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A씨는 평소 아이와 함께 자주 찾던 이비인후과에서 최근 이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진료를 잘 하던 곳으로 소문난 곳이었지만 수년간 코로나19(COVID-19) 탓에 형편이 어려워졌겠거니 생각했다. 방문 때 마다 늘 아이 손에 막대사탕을 쥐어주던 의사가 생각났다.
지난해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폐업 사례가 5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인 확진자 수는 8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늘어난다. 지난 두 달간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하며 상당한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의료계의 또 다른 모습이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00병상 미만 병원 중 204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5년 최고치로 지난해 폐업한 병원은 코로나19 국면 1년째이던 2020년 보다도 111곳 급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장기적 매출 감소가 배경이라는 것이 의료계 해석이다. 이비인후과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이비인후과만 74곳이었다. 비강이나 구강의 확인이 필수적인 이비인후과 특성상 코로나19 충격이 컸다. 특히 지난해 2분기 기준, 전국 이비인후과 의원 2570곳 중 약 75%가 코로나19 환자 방문을 이유로 방역조치됐다.
황찬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회장은 "진료 특성상 비강과 구강의 확인은 어쩔 수 없는데, 이비인후과 의사가 방역 지침을 모두 준수했더라도 확진 환자가 다녀가면 의사가 줄줄이 자가격리 당했다"며 "확진자 방문 병원으로 낙인 찍혀 환자 방문도 끊겨 경영상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원 폐업 규모는 이비인후과 보다도 컸다. 지난해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120곳이었다. 2020년에는 이보다 많은 154곳이 문을 닫았다. 이처럼 의료계 전반의 상황이 어렵다 보니 지난해 개원한 전체 병원 숫자는 86개로 처음 100개 밑으로 내려갔다. 폐업 숫자가 개원 숫자를 넘어선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병원은 올해 오미크론 대유행 시작과 함께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속항원검사 한 건당 5만5920원의 한시적 건강보험 수가를 받게 되서다. 하루에 신속항원검사로만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를 전한 기사에는 "한달만 일해도 벤츠 뽑는다"는 댓글 등이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가 수입은 감염병 국면 2년간 누적된 병원 경영난을 감안하면 일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장기적 경영난 탓에 문을 닫는 병원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 전언이다.
확진자 진료 최 일선을 담당한 가운데 확진된 의료인 숫자도 늘어난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에 신고된 코로나19 확진 의료인은 8000명을 넘어섰다. 확진 후 사망한 의료인도 15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의사 본인이 감염되면 병원 운영은 더 힘들어진다.
병원이 신속항원검사 최일선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비정상적 감염병 국면이 끝나야 병원도 정상화 된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는 올해 초부터 의료체계 붕괴가 우려된다며 유행이 진정될 때 까지 방역완화를 중지해야 한다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1월 17일부터 지난달 까지 총 네 차례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했다. 유행 정점 도달전에 연이어 방역을 완화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방역정책이었고, 이 사이 확진자 수가 급증해 일선 병원이 신속항원 검사를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