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 이수현 추모비 방문, 일본 젊은이와 대화
총리실 관계자는 “경축사절 한국 정부 대표로 방문해 아베 총리를 만나는 만큼 회담을 갖는 건 적절치 않다”며 “타국과 동등하게 10~15분 내외의 면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4일 오전에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외양은 경축사절 대표지만 이 총리의 이번 방일은 한·일 관계의 변곡점 마련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 만큼 22~24일 이 총리의 2박 3일 일정은 일본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회동, 일본 국민들과 소통하는 스케줄로 촘촘하게 짜였다.
이 총리는 22일 오전 일본에 도착해 오후 1시 도쿄 왕궁(황거)에서 거행되는 일왕 즉위식에 남관표 주일 대사와 참석한다. 즉위식에는 각국 대표 한 두 명만 입장하며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즉위식은 30분 간 거행되는데, 아베 총리의 축사와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화답이 진행된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내외빈만 2500여 명이 참석해, 즉위식에서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따로 대화를 나눌 시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고려대 무역학과를 휴학한 뒤 도쿄에서 공부하던 유학생이었다. 당시 신오쿠보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중 선로로 추락한 일본인 취객을 발견, 몸을 던졌지만 전동차에 치여 26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는 한·일 우호의 상징 인물이다.
방일 둘째 날인 23일, 이 총리는 짧게는 20분 단위로 움직이며 총 8개의 일정을 소화한다. 오전 7시30분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과 조찬을 시작으로,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 등을 만난다. 모리 전 총리는 이 총리의 별명을 부를만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모리 전 총리는 현재 도쿄올림픽 경기대회조직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어 이 총리가 내년 8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고,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저녁에는 아베 총리 내외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유창한 일본어를 하는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환담을 나눌 가능성도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아베 총리를 포함해 일본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피력하고, 강제징용·수출규제 등 현안에 대해서도 한국 측 입장을 적극 설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본에서도 반한 감정이 커지고 있는데, 일본 젊은이들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도 각별히 신경 써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