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넘게 폭등한 전셋값 쏙 빼고… 재계약 증가만 내세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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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22. 오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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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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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1년… 홍남기 자화자찬전셋값 4억대→ 6억대 27.5% 상승엔
“강남4구 일시적 가격불안” 진단 내려
갱신 끝나면 오른 시세로 집 구해야 해
“전월세 시장은 임대제도 활성화 필요”

“임대차 3법 시행 후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 혜택을 누렸음을 확인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임대차 3법 시행 1주년 성과를 이렇게 선전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핵심으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지난해 7월 31일 시행돼 어느덧 1년을 맞았다. 임대차신고제(부동산거래 신고법)도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임차인이 이 법의 혜택을 누린 근거로 서울 100대 아파트 임대차 계약 갱신율을 들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지난해 8월부터 올 5월까지 이 아파트들의 임대차 계약을 조사해 보니 갱신율이 77.7%에 달했다는 것이다. 임대차법 시행 전 57.2%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는 게 홍 부총리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전셋값이 폭등한 건 쏙 뺀 채 갱신율만 내세워 효과를 포장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 2678만원이었다. 1년 전 같은 달 4억 9148만원에 비해 무려 27.5%(1억 3530만원)나 상승했다. 재작년인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진 전세가격 상승률이 6.3%(2892만원)에 그쳤다. 지난 1년간 상승률은 최악의 전세대란 해로 꼽히는 2016년(2015년 6월~2016년 6월) 상승률 18.2%보다 월등히 높다.

홍 부총리도 이런 전셋값 폭등을 의식한 듯 “최근 강남 4구의 일시적 이주 수요 등으로 촉발된 일부 가격 불안도 있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도 2억 5249만원에서 3억 1413만원으로 24.4%(6164만원)나 뛰었다. 전셋값이 갑자기 이렇게 오른 건 임대차 3법의 부작용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혼이나 분가로 새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국민은 현실감 떨어지는 정부의 자화자찬에 분통을 터뜨렸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서울 신도림에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김모(31)씨는 “1년 전만 해도 30년 넘은 20평 아파트는 4억원대 중반이었는데, 지금은 5억 5000만~6억원에도 구하기 힘들다”며 “홍 부총리 발언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고 분개했다. 홍 부총리는 “임대차 3법의 효과는 (안정된 가격으로 재계약을 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갱신계약자까지 함께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계약갱신권을 행사한 기존 세입자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이 끝나면 결국 폭등한 시세로 새집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에만 매몰돼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며 “전월세 시장은 당장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하지 못하면 가격을 잡을 수 없는 만큼 임대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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