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4년 더 이끌 파월, ‘인플레 파이터’로 변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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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23. 오후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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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경기회복 ‘두 토끼’ 사냥 성공할지 관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하게 될까? 코로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돈 풀기를 주도한 그가 인플레이션 방어와 경기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파월 의장의 연임이 결정된 지난 2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첫 임기에 코로나 사태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돈을 푼 연준 의장에 등극했던 그가 두 번째 임기에는 경제활동 재개가 초래하는 인플레이션에 맞서야 하는 완전히 다른 임무를 맡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8년 2월 첫 임기를 시작했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명으로 내년 2월부터 4년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고 사상 초유의 속도와 규모로 돈 풀기에 나서 글로벌 경제가 마비되는 것을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를 다시 선택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무난한 선택이지만, 파월 의장은 코로나 팬데믹에 맞섰던 첫 임기에 이어 다시 한번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물가 급등에 대처하면서도 코로나 이후 살아나고 있는 경기와 고용의 온기를 꺼뜨리지 않아야 하는 임무다.

/일러스트=박상훈

코로나 대응보다 더 어려워진 두 번째 임무

22일 미국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의 연임 소식에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다. 통화 정책을 통한 경기 회복에 무게를 뒀던 그가 연임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 등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언급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자 주가가 꺾였다.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1.3%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파월 의장은 연 1.5~1.75%였던 미국 기준금리를 단번에 ‘제로(0~0.25%) 수준’으로 낮추고 매달 1200억달러어치의 국채·주택담보증권(MBS)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돈 풀기에 나섰다. 전례가 없는 회사채 직접 매입까지 하는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했다. 역사상 가장 비둘기파적인(완화적 통화 정책을 쓰는) 연준 의장이 됐다. 막대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수퍼 파워(Super Power·엄청난 힘)’에 빗댄 ‘수퍼 파월(Super Powell·엄청난 파월)’이란 별명도 얻었다. 코로나 방어라는 임무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 임기는 상황이 정반대다. 코로나 백신 접종 확대로 인해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공급망 문제가 발생하고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소비자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상당 기간 2%)의 3배 넘는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부터 전년 대비 5%를 넘어섰고, 지난 10월에는 6%선까지 뚫을 정도로 치솟았다. 31년 만에 최고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파월은 두 번째 임기에 첫 임기와 정반대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경기 침체가 아니라 물가 상승에 대응해야 하고, 그 과정에 어쩌면 일자리 증가는 다소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바이든, 인플레이션 강력 대응 지시

유가와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바이든 정부는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을 차기 의장으로 지명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하고 가격을 안정시키며 완전 고용을 달성해 우리 경제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월은 경제학 박사인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전임 연준 의장들과 달리 변호사 출신이지만 그 단점을 변호사 특유의 정치력으로 극복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며 “열린 자세를 가졌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여우 스타일’이라고 평가하는 만큼, 첫 임기와 정반대인 매파적(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비교적 순발력 있게 선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자 프로필

경제부 정책팀장, 파리특파원, 위클리비즈 편집장 거쳤음.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공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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