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레스 장로 "평신도들이 돌아가며 주일 설교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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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03. 오전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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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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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시내에서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울리세스 소아레스(61) 장로를 만났다. 그는 십이사도 정원회 멤버다. 교회의 최고지도자 15명 중 한 사람이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의 미국 내 회원 수는 668만 명(2018년 12월 기준)이다. 세계 200여 개국에 1631만 명의 회원이 있다. 그중 멕시코(100만 명)를 포함한 남미의 회원 수만 약 800만 명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태어난 소아레스 장로는 미국 백인 중심으로 꾸려지던 십이사도 정원회 사상 첫 남미 출신이다.

울리세스 소아레스 장로가 동시통역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가난하고 힘겨웠던 젊은 시절, 복음서에 있는 예수의 말씀은 내게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20대 초반에 결혼한 소아레스 장로의 젊은 시절은 무척 가난했다. 자신이 먼저 대학 공부를 마치고, 이어서 부인이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 갓난 아기가 울 때가 문제였다. “아기를 안고서 아내가 수업을 듣는 강의실 건물로 갔다. 그리고 창문으로 아기를 건네줬다. 그럼 아내는 강의실 뒤쪽으로 가서 모유수유를 했다. 수유가 끝나면 다시 아기를 받아서 집으로 왔다. 그때는 분유를 살 돈도 없었다.”


Q :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당시 ‘예수’는 당신에게 무엇이었나.

A : “‘희망’이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나는 복음서에서 ‘희망’을 찾아냈다. 우리는 모두 ‘필멸(必滅)의 삶’을 살지 않나. 결국 무너지고 마는 삶이다. 그럼에도 삶은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다. 나는 이 ‘필멸의 삶’을 통해 슬픔을 겪고, 그걸 통해 배우기 위해 인간이 지상에 왔다고 믿는다.”


Q : 필멸의 삶, 그 바탕 위에서 몰아치는 슬픔과 고통은 감당하기 벅차지 않나.

A : “벅차다. 그래서 내게는 ‘예수’가 필요했다.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속죄의 권능’은 예수의 부활에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슬픔에도 똑같이 작동한다. 우리의 모든 슬픔에 말이다. 반드시 소멸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에는 슬픔과 시련이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동시에 희망도 있다.”


Q : 성경을 읽는다고 누구나 희망을 찾아내는 건 아니다. 무엇이 필요한가.

A :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듣는 일’이다. 우선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말씀을 조금씩 조금씩 더 깊이 알아가면 된다.”

울리세스 소아레스 장로는 "하나님의 속성을 본받고, 우리의 성격도 그분처럼 되도록 매일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Q : 브라질에서 2년간 선교사로 일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A : “선교사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만 퇴짜를 맞을 때도 많다. 어떤 집을 방문했는데, 며칠 전에 딸이 자살했다고 했다. 부모는 출구가 없는 절망에 빠져 있었다. 저와 동료는 ‘딸의 영혼이 영원히 살 수 있고, 언젠가 부활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아들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는 자살한 영혼도 구원받을 길이 있다고 본다). 그 말을 했을 때 안도하는 그분들의 표정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나는 19세의 청년이었다. 선교사 경험은 내게 ‘새로운 눈’을 주었다. 숱한 사람이 절망하고 또 희망을 찾는 과정을 보면서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이 달라졌다. 선교사 경험은 내가 삶을 더 포용하고, 더 헤아리고, 더 공감하는 사람이 되게 했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의 설교 방식은 독특하다. 성직자가 설교하고, 교인들이 듣기만 하는 식이 아니다. 교회 감독을 포함해 모든 회원이 돌아가며 똑같은 횟수로 안식일(주일)에 설교를 한다. 다시 말해 평신도들의 설교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모든 종교의 성직자 수가 급감하는 요즘, 어찌 보면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방식이다.


