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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덕수를 만나는 팀은 초반 점수를 내주면 이기긴 힘들겠다는 생각 한다. 뒤에 양창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야구계의 오승환 이라 보면 된다.”
제 71회 황금사자기 결승전을 지켜보던 한 스카우트는 이렇게 말했다.
<#>양창섭은 서울권 1차 대상자들(안우진 ,박신지,성동현)이 불참한 가운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 , 황금사자기 2회 연속 MVP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제 70회 결승에서 4-2로 마산용마고를 물리치고 정상을 차지했던 덕수고가 1년 뒤 다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상대를 7-3으로 물리치고 통산 여섯 번째이자 2연패를 달성했다.
대회 개막 이후 ‘어느 팀이 우승을 할까?’ 스카우트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했는데 열의 아홉은 덕수와 마산용마고를 꼽았다.
그 외 경남고와 경북고가 언급되기도 했으나 앞서 두 팀을 지목한 후였다.
예상대로 기대대로 두 팀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과연 ‘덕수의 2연패’ 일까 아니면 ‘마산용마고의 첫 우승이냐’ 두 가지 경우의 수에 다들 50대 50 이라며 예측하기 어렵다며 했다.
그 중엔 ‘그래도 덕수 아니겠냐' 며 6대 4 정도로 손을 들어줬다.
<#>자주 우승을 해서인지 매년 반복되는 사진으로 느껴지는 덕수고 우승 기념 사진. 선수만 바뀔 뿐 유니폼의 잔상과 미소는 항상 그대로다.
* 하늘의 뜻? 대진과 일정 모두 유리했던 덕수고
전년도 우승팀으로 자동 출전권을 이미 확보했음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주말리그 7전 전승을 거두고 참가한 덕수고는 광주제일고(8-3), 군산상고(13-5), 상원고(4-0)를 연이어 격추시키고 4강에 합류, 광주동성고를 맞아 10회 연장승부치기 끝에 5-4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경상권 B조에서 5전 전승을 거두고 참가한 마산용마고는 한 경기를 더 치러야 했다.
개막 이틀째 날 껄끄러운 유신고(3-1)를 눌러 이기고 마산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상경, 사흘 간격으로 청담고(9-4)와 율곡고(9-1)를 차례로 이겼고 경북고와 3시간35분의 대혈투 끝에 9회 말 끝내기 적시타로 7-6 신승을 거두며 4강에 안착했다. 준결승 상대는 투타가 탄탄한 경남고. 팽팽한 투수전 양상에서 5회 이상혁(3학년.좌익수)의 투런 홈런에 힘입어 2-1로 승리 결승에 진출했다.
덕수는 결승까지 4경기, 마산용마는 5경기를 치렀다. 한 게임을 더 했다는 것은 그만큼 피로도가 높았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8강부터 마산용마고는 타지에서의 불편한 잠자리를 감수해야 했다.
반면 덕수고는 서울권의 유리함을 누리면서 대진운도 무난했다. 무엇보다 첫 상대 광주제일고전에서 앞서 2명의 투수가 조기 강판되면서 에이스 양창섭이(3학년.우완)이 3회부터 93개의 볼을 던져 다음 상대 군산상고전에 대한 부담감이 컸으나 우천으로 하루가 연기되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8강-준결승 사이에도 하루 쉴 틈이 있었다.
어떤 스포츠든 흐름을 탄다. 특히 학생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고비를 넘기면서 강해지고 집중력이 배가 된다.
덕수는 광주동성고와의 준결승에세 3-3 동점을 허용하며 승부치기까지 가는 위기를 넘겼고 마산용마고는 첫 상대 유신를 제압하며 이후 한숨을 돌린 뒤 준결승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 경남고를 1점차 이겼다.
한마디로 올라올 팀이 올라온 빅게임 그 자체였다. 평소 결승전은 현장에서 관전하는 스카우트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날은 달랐다. 봐야 할 선수들이 있어서였기 때문이지만 두 팀의 한 판승부를 현장에서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 3루 덕수고 응원단과 1루 마산용마고 응원단
* 두 팀 나란히 사이드암을 선발 선택
마운드의 높이는 비슷했다.
양창섭이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불펜과 마무리로 나서고 김동찬(3학년.우완),박동수(3학년.사이드암),백미카엘(3학년.좌완)이 돌아가며 선발로 나왔다.
덕수고는 결승전에서 박동수를 투입했다. 박동수의 이번 대회 선발 성적은 군산상고전 3이닝 4실점(2자책)이었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중간계투로 나왔다.
전날 광주동성고전에서 3번째 투수로 나와 4이닝 1실점(1자책)으로 호투했으나 75개의 투구수가 문제였다. 그러나 정윤진(덕수고)감독은 가장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준 그를 선택했다.
<#>왼쪽 부터 덕수고 3학년 박동수-김동찬-백미카엘
마산용마고 마운드는 이승헌(3학년.우완)-이채호(3학년.사이드암)-박재영(3학년.좌완)이 돌려가며 선발과 마무리로 나섰다.
