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내 앞에서 무릎” 경찰대생, 결국 퇴학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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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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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대 학생이 현직 경찰관에 폭행·모욕

지난달 22일 밤, 한 젊은이가 현직 경찰관에게 폭언을 쏟아냈습니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 실랑이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 다름 아닌 '경찰 꿈나무'였습니다.

경찰대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박 모 씨가 술에 취해 서울 영등포구의 한 피시방에 도착한 것은 22일 밤 10시 50분 쯤입니다. 피시방을 향하던 박 씨는 문 앞에 누워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박 씨를 옮겼습니다.

당시 CCTV를 보면 경찰관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온 박 씨는 다시 한번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곧 경찰관 여러 명이 더 출동하고, 잠시 후에는 아예 업히다시피 해서 밖으로 나옵니다. 박 씨는 밖으로 나가서도 한참동안 난동을 피웠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5년 뒤 내 앞에서 무릎 꿇어야 할 것이다"
"내 밑에서 기어 다니게 해 주겠다"

이날 출동한 경찰관들은 모두 순경과 경장급이었습니다. 일선 지구대 등에서 현장 업무를 담당하는 직급입니다. 경찰 간부를 양성하는 경찰대학교 학생인 박 씨는 졸업과 동시에 경위로 임용됩니다. 지구대 팀장이나 파출소장에 해당합니다. "5년 뒤 내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라는 박 씨의 말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 "재학생이 현행법 어겨" 퇴교 조치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 씨의 이런 소망은 실현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박 씨는 지난 4일 경찰대에서 퇴학 조치됐습니다. 경찰대는 재학생이 현행법을 어기면 퇴학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대는 "'경찰대학 학생생활규범'상 퇴학 사유에 해당하며, 학생 징계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퇴학 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를 모욕죄와 공무집행방해죄로 수사해 오던 서울 영등포경찰서도 수사를 마무리하고, 지난 3일 사건을 재판에 넘겨 달라는 의견을 달아 서울남부지검으로 넘겼습니다.

당사자 박 씨는 사건 다음 날 KBS와 만나 "다리에 힘이 풀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목격자들이 적지 않았고, 건물 CCTV에도 박 씨의 행동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습니다.

당시 박 씨 부모님은 "그런 일 전혀 없다"며 "피해자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폭행과 모욕을 고스란히 감내한 영등포서 중앙지구대의 경찰관들은 물론, 밤낮없이 궂은 일을 감내하고 있는 전국의 많은 일선 경찰관들은 이 사건을 지켜 보면서 내내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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