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되새기자? 길 잘못 고른 '다크 투어리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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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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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픈 역사를 되새기자며 지자체들이 만들어 놓은 관광지도 있습니다. 대구에 있는 순종 어가길이 대표적인데요. 지자체는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다시 찾는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을 내세우며 만들었지만,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친일을 부추긴다' 이런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익신 기자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기자]

대구 달성공원 앞에 우뚝 선 순종 동상.

1909년 순종의 남순행을 기념해 만든 것입니다.

당시 순행은 일제의 실권자 이토 히로부미가 순종을 앞세워 반일 감정을 누르기 위해 기획했습니다.

실제로 순종은 일본 제복을 입고, 신사까지 참배했습니다.

대구 중구는 2년 전 '다크 투어리즘'을 내세워 동상을 포함한 '순종 어가길'을 조성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역사왜곡'이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은경/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위원 : 태평성대 임금의 상을 세움으로써 남순행을 기획한 이토 히로부미의 취지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그런 동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동상 바닥이 욱일기 문양을 떠올린다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구청측은 철거 계획이 없다며 홍보의 문제라고 일축했습니다.

[김대홍/대구 중구 도시재생팀장 : 문화해설사라든가 홍보활동 등을 통해서 점점 우리가 당초의 목적대로 이미지를 각인시켜 나가도록 노력하는 방향이 있고…]

포항 구룡포에 조성된 일본인 가옥거리.

일제 때 풍요롭던 일본인에 비해 착취받던 우리 상황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조성됐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수탈의 기록은 없습니다.

[김영숙/구룡포근대역사관 해설사 : (수탈 관련한 자료는 따로 모아 두신 데가 없나요?) 이런 팸플릿 정도밖에
없고요. (여기 수탈 관련된 내용도 혹시 들어가 있나요?) 없습니다.]

관람객에게는 구룡포가 일본 어민의 엘도라도였다는 문구만 기억에 남을 뿐입니다.

[관람객 : 구룡포 (일본인) 모임 관련해서 영상이 있는데, 70~80세 분들이 고향 추억 생각하시면서 말하시는 거 보니까 좀 짠하긴 했었어요.]

역사적인 고민없이 만들어낸 '다크 투어리즘' 또다른 '흑역사'로 남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조익신(cho.iksin@jtbc.co.kr) [영상취재: 황현우 / 영상편집: 홍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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