전날 박재영이 5이닝 동안 21명의 타자를 맞아 3피아타 3사사구 10탈삼진 1실점(무자책)으로 호투를 펼쳐 팀의 결승행을 이끌었던 터라 이승헌-이채호 둘 중 한명이 선발로 출격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드래프트 1라운드 후보 이승헌이 초반에 비해 불안한 모습을 보여 김성훈(마산용마고)감독은 일단 이번 대회 5경기 출전 3승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인 이채호를 내세웠다.
그나마 이승헌 보다 볼 구위가 좋고 힘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 이승헌-이채호-박재영. 활용 가능한 투수가 셋이라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되는 마산용마고 .그러나 패배의 아쉬움 때문인지 이들은 표정은 굳어 있었다.
마산용마고는 지난해 덕수에 비해 응원석을 많이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11대의 버스로 재학생 1,2학년들을 총출동 시켜 1루 관중석을 채웠고 NC는 2년 연속 응원단장과 응원도구를 제공해 연고팀 지원에 나섰다.
경기 시작 전부터 두 팀의 응원전은 뜨거웠다. 오랜만에 고교야구의 진수를 맞볼 것 같다는 설렘을 안겨줬다.
* 기대 보다 싱겁게 끝난 리턴매치
선공에 나선 용마고은 1회 선치점 찬스를 잡았다. 전날 결승 투런홈런의 주인공 1번 타자 이상혁(3학년.좌익수)가 볼카운트 3-1에서 중견수 앞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이어 강동권(3학년.유격수)우전안타, 유진성(3학년.우익수)이 볼넷을 기록했으나 중간에 2루주자 견제사와 폭투 도루 등으로 1사 2,3루 상황으로 바뀐 시점에서 4번 오영수(3학년.3루수)등장. 그는 이번 대회 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졌다. 계속된 파울 타구로 끈질긴 승부를 펼치다 우측으로 날아가는 큰 타구를 날렸으나 이것이 우익수 글러브에 잡혔고 박수현(2학년.2루수)이 투수앞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20여분이상이 소요된 공격은 무의미로 끝났다.
1회 말공격에 나선 덕수고는 1번 김민기(3학년.2루수)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갔고 3번 이인혁(3학년.우익수)가 팀 내 첫 안타를 만들며 1사 2.3루기회를 잡았으나 후속타 불발로 공격을 끝냈다.
1회와 달리 박동수는 2회 안정감을 찾아 3타자를 간단히 막아냈고 덕수타선은 선취점 첫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회말 선두타자 남영재(3학년.2루수)가 좌전안타로 나가 도루에 성공 2루 베이슬 밟았고 양홍영(2학녀.좌익수)의 평범한 내야땅볼 타구를 3루수 오영수의 실책으로 주자와 타자가 모두 살아 무사 2.3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용마고는 두 타자를 잡으며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김민기에게 2루수 앞 내야안타 타구를 허용, 1-0 덕수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3회가 넘어가면서 양 팀은 투수를 교체했다.
용마 선발 이채호는 3회 1사 1루에서 이승헌으로 바뀌었고 덕수 박동수는 3회 2개의 탈삼진과 뜬공으로 3타자를 간단히 마무리했으나 4회 2사 1.2루 상황에서 백미카엘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좌완으로 최고구속 142km/h까지 던지는 백미카엘은 내야 땅볼로 타자를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결정적으로 균형이 깨진 것은 4회였다. 덕수는 선두타자 양홍영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 이어 보내기번트로 2루에 있던 주자는 폭투로 3루에 안착했고 김동욱(3학년.유격수)의 적시타로 2-0. 계속된 찬스에서 김민기가 3루수 키를 넘기는 내야안타, 신승환이 몸에 맞는 볼로 베이스를 채웠고 이인혁의 우전 적시타에 이어 윤영수(3학년.포수)가 보내기 번트 타구로 2명의 주자가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또한 그 사이 3루까지 진루한 이인혁이 상대 투수 폭투로 다시 한 점을 보태 총 5점. 스코어가 6-0으로 벌어졌다.
5회 용마고는 유진성(3학년.우익수)의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2점을 만회한데 이어 연속 볼넷 두 개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으나 상대 3번째 투수 양창섭이 출격 다음 타자 김현우(2학년.포수)이 외야 뜬공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용마고는 6회 2개의 안타와 희생플라이 타구를 양창섭에게 뽑아내며 한 점을 더 만회했으나 여기까지 였다.
7회 선두타자가 안타로 출루했으나 4-6-3으로 병살타구로 흐름이 끊겼고 9회 상대 유격수 김동욱이 연속 2개의 실책으로 2명의 주자가 나갔으나 이후 3명의 타자를 양창섭이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3시간 32분간의 혈투는 막을 내렸다.
* 용마의 패인은 1회 찬스 살리지 못한 것?
경기 종료 후 김성훈 감독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한동안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할 만큼 1루 덕아웃엔 아쉬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고개 숙이지 마라. 잘했다. 여기까지 온 것도 잘 한 거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음 대회에서는 더 좋은 모습 보이자. 수고했다.”
