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클래식 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소현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프로그램 노트에 담긴 클래식'을 맛있게 각색하여 올리고 있으니 원글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광고 문구로 매우 유명한 라면이 무려 40살의 나이를 자랑하는 농심의 '너구리' 라면입니다.
1982년 라면과 우동의 믹스 컨셉으로 탄생한 너구리 라면은 '신라면'과 함께 농심을 대표하는 라면이죠. 다시마 한 조각이 들어있어 이 다시마로 국물을 내어 라면을 끓이는 것이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합니다.
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음식인 '짜파구리'가 바로 짜장에 비벼먹는 라면인 '짜파게티'와 이 너구리를 함께 조리하는 음식이라 영화의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외국인들에게도 그 이름을 알리게 된 라면이 바로 너구리이죠.
매우 재미난 것이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너구리'라는 단어를 보고 그 글자를 뒤집어 봤을 때 'RTA'로 읽어 'RTA라면'으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RtA로 불리는 것이 한국에 알려지며 크게 이슈가 되자 2019년, 농심에서는 기존의 너구리 라면에 비하여 3배나 더 매운 라면인 '앵그리 RtA'를 발표하게 됩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매운 맛 먹방이나 챌린지로 많이 사랑받기 시작한 앵그리 RtA, 이 라면의 성곡에는 10대~20대의 젊은 층들의 호응이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감각이 살아있는 매운 라면 '앵그리 RtA'를 먹으며 눈물을 찔끔 흘리고 있으면, 질풍노도를 상징하는 작품 하나가 생각이 나는데요.
바로 영국의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남작 (Edward Benjamin Britten, 1913-1976)'이 16세의 나이에 작곡한 비올라 독주를 위한 '비가 (Elegy for Viola solo)'입니다.
필자가 직접 연주하는 벤저민 브리튼의 엘리지
벤저민 브리튼은 '정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The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 1945)', '전쟁 레퀴엠 (The War requiem, Op.66, 1961-1962)', 오페라 '한 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 1960)', '피터 그라임스 (Peter Grimes, 1945)' 등으로 유명한 음악가입니다.
5세때부터 피아노와 비올라, 그리고 작곡을 배웠던 벤자민 브리튼은 어린 나이에 이미 뛰어난 비올리스트이자 음악가로 두각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는 1927년, 13세가 되던 해, '봄의 노래 (Spring Song)', 첼로 소나타, '판타지 시리즈 - 판타지 트리오, 판타지 사중주'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이자 비올리스트 '프랭크 브리지 (Franck Bridge, 1879-1941)'의 눈에 띄여 그에게서 음악 이론과 작곡 등을 배웠는데요.
브리튼은 후에 자신의 스승 브리지에의 존경을 담아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프랭크 브리지 주제에 의한 변주곡 (Variations on a Theme of Franck Bridge for String Orchestra, Op.10)'을 1937년에 작곡하기도 하였습니다.
원래 브리튼은 영국의 남동쪽 '노어포크 (Norfolk)' 주에 위치한 '홀트 (Holt)'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그리셤 스쿨 (Greshams's School)'을 다녔었는데요. 1930년, 16세의 나이에 장학금을 받고 왕립음악대학에 진학하게 되면서 그리셤 스쿨을 그만두게 됩니다.
그리셤 스쿨의 생활을 따분하게 여겼던 브리튼은 학교를 관둔 후에는 학교 생활을 매우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이 비올라 독주를 위한 비가는 브리튼이 그리셤 스쿨을 관둔 바로 다음날에 이 작품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작품 속에는 브리튼의 복잡한 청소년의 심경이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라인을 가진 메인 테마, 작품의 중간 부분에서 급작스러운 피치카토의 고요함, 그리고 클라이막스를 향한 거침없는 상승 등의 변화를 통하여 격렬하고 충동적인 사춘기 소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벤저민 브리튼의 '비올라 독주를 위한 비가'는 마지막으로 홀로 남은 음을 외롭게 그려주며 브리튼 자신이 혼자가 되었다는 비통함과 혼란 속을 헤매는 어린 천재 음악가의 질풍노도의 심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브리튼의 엘리지와 함께 농심 너구리의 젊고 화끈한 라면 '앵그리 RtA' 한마리 몰고가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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