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수사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 간 마찰음이 커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된 지 불과 40여 일 만이다. 5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같은 날 대검찰청이 맞대응을 했다. 법무장관에 대한 사전보고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공방이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과거 사례는 어떠한지 살펴본다.
장관 "사전보고해야…중요 사건 장관이 지휘"
박상기 장관은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 3일 검찰이 조 후보자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하기 전, 미리 보고를 받았냐는 물음에 "사후에 알게 됐다. (사전에) 보고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압수수색) 보고를 (사전에) 하고 장관은 수사를 지휘하는 게 논리에 맞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압수수색을 시작했고 조 후보자의 2~3일 기자간담회 직후 정경심 교수 관련 압수수색을 하며 수사를 이어가는 검찰에 대해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검찰 "독립성 현저히 훼손"
이어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해 수시로 수사지휘를 하고 이를 위해 수사 계획을 사전 보고받는다면 청와대는 장관에게, 장관은 총장에게, 총장은 일선 검찰에 지시를 하달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수사 사법행위의 독립성이 현저히 훼손된다"고 강조했다.
'사전·사후 보고' 구체적 규정 없어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가능할까. 검찰청법 제8조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총장은 구체적인 사건과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지휘·감독하고, 장관은 법무 행정을 담당하는 만큼 수사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총장을 통해서만 최소한의 사건에 대해 보고받고 지휘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무장관이 보고를 받는 구체적인 경우는, 법무부령에 따른 검찰보고사무규칙을 따른다. 이 규칙은 '각급 검찰청의 장이 상급 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동시에 보고'하도록 규정하며, 보고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사후 보고' 등 시기에 대한 명시는 없다. 즉, 사전 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보고 안 한 게 잘못이라 보기 어렵다"
조 후보자 관련 압수수색을 법무장관에게 사전 보고해야 했는지 현직 판사들에게 문의했다. A판사는 "압수수색(압색)이 되고 나서 수사 전반의 방향에 대해 향후 수사를 진행하며 보고하는 것 외에 압색을 청구할 때마다 보고하는 건 안 했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압색 보고 후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 중요 사건을 일일이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허락 맡으란 것은 법무부 장관이 위에 군림해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B 판사는 "법무부 입장에서 서운할 수 있겠다"면서도 "압색 같은 경우는 하기 전 보고도 가능하고, 압색을 한 다음도 보고가 가능하지 않겠느냐.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일 것 같고, 일률적으로 보고를 안 한 게 잘못이라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수사지휘 사례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문제는 예민한 사안이다. 현 정부의 초대 정무수석이었던 전병헌 전 수석 관련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가 진행될 때도 당시 지검장이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 내용을 법무부는 물론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법무장관이 수사를 지휘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검찰청법 8조에 의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의 사례가 유일하다.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은 당시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수사하라'는 지휘를 내렸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고, 김종빈 검찰총장이 끝내 항의성 사표를 던졌다.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이명박 정부 당시 벌어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할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할 것이냐를 두고 법무부와 검찰이 충돌했으나, 실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되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검찰은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이에 대한 여파 속에 채동욱 당시 총장은 퇴진했다. 이때 국정원 사건 수사를 총괄한 팀장이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김문영 기자]
▶네이버 메인에서 '매일경제'를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매콤달콤' 구독 ▶무궁무진한 프리미엄 읽을거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