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 친문 맘카페서도 "조국 사퇴" 62%… 회원들 "이제 숨통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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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10. 오전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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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결과에 회원들도 깜짝 "극성 지지자 300명이 여론 선동해와"
침묵하던 중도 네티즌 나서… '조극기부대' 등 비판적 단어도 등장


친문 네티즌이 여론을 주도해온 여성 커뮤니티 '레몬테라스'에서 지난 3일 '조국에 대한 나의 생각은?'이란 주제로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 참여자 약1500명 가운데 62%가 '즉시 사퇴'를 선택했다. /'레몬테라스' 캡처

'(조국 법무장관이) 검찰 수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거짓과 위선의 행동만으로 지금 사퇴해야 한다.'(927표·61.8%)

'조국 일가는 거짓이 전혀 없이 아주 청렴결백하다.'(355표·25.67%)

회원 수 304만명의 네이버 결혼·육아 정보 공유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에서 최근 진행된 '조국에 대한 나의 생각은?'이라는 제목의 투표 결과였다. 이 카페는 최근 '조국 게이트' 국면에서 조 장관 비판 글 작성자를 집단으로 린치하고, 운영자가 강제로 회원 자격까지 박탈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투표 결과에 놀란 회원들이 한나절 만에 댓글 1100여 개를 올렸다. "저 같은 침묵자가 많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극성 지지자 300명이 지금껏 여론을 선동하고 있던 셈" 등이었다.

지금껏 친문(親文) 성향으로 분류돼 온 국내 대표적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최근 이와 같은 '이상 기류'가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주부들이 주로 이용하는 '82쿡'도 마찬가지다. 조 장관 문제에 대해 7일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했는데, 처음에 달린 347개 댓글 대다수가 '조국 사퇴'였다. "익명 투표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따라 ID가 공개되는 게시판에서 재투표가 실시됐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댓글 687개가 달렸는데, 이 중 50여개만이 조국 지지 댓글이었고 그나마 28개는 동일 인물 것이었다. 회원들은 '검찰 개혁 지지하고, 일제 불매 운동하지만 조국은 반대한다' '반대 글 올리면 무조건 알바, 토착 왜구로 몰아가는 것 지긋지긋하다' 등의 댓글을 적어 올렸다.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스포츠 커뮤니티 'MLB 파크'에서 6일 진행된 투표에서는 조 장관 반대표가 1096표로 찬성 표(106표)의 10배였다.

그간 국내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조 장관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쓰면 '신고'를 당하거나, 비난 댓글에 시달리거나, 강제 탈퇴를 당하는 일이 잦았다. 이 때문에 회원들 스스로도 "믿을 수 없다"며 재(再)투표를 거듭하고 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 각 사이트에서 벌어진다.

레몬테라스의 경우 첫 투표 이후 수차례 비슷한 투표를 실시했는데, 조 장관 지지가 절반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투표 기간이 몇 시간에 불과해 보수 진영 알바들이 몰려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또 다른 네티즌이 투표 시간을 하루 종일로 바꿔봤다. 질문을 '검찰 개혁에 적합한 인물은, 윤석열vs조국?' 등으로 바꿔서 진행도 해봤다. 하지만 번번이 조 장관 반대가 우세했다.

조 장관을 옹호하는 표는 꾸준히 300~400표 정도에 머물렀다. 아예 질문을 바꿔 '조국 장관이 왜 좋은가?'라고 투표를 부쳐 '사법개혁 적임자' '잘생겼는데 신념도 있어서' '문프픽(문 대통령 선택)이라서' 등의 항목을 만들기도 했다. 여러 항목에 중복 투표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 역시 최다 득표가 500표를 넘지 못했다. 그러자 요즘 친문 네티즌은 "투표 자체가 음모" "온라인 투표를 우리가 일부러 패스한(건너뛴) 것" 등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간 침묵하던 다수의 중도 네티즌은 점차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 장관 극성 지지자들을 '태극기부대'에 빗댄 '조극기부대', 극성 여성팬 비하 단어인 '빠순이'에 빗댄 '조빠' '조순이' 등의 단어가 사이트 내에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중도 침묵파는 고립을 피하기 위해 주변 목소리에 따라 의견을 갖고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힘의 균형 변화를 감지하면 반대로 이동하는 추세를 나타낸다"며 "한번 '조국 반대'로 기울기 시작한 민심은 향후 같은 방향으로 급격히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아리 기자 usimj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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