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국회는 지체없이 법관 ‘탄핵소추’에 나서라 / 노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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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17. 오후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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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일
변호사·헌법학박사

법관대표회의. <한겨레> 자료사진.
어떻게 시민이 주권자가 되는 진정한 공화국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서민에게 정의를 실현하는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 것인가? 국가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집단으로 얽혀 있으므로 해법이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하여 끊임없이 회의하는 인간에게서 더 진정성을 느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절대진리는 없으며, 토론을 통하여 정의를 만들어가야 한다.

1987년 이후의 민주화 과정에서 기득권 양대 정당과 재벌, 언론, 행정관료, 사법관료 등은 별다른 혁신 없이 우리 사회의 지배체제로서 유지돼왔다.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사법관료를 개혁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탄핵은 현직만 대상이어서 전 대법원장 양승태는 빠져나갔지만, 고위직에 재직 중인 판사들 몇명이라도 탄핵하는 최소한의 조치가 없다면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사법부 독립은 법관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건국 후 이제까지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재판 독립에 대한 침해는 모두 정치권력이 자행한 것이다. 소수의 의로운 판사들이 4차에 이르는 사법파동으로 재판침해에 저항했다. 이번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은 고위법관들 스스로 재판의 독립을 교묘하고도 깊이 침해했다는 점에서 건국 이래 초유의 사건이며 처벌에 어려움이 크다. 이를 형사범죄로 수사하기가 어려운 점은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수사 지연 등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설상가상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으로 말미암아 직권남용죄에 포섭시켜 유죄판결을 하기가 쉽지 않다. 법관에 대한 징계처분은 고작 정직 1년이 최대라서 이로써도 미흡하다. 이 지경에 판사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절망했다. 마침내 지난 11월13일에 안동지원 판사들이 헌법을 위반하여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요구했다. 이어 11월19일에 법관대표회의가 관여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국회가 검토할 것을 의결했다.

즉 법원행정처 등의 판사가 행정부 관계자와 특정한 재판의 방향을 논의하고 자문한 행위, 재판부에 특정 재판에 관하여 특정한 방향의 판결이나 절차를 요구한 행위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헌법위반 행위로서, 국회가 탄핵소추를 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가장 마지막에 발언하는 판사들이 이제야 나섰다.

시민들은 판사들이 얼마나 좌고우면하는지, 그 집단의 처신의 신중함을 잘 모른다. 그래서 판사 집단은 직무의 기득권 옹호성까지 겹쳐서, 현대사에서 민주화의 시대정신을 겨우 따라오는 정도에 불과했다. 법관대표회의의 의결은 법적 효력이 없는 선언으로서, 소추기관인 국회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어서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판사들이 법원의 핵심 문제에 관해 의견을 표현할 수조차 없다면, 무슨 수로 서민에게 신뢰받는 법원을 만들 것인가? 그 의결이 삼권분립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모 부장판사가 법관 전체의 투표를 주장했는데 이야말로 삼권분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법관대표회의 의결에 있어 기권한 표수는 내용적으로는 탄핵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의 의결이 정치적이어서 부당하다고 한다. 인간의 사회적 행위 가운데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도대체 있을 수 있는지? 자신의 그런 주장이 오히려 정치적 편향성이 더 심하다는 것을 왜 인식하지 못하는가?

판사집단의 폐쇄성을 고려한다면 법관대표회의의 의결은, 4·19 혁명에 마침표를 찍어준 교수들의 시위보다 훨씬 더 한국 사회에서 있기 어려운 강력한 의사표현임을 알아야 한다. 판사 전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쯤 되면 국회는 당장 사법농단을 저지른 법관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를 개시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재판의 독립을 스스로 침해한 법관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법원을 개혁하는 단초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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