국에 마스크 1일 공급량은 250장으로, 한명이 2매씩 구매하면 125명이 살 수 있다"고 했다.

이 청원자는 "신분확인, 전산입력, 계산 설명 과정을 거치면 최소 2분은 걸리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4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약국이 약사 1인 근무가 많고 규모도 영세하다"며 "처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분 확인 및 판매를 영화표 예매하듯 집에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는 "중복 구매 관련 데이터베이스는 DUR(약국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로 돼 있으니 신분 확인 및 계산을 집에서 '앱'으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어 "어차피 마스크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5부제를 시행해도 못사는 사람은 다른 약국을 발품 팔아야 한다"며 "현 상황처럼 약국을 돌아다니면서 수량 확인하는 과정을 없애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자는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우신 분들에 한해 60세 이상분들은 주민복지센터에서 나눠달라"며 "각 읍면동장님들이 취약계층을 챙길 수 있게 소량이라도 분배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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