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10대 때 가정부 성폭행 시도했다”…인권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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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31. 오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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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적 농담과 막말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10대 때 가정부를 성폭행하려고 한 사실을 밝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9일(현지 시각) 민다나오섬 타바토주 키다파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자신이 고등학생 때 가톨릭 신부에게 가정부를 성추행한 사실을 고해성사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밝혀진 카톨릭 신부들의 성범죄를 비판하면서 이 사실을 밝혔다.

그는 당시 잠든 가정부의 방에 몰래 들어가 그를 성추행했다. 가정부가 잠에서 깨자 방을 나왔으나, 다시 되돌아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톨릭 신부에게 이 사실을 고백했는데, 그 신부가 오히려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18년 12월 29일 필리핀 민다나오섬 타바토주 키다파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궁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톨릭 교회 내 성범죄를 언급하며 "우리가 (죄를) 고백하는 동안 그들(신부)은 우리를 만진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가톨릭 교회를 향해 국정에 깊이 관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AFP는 이날 그의 발언이 가톨릭 교회를 저격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인구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나라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거에도 교황에게 심한 욕설을 날리거나 "신이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해 반발을 샀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필리핀 내에서는 그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필리핀 여성단체 대표 ‘가브리엘라’는 30일 성명을 내고 "이 최근의 자백은 그(두테르테 대통령) 자신 뿐만 아니라, 그가 현명하고 정당하게 나라를 이끌 것이라고 믿었던 국가 전체에 수치심을 줬다"며 "그는 자신의 직책을 맡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했다. 교사와 교육계 종사 여성을 대표하는 필리핀 정당인 ACT의 대변인은 "두테르테의 자백이 역겹다"고 맹비난했다.

노동단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특히 필리핀 여성 근로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필리핀 여성들 중에는 특히 해외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가정부를 성범죄 대상으로 삼았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그들의 신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 노동자 권익단체 센트로의 대변인은 필리핀 인터넷 언론 래플러와 인터뷰에서 "그런 비열한 행동을 정상인 것처럼 말하는 건 국내외 모든 필리핀 근로자들과 모든 여성들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 측은 즉각 사태 진화에 나섰다.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30일 성명을 내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가톨릭 사제들의 성학대 사실을 과장하기 위해 재미있는 일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가톨릭 신부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거에도 성적인 막말과 농담, 성추행 등을 일삼아 비판을 받아왔다. 2016년 필리핀 대선 유세에서 그는 1989년 교도소 폭동 사건 당시 성폭행 후 살해당한 호주 출신 여성 선교사의 외모를 언급하며 "내가 먼저 (성폭행)했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군인들에게 "여성 공산 게릴라는 죽이지 말고 성기를 쏴라"는 지시 내렸다. 지난 8월에는 한 연설에서 "아름다운 여성이 많아 성폭행이 증가한다"며 성범죄의 원인을 여성의 외모와 연관짓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았다.

[이선목 기자 letsw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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