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기획] 대구 인구 순유출 지방 1위 "부산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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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26. 오전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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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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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인구 순유출 통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대구와 부산. 네이버 지도


대구가 지난 8월 전국에서 서울에 이어 인구가 가장 많이 빠져나간 도시로 밝혀졌다. 인구가 많은 서울이 원래 바로 옆 경기 등으로 인구 순유출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전국 지방 도시 가운데 순유출 1위를 기록한 셈이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대구 인구는 전체 인구의 0.9%인 1천925명이 빠졌다. 총전출(2만5천451명)이 총전입(2만3천526명)보다 그만큼 많다. 서울이 7천410명 빠진 데 이어 광역시도 가운데 2위이다. 3위는 1천897명이 빠져나간 부산이다.

반면 경기에는 지난 한 달 간 1만5천703명이 순유입됐는데, 이는 독보적 전국 1위이다. 2위가 같은 기간 1천568명 순유입된 세종이고, 강원(309명 순유입)·제주(242명 순유입)·충북(137명 순유입) 등 이들 5개 광역시도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광역시도는 인구가 빠져나갔다.

▶이게 지난 달 얘기만은 아니다.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얘기다.

대구 인구는 지난 2018년 한 해 1만4천명이 순유출됐다.

경북도청이 이전한 안동·예천 등 직장인들의 근무지가 있는 인근 경북으로 간 비율이 전체 순유출의 49.8%를 차지해 가장 많았는데, 이어 순유출 2위 지역이 서울(13.8%), 3위 지역이 경기(13.3%)였다.

다른 대부분 지방 광역시도의 1, 2, 3위 인구 전출지에 서울·경기, 그리고 인접 광역시 하나가 포함되는 점과 다를 건 없다.

또한 이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긴 하지만, 최근 들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인구 유출을 막으려는 정책이 계속 시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는 점은 눈길을 모으는 부분이다.

대구에서는 2008년 1만3천명, 2013년 1만1천명, 2017년 1만2천명, 2018년 1만4천명 등 매년 1만여명이 꾸준히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 1만명 밑으로 순유출 규모가 낮아진다면, "선방했다"며 신문 1면 톱 뉴스가 될 상황인 것.

▶부산은 대구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2008년 3만5천명, 2013년 1만8천명, 2017년 2만8천명, 2018년 2만7천명 등 대구의 2~3배 순유출 규모를 곧잘 보인다.

사실 대구와 부산은 매달 유출 인구수를 두고 지방에서 1, 2위를 다투는 '안습'한 사이이다. 지기 위해 애써야 하는 이 경쟁에서 지난 7월에는 부산이 대구를 이겼다. 부산에서 1천924명, 대구에서 1천788명이 빠져나갔다. '도긴개긴'이긴 하다.

▶반면, 집값 안정을 이유로 추가 신도시 사업이 여럿 이뤄지고 있는 경기는 인접한 서울, 인천, 강원, 충남, 충북 등을 비롯해 대구와 부산까지 모든 지방의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는 '괴물'에 비유할 수 있다. 2008년 10만1천명, 2013년 7만4천명, 2017년 11만6천명, 2018년 17만명이 순유입되는 등 매년 중소도시 1~2개가 생성되는 모습이다.

서울과 경기는 상호 전입과 전출이 엄청난 규모로 발생하는데, '서울→경기'가 '경기→서울'보다 좀 더 많아(2018년의 경우 '서울→경기' 57만명, '경기→서울' 46만명, 즉 11만명 차이) 경기의 순유입 '+' 통계도 끊임없이 작성되고 있다.

▶순유입 '+' 특이 사례는 바쁜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오는 일명 '제주살이' 수요를 꾸준히 유입하고 있는 제주이다. 제주는 2008년만해도 2천명이 빠져나갔는데, 이게 반전돼 2013년 8천명, 2017년 1만4천명, 2018년 9천명이 순유입됐다. 또한 정부청사가 들어선 세종이 2017년 3만5천명, 2018년 3만1천명 등 꾸준히 인구가 늘고 있다.

▶그러면서 대구 인구는 2010년 251만2천명으로 정점에 올랐던 게 2018년 246만2천명(8년만에 5만명 감소), 2019년 8월 현재 244만6천명으로 거스르기 좀체 힘든 감소세에 있다.

부산 인구도 대구와 같은 2010년 356만8천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것이 2018년 344만1천명(8년만에 12만명 감소), 2019년 8월 현재 342만3천명으로 감소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대구와 부산이 가진 대한민국 3대 도시 타이틀도 장기적으로는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대구는 인구만 따지면 인천보다 적어(2019년 8월 현재 인천 인구는 295만6천명으로 대구보다 51만명 더 많다) 4대 도시로 밀려났다. 다만 대구는 영남 거점 도시의 영향력 때문에 인구와 상관 없이 3대 도시로 불리고 있는데, 인구가 계속 빠지면 현재 가진 영향력 역시 잃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대구 인구의 200만 붕괴 및 부산 인구의 300만 붕괴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에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감소세까지 더해져, 불과 수십년 뒤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어 좀 더 시간이 지나선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 및 베드타운 경기·인천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메트로폴리탄(대도시 광역권)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황희진 기자 hh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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