Q : 설교 시스템이 무척 인상적이다. 교회 회원이 모두 돌아가며 설교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A : “우리는 교회의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 존재로 성장한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려면 각자 행동을 해야 한다. 교회에 가만히 앉아 있다고 제자가 되는 건 아니다.”

소아레스 잘로는 십이사도 정원회에 속한다. 12사도는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의 최고 지도자가 될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최승식 기자


Q : 가령 한 달 후에 설교를 맡은 교회 회원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통상 그 한 달을 어떻게 보내나.

A : “그 사람은 기도와 금식을 통해 영감을 구하며 설교를 준비한다. 때로는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의 기도와 묵상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또 특정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 회원에게 감독이 이와 관련한 설교 주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그럼 그 사람은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깊어지고, 더 성장하게 되더라.”


Q : 당신도 그런 주제를 받고 설교한 적이 있나.

A : “물론이다. 당시 나는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윤택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그럴 때 우리는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고, 모든 문제의 답을 다 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찬다. 그때 내가 받은 설교 주제는 ‘겸손’이었다. 그 설교를 준비하며 나는 한없이 무너졌다.”

이 말끝에 소아레스 장로는 눈물을 글썽였다. “당시 일을 생각하니 감정이 솟구친다”며 그는 안경을 벗고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Q : 흔히 교회의 담임목사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대신 설교하는 부목사가 더 잘할까 봐 긴장한다. 사찰도 마찬가지다. 주지 스님이 자리를 비울 때 부주지나 재가자가 법문을 더 잘할까 봐 겁을 낸다. 그래서 좀체 설교할 기회를 주지 않기도 한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는 어떤가. 평회원이 교회 감독보다 설교를 더 잘할까 봐 두려워하는 일이 없나.

A : “하하하, 그런 일은 없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설교는 기본적으로 교회를 위한 회원들의 자발적 봉사다. 영어는 내게 네 번째 언어다. 모국어는 포르투갈어, 제1외국어는 스페인어, 제2외국어는 프랑스어다. 그다음이 영어다. 나는 영어로 설교를 하려면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 제 곁에 있는 빈슨 장로님은 미국인이다. 영어가 모국어다. 그가 나보다 영어로 설교를 더 잘한다. 그게 내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설교에서 각자가 가진 것을 최선을 다해 내놓을 뿐이다.”

소아레스 장로는 "같은 눈높이인 평신도가 교회에서 설교할 때 갖는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Q : 만약 어떤 회원이 설교를 너무나 훌륭하게 했다. 그럼 그걸 바라보는 다른 회원들은 어떻게 느끼나.

A : “‘저 사람이 저렇게 한다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또 설교를 잘한 사람에게 가서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서로 돕고 서로 지지한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는 직업적 성직자가 따로 없다. 평신도들이 직장 생활을 하며 교회를 꾸린다. 또 교회 중책으로 부름을 받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교회로 와 봉사를 한다. 의무는 아니다. 소아레스 장로도 브라질에서 회계사이자 성공한 사업가였다. “내게는 아주 멋진 은퇴 이후의 계획이 있었다. 나는 그걸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십이사도로 봉사하라는 교회의 부름이 왔다. 십이사도가 되는 건 전혀 나의 계획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부름에 순종했다.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

동대문이 내려다보니는 곳에 소아레스 장로가 서 있다. 그는 "한국 사람이 무척 친절하고 소박하다. 한국이 좋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소아레스 장로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십이사도 정원회 멤버는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의 최고지도자인 회장이 될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 현 회장이 타계하면 선임 사도, 즉 십이사도 중 가장 먼저 부름을 받은 사람이 후임 회장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거대한 조직임에도 승계 과정에 아무런 잡음이 없다. 그는 “도착한 첫날부터 김치를 먹었다. 맵지 않은 맛 김치도 좋았지만, 매운맛 김치도 아주 좋았다. 남미의 매운맛과 통한다. 나는 이 나라가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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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고 볶는 우리의 일상이 최고의 선방이요, 수도원입니다. 일상의 교실에서 길어올린 너와 나의 지혜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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