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총영사관 폐쇄, 독해진 美…그 판 설계자는 중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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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3. 오후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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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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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뛰어넘는 초강경 대중 정책 뒤엔
폼페이오 장관의 중국정책 수석 고문,
화인학자 위마오춘이 자리해
중국 공산당과 인민 구분할 것을 강력 주장
미국, 대중 정책의 ‘국보’로 떠받들지만
중국에선 “거짓 학자”, “간신” 맹비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중국 내에서 “악독하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혹독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 방문 금지 방안을 논의하는가 하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대해선 72시간 내 폐쇄하라고 전격 통보했다.

미국의 예상을 뛰어 넘는 중국 때리기 배후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중국정책 수석 고문인 화인 학자 위마오춘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선 ’국보“라는 말까지 듣는다. [중국 바이두 캡처]

상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강수가 이어지며 중국은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중국은 그때마다 “미국이 미쳤다”고 비난하며 “반격하겠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대응의 틀을 갖추기도 전에 미국은 또 다른 중국 때리기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강경 조치 배후에 '미국에선 국보, 중국에선 간신'으로 불리는 화인(華人)이 있다. 올해 58세의 위마오춘(余茂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중국정책 수석 고문이다.

최근 미 워싱턴타임스에 실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그의 중국정책 수석 고문인 위마오춘의 모습. 폼페이오 장관은 위마오춘을 ’우리 팀의 핵심“이라고 부른다. [워싱턴타임스 캡처]

위마오춘의 사무실은 폼페이오 장관 집무실에서 불과 몇 걸음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국으로부터 “인류의 공적”이란 비난을 듣는 폼페이오 장관은 위마오춘을 가리켜 “우리 팀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의 도전에 직면해 이 팀은 내게 우리의 자유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와 관련해 건의한다”고 위마오춘의 역할을 평가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위마오춘 선생은 국보”라고까지 추켜세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위마오춘 선생은 국보“라고까지 추켜세운다. 또 민주와 전제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위마오춘이라고 스틸웰은 말한다. [뉴시스]

매튜 포틴저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위마오춘을 트럼프 정부 외교정책 대오의 “보배와 같이 귀중한 자원”이라고 칭찬한다. 미 워싱턴타임스와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배후에서 지휘하는 인물이 바로 위마오춘이다.

1962년 8월 중국 충칭(重慶)에서 태어난 위는 청소년기 광란의 문화대혁명 10년 세월을 겪었으며 1979년부터 1983년까지는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다닌 적 있는 톈진(天津)의 난카이(南開)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매튜 포틴저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위마오춘을 트럼프 정부 외교정책 대오의 ’보배와 같이 귀중한 자원“이라고 칭찬한다. [중앙포토]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남서쪽에 위치한 스와스모어 칼리지에서 석사 학위를, 1994년엔 캘리포니아 버클리분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해 미 해군의 교관이 돼 동아시아와 군사역사를 강의했다. 현재 미 요직에 그의 학생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고 한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 국무부 산하 정책기획실에서 근무하게 된 위마오춘은 지난 3년 동안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전략을 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참모로,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게 한 장본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5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대중 정책 수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위마오춘이 지난 97년 낸 저서 『중국 내 미국 스파이』의 표지.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어를 모국어로 배운 위마오춘은 중국이 구사하는 외교 용어에 현혹되지 말라고 주장한다. 베이징이 자주 쓰는 “솽잉(雙嬴, 윈윈)”이나 “상호 존중” 같은 말은 한어(漢語) 중의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케케묵은 소리로 귀담아듣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위는 미 정부가 70년대 말 베이징과 수교한 이후 미·중 관계를 자기 뜻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과시한 게 잘못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트럼프 이전 미 대통령들이 저지른 실수는 대중 정책을 짜면서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정부는 위마오춘의 조언에 따라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위마오춘은 대중 정책 수립 시 중국의 반응이 어떨 것인가는 고려하지 말라고 한다. 오직 미국의 국익만을 생각하라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위마오춘은 “먼저 미국의 최우선 국가이익이 뭔지부터 따져야 했었다”고 말한다. 이를 토대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미 정부의 역대 대중 정책 중 최대 착오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미 고위 관리가 중국 공산당 정권과 중국 인민을 구분하지 않은 채 “중국인”이라 통칭한 건 잘못이라는 이야기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시 주석”이 아닌 “중국 공산당 총서기”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최근 ’중국 공산당 총서기“라 부른다. 중국 공산당원과 중국 인민을 구분해야 한다는 위마오춘의 영향을 받아서다. [로이터=연합뉴스]

얼마 전 미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 방문 전면 금지 방안 검토’ 보도에선 위마오춘의 입김을 느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전통적으로 인민을 물, 공산당원을 물고기에 비유한다. 위의 주장은 물고기를 물에서 떼어놓으려는 것이다.

위마오춘은 또 미국은 그동안 대중 정책을 수립하면서 베이징의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실제로 중공 정권의 핵심은 취약하며 자신의 인민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최근 미국의 잇단 강수에 크게 당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때릴 때마다 반격하겠다고 말하지만 일일이 대응하기도 바쁜 상황이다. [중국 신화망 캡처]

위는 현재 미 정부에서 “중국에 대한 백과사전”으로 통한다. 반면 중국에선 위를 “간신(漢奸)”이라 부른다. 중국의 좌파 싱크탱크인 쿤룬처(昆仑策) 연구원은 “난카이대학이 어떻게 이런 배은망덕한 인물을 낳았나”라고 개탄한다.

환구시보 총편집 후시진(胡錫進)은 “미국의 악독한 대중정책이 이 화인(華人)으로부터 나왔다. 20대 초반 중국을 떠날 때 그의 머릿속엔 서방에 대한 숭배만 가득했을 것”이라며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을 받은 거짓 학자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통보를 국제법을 위반한 일방적인 정치 도발이라 비난하며 중국도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현재 전개되는 미·중 싸움은 어찌 보면 '화인(華人) 대 화인'의 구도다. 트럼프 집권 이후 중국은 미국의 예상 밖 강수에 크게 고전하며 “우리가 미국을 모른다”고 개탄해 왔는데 실제로 알고 보니 미국의 배후엔 화인이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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