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가 무슨 죄?… 국회에 발목 잡힌 '청약시스템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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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08. 오전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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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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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둘을 키우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올초 전세 재계약을 했다. 2년 후 전세계약이 종료되면 새아파트에 입주하려고 분양계획을 세웠다. 직장과 가까운 곳에 분양 예정단지 2개가 있어 분양가 등의 조건을 비교하며 대기하고 있었는데 최근 분양일정이 연기되더니 결국 한군데는 모델하우스 문에 '분양 미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20년 만에 아파트 청약업무와 시스템이 민간기관인 금융결제원에서 정부기관 산하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되는 과정에 끊임없는 잡음이 발생해 분양을 준비하던 건설사들도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내집 마련을 준비 중인 실수요자들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당초 오는 10월 청약업무 이관과 청약시스템 개편을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법안 처리 문제로 다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청약업무를 수행하던 금융결제원과 한국감정원이 업무를 놓고 밥그릇싸움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관련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장혼란 가중에 불필요한 예산 낭비 펑펑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회에 계류된 주택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 관계부처 등과 청약업무 이관시기의 연기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에 청약업무 이관을 내년 2월1일자로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금융결제원은 2000년부터 청약통장 가입자의 전산망인 아파트투유 시스템을 운영했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새아파트 청약을 희망하는 무주택자가 늘어나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국민 2명 당 1명꼴인 2500만명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청약업무 이관계획을 발표, 불법청약자 검증과 청약업무의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청약경쟁률을 조작하는 행위 등을 막고 부정당첨자 사후관리를 강화해 부적격당첨자를 줄인다는 이유다.

한국감정원이 청약통장 가입자의 금융정보를 취급하려면 법 개정을 통해 권한을 부여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당초 청약 1·2순위 확인과 같은 관련 금융정보를 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을 계획이었으나 금융위는 유권해석을 거부, 관련법의 개정이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관련법인 주택법 개정안이 논의되지 않았다.

앞서 금융결제원은 아파트투유 시스템의 이관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한국감정원이 61억원의 예산을 들여 별도 청약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번 청약업무 이관 연기에 대해서도 금융결제원 노조는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여 여전히 난관이 예상된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국토부의 청약업무 이관 연기를 규탄하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당초 오는 10월 새 청약시스템을 시행할 경우 최소 한달 이상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봤다. 국토부는 실수요자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청약업무 이관에 따라 2~3주간 입주자모집공고 등의 일부 업무가 중단될 수 있지만 중단기간을 최소화하고 일정을 사전고지해 국민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 청약시스템 오픈이 지연되면 청약정보 제공서비스도 함께 지연돼 청약 예정자들이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금융결제원은 지난해에도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반영하기 위해 1~2주간 청약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청약업무가 중단된 바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가 규제로 후분양을 시행하거나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인데 청약 중단 시 예비청약자들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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