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보릿고개 韓, 기한 다된 이스라엘 화이자 백신 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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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06. 오후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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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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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AP]
이스라엘 정부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화이자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70만 회분을 한국에 우선 제공하고 추후 백신으로 되돌려받는 이른바 '백신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고 이스라엘 현지 언론 하레츠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 70만 회분은 이르면 내주 중 국내로 들어올 전망이다.

이스라엘-한국, 화이자 70만 회분 백신 스와프 체결
하레츠에 따르면 이런 내용의 백신 스와프 계약은 지난 5일 저녁 이뤄졌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달 내 한국에 화이자 잔여 백신 70만 회분을 보내주고 오는 9~10월 한국이 화이자로부터 공급받을 물량 중 70만 회분을 받아가는 조건이다. 화이자 측도 이번 스와프 계약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레츠는 해당 계약은 화이자사의 승인으로 성사됐으며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건 화이자 백신 약 140만 회분의 유통기한이 임박해서다.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은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이스라엘의 대다수 성인은 이미 접종을 완료해 추가로 접종할 이를 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의 1회 이상 백신 접종률은 62%, 백신 접종 완료율은 57.2%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폐기하느니 차라리 백신 수급이 급한 한국에 이를 제공하고 추후에 새로 생산한 백신을 받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 내린 것이다.

팔레스타인 “기준 못미쳤다”며 거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반기 예방 접종과 교차 접종이 실시된 5일 오후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 시민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이 보관돼 있다.김성태 기자
이스라엘 정부는 한국에 앞서 영국이나 체코 등 다른 국가와 스와프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에서는 유통기한이 6월 말~7월로 임박한 화이자 백신 100만 회분을 제공하려다 거부당한 적도 있다. 당시 이브라힘 멜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에서 보내온 9만 회분의 화이자-바이오 엔테크 백신 검수 결과 기술적인 기준에 못 미쳤다”며 해당 물량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멜헴 대변인은 “자치정부는 유효기한이 임박한 백신은 거부한다”며 “직구매한 백신이 제조사로부터 직접 전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 이하에서는 최대 6개월까지, 영하 20도에서는 약 2주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해동할 경우 상온(2~8도)에서 약 1개월 동안 보관할 수 있다.

한국, 7월 백신 보릿고개 영향 탓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반기 예방 접종과 교차 접종이 실시된 5일 오후 충남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한편, 한국 방역당국은 이같은 보도와 관련해 “현재 이스라엘 정부와 백신 교환(스와프) 협의 중에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늘 오후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백신 스와프까지 체결하며 화이자 70만 회분을 들여오는 건 7월 백신 수급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5일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잔량은 화이자 140만 회분을 포함해 총 180만 회분이다. 7월 말까지 화이자를 포함한 백신 1000만 회분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당장 약 2~3주 정도를 버티기엔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내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급적 빨리 백신 접종을 이어가겠단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스와프는 조기 접종을 위한 조치"라며 "9~10월에는 국내 도입 백신이 충분한만큼 당장 급한 백신을 당겨와 접종하고 그때 갚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번지는 와중에 한 사람이라도 빨리 맞춰 되도록 빨리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엿다. 이 관계자는 "7월에는 예정대로 백신 1000만 회분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로 들어올 화이자 백신의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현지 보도와 관련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 쯤 국내에 들여올 것이며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 아닌 만큼 백신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며 "국내 접종 인프라를 고려하면 며칠 내 소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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