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과로사 이어지는데…국회도 정부도 ‘증원 논의’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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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6.20. 오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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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집배원 과로사’ 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우정노동조합이 20일 대전 한국병원에서 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강아무개씨의 사망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인력 충원과 주52시간제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당진우체국 집배원 강아무개(49)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일 강씨의 부검 결과 사인은 뇌출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뇌출혈은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뇌·심혈관계 질환이다. 강씨의 과로사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우정노동조합은 이날 강씨의 빈소가 차려진 대전 한국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배원의 죽음의 행렬을 멈추려면 인력 증원과 완전한 주 5일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7월9일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 철폐 및 과로사·자살 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 등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2천명 증원 등에 합의하고도 예산을 핑계로 집배원을 늘리지 않았다”며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집배원 과로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는 노동시간 자체가 절대적으로 긴 탓이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추진단)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최종 보고서를 보면, 집배원들은 하루 평균 11시간6분, 연평균 2745시간을 일해 일반 노동자(연평균 2052시간)보다 연간 87일(693시간)을 더 일했다. 연간 초과근무 시간으로 보면 토요일 근무(하루 평균 6시간)가 4분의1가량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추진단은 올해 정규직 집배원 1천명 증원, 토요일 배달 폐지 또는 월~금·화~토로 근무체계 이원화를 권고했었다. 우정사업본부도 이 권고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회에서 관련 예산을 삭감해 집배원 증원은 물거품이 됐다. 전국 집배원(정규직, 비정규직 합계)은 모두 1만6846명(4월 기준)으로, 2017년(1만6697명)과 별 차이가 없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택배원을 1112명 늘려(4월 현재 4014명) 집배원의 노동시간과 업무량을 줄였다고 주장한다. 택배원은 우편물과 택배를 모두 배달하는 집배원과 달리 택배만 담당하는 이들로,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물류지원단을 통해 위탁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추진단이 보고서에서 밝힌 노동시간은 이미 택배원과 업무 분담을 하던 상황에서 조사된 것이다. 게다가 위탁 택배원은 예산이 적은 우체국에선 물량을 적게 배정받거나, 또 다른 택배업체와 단가를 대폭 낮춘 금액으로 계약을 맺어 일감을 뺏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애초 추진단은 합의와 관련해 이행점검단을 꾸리고, 분기마다 한차례 회의를 열어 이행실적을 평가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회의는 지난 3월 한차례에 그쳐, 합의 이행을 촉구할 장치마저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노총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집배노동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한 노동계 인사는 “추진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기구라, 제도화된 기구에서 집배원 문제를 다루겠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빠진 상황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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