김성훈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처럼 짧게 머리를 자리고 와 눈길을 끌었다. 우승을 향한 강한 집념을 드러낸 것이다.
“1회 (오)영수의 타구가 조금만 옆으로 빗겨 갔으면 됐는데 잡히는 거 보고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잠시 머뭇거리다) 참 우승 어렵네요.”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면 2회나 4회에 수비 실책은 없었을 것이라며 모자를 눌러 썼다.
앞서 치른 5경기에서 용마의 수비실책은 모두 5개. 그런데 결승전에서 무려 4개를 기록했다. 더구나 모두 실점과 연결되었다는 것은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났고 더불어 집중력이 저하되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2개의 홈런을 기록한 오영수와 감투상을 수상한 이채호
고교야구는 초반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 프로야구처럼 후반 극적인 역전극을 펼치는 경우는 드물다. 토너먼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일이 없다. 앞서고 있어도 번트 작전이 펼쳐지고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를 마무리로 내세우기 때문에 게임이 뒤집히긴 힘들다.
학생야구에서 선취점은 주도권 장악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용마고의 1회 공격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만 하다.
* 불방망이 4번 타자의 깜짝 보내기 번트
덕수고는 3-0으로 앞서던 4회 전날까지 타율 5할 3푼3리를 기록하던 4번 타자 윤영수(3학년.포수)에게 보내기 번트를 주문했다. 이 타구로 3루 주자 뿐 만 아니라 2루 주자까지 홈으로 파고들면서 2점을 추가했다.
이 순간 정윤진 감독은 우승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피곤함이 역력한 정윤진 감독
“팽팽한 접전을 예상했는데 4회 번트로 2점을 더 달아나면서 잡을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다들 잘 해줬지만 (박)동수를 칭찬하고 싶다. 선발을 누구로 할까 고민 많이 했는데 동수가 역할을 다해줬다. 동수와 미카엘이 최대한 버텨준 것이 큰 힘이 됐다.(양)창섭이가 계속 나가겠다고 우겨 5회에 올렸는데 사실 1이닝 정도 뒤에 내보냈어야 했다. 전 게임 다 던졌기 때문에 후반기 주말리그 땐 엔트리에서 빼고 푹 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취재진 뿐 만 아니라 동문 재학생 학부모 등에게 함께 사진 촬영 부탁을 받은 양창섭 . 겨우 틈을 내 가족과 한 컷.
양창섭은 이번 대회 5경기(23.1이닝)동안 343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5승 평균자책점 1.17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황금사자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지난해엔 주로 선발로 나와 3승 평균자책점 0.43을 기록했고 김재웅(현 넥센소속.좌완)이 마무리로 활약한 바 있다.
생애 한 번도 하기 힘든 전국대회 MVP를 양창섭은 2년 연속 차지했다.
이는 1983-1984년 광주일고 외야수 박준태(전LG코치)의 수상 이후 33년만이다.
* 희비가 교차된 목동구장의 밤, 두 팀 모두 칭찬해 ~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시상식 행사에서 덕수고 선수단은 상대 팀 개인상 수상자를 향해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마산용마고 선수들에게서는 허탈감과 피곤함이 얼굴 뿐 만 아니라 몸 전체에서 느껴졌다.
덕수고 동문과 재학생 관계자들이 그라운드 안으로 몰려와 기쁨을 함께 했고 용마고 선수단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단체사진을 찍는 등 분주했다.
<#> 최다득점상 수상자 윤영수와 수훈상을 받은 김민기
3일부터 15일까지 12일간 이곳에서 많게는 하루에 4번씩 환희와 눈물이 엇갈렸다. 하지만 이제 2017 첫 전국대회가 끝났을 뿐이다.
아쉽게 패한 팀은 다음을 기약하면 되고 실수를 했거나 부진했던 선수들은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실력을 재평가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된다.
오는 21일(토)부터 후반기 주말리그가 개최된다.
다시 시작이다. 모두 모두 파이팅 !
남겨두기 아까운 사진 몇 장 실어 봅니다.
<#> 98회 졸업생 이영준(넥센.좌완)과 지난해 이 무대에서 우승기를 들었던 강준혁(고려대1.내야수)-김재웅(넥센.좌완) -박건우(고려대1.우완)등 꽤 많은 덕수 출신 선수들이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았다.
<#> 우수투수상을 받은 박동수의 부친 박종복씨는 부동산 전문가로 방송계에서 입담 좋은 패널로 활약중. 3형제 중 둘째인 박동수가 자신을 닮아 배짱 좋고 활발한 성격이라며 호투하며 팀의 우승의 보탬이 된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밤 11시가 다되가던 시간에도 양창섭은 팬들의 성화에 숨 돌릴 틈이 없었다. 학교 후배들이 사인을 요구하자 그는 '내일 3학년 7반으로 와. 그때 해줄게' 라고 말했다. 양창섭이 7반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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