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는 제재 않고 궤변만…망언 당사자들은 기세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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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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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보수층 결집만 좇다가 위기 자초하는 한국당
ㆍ김병준 “보수의 다양한 의견”…김진태 “유공자 명단 공개를”
ㆍ김무성 “황당무계” 서청원 “사과해야” 당내서도 비판 쏟아져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비대위원들이 11일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회의실로 걸어가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이 ‘5·18 모독 망언’ 파문으로 심각한 위기상을 노출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역사적 사실 왜곡과 피해자 모독에 대해 ‘유감’과 ‘의견 다양성’이란 궤변 사이를 우왕좌왕하고, 망언 당사자들은 군색한 변명 속에 오히려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등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수습은커녕 민심에 불을 지르면서 파문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당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권영진 대구시장)는 탄식이 나온다. 보수층 결집만 좇다가 오히려 당의 정상적 공론과 기능이 사실상 정지상태인 셈이다.

한국당 지도부는 ‘5·18 망언’에 대해 유감이라면서도 ‘다양성’이란 이름으로 ‘5·18 북한군 개입설 국회 공청회’ 주최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일종의 당내 소수 의견, 다양성의 일환으로 소화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정당 안에 여러 스펙트럼과 견해차가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자체가 보수정당의 생명력”이라며 “우리 당의 문제이니 다른 당은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답변이 논란이 되자 추가 설명자료를 통해 “당내 구성원 모두가 완벽히 하나의 생각(견해)을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아울러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징계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미로 ‘스펙트럼’ ‘다양한 의견의 존재’라고 표현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대한 진상파악을 지시했다고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 9일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한국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으나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투톱’이 ‘북한군 개입설’을 ‘다양한 해석’ ‘다양성’이란 범주에 넣어 용인한 것으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몰이해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본격 출범을 앞두고 ‘본질 흐리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병길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북한군 개입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만에 하나라도 순수한 민주화 희생자 이외에 정치적 고려로 희생자로 둔갑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분명히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을 규탄하며 해당 의원들의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망언의 당사자들은 오히려 기세등등했다. 김진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여야 합의로 제정된 5·18 진상규명법은 북한군 개입 여부를, 진상을 규명하게 돼 있었고, 공청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면서 “국민 혈세가 들어갔으므로 우리는 알권리가 있다. 이번에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김순례 의원은 사과 입장문을 통해 “제가 이야기한 부분은 오로지 5·18 유공자 선정과 관련해서 허위로 선정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군색한 해명을 내놨다.

당내에서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망언 의원들을 향해 “황당무계한 주장을 입증하는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못하면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며 “결자해지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시대착오적 ‘급진 우경화’ 멈춰야 한다”고 직격했다.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인 서청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객관적인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일부 의원들이 보수논객의 왜곡된 주장에 휩쓸렸다고 생각한다. 해당 의원들은 이 기회에 이런 생각을 바로잡고 국민 앞에 간곡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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