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일부터 당장, 전월세 5% 넘게 못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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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30. 오후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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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차보호법 초스피드 국회 통과
총리실 "내일 임시 국무회의. 즉시 시행"
"민주당 다 해먹어라, 이게 독재다" 야당 퇴장

전·월세 계약을 비롯한 주택 임대차 계약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곧바로 공포해 시행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그때까지 발의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20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제 및 전·월세 상한제 도입과 관련된 정부·여당 법안 6건만 골라 상정한 뒤, 이 6건을 합한 ‘대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미리 준비해온 것이었다. 표결에서 이길 수 없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 다 해 먹어라” “이게 독재다”라고 소리친 뒤 퇴장했다.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에 대해 하도록 돼 있는 소위원회 회부·심사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로부터 하루 만인 30일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한 것이다. 통합당에선 조수진 의원이 반대 토론자로 나서 “의사봉을 두드리기 직전에야 여당이 통과시키겠다는 법안의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의원도 모르는 법안이 통과되는 것이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하냐”고 비판했다. 개정안 처리를 막을 수 없는 통합당 의원들은 조 의원 토론 뒤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민주당과 친여 군소 정당·무소속 의원들만이 참여한 표결에서는 찬성 186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내일(31일) 공포 즉시 시행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30일 본지 통화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급하게 국회에서 처리된 만큼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처리해 즉시 법이 시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로 이송된다. 대통령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15일 이내에 공포하도록 돼 있다. 공포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관보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 열리고, 다음 국무회의는 다음달 4일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31일에 곧바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개정안 시행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다. 이 경우 개정안은 31일 관보 게재 시각을 기준으로 시행되는 것이 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가결되고 있다./뉴시스


개정안에 따르면, 세입자는 전·월세 계약을 한 차례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2년짜리 전·월세 계약을 맺고 입주한 세입자라면 같은 집에서 최소 2년 더 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집주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또 계약 갱신 시에는 전·월세를 기존 대비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만약 해당 지역 광역자치단체가 조례로 전·월세 인상 한도를 더 낮게 책정하면, 이 한도가 적용된다. 가령 서울시가 조례로 전·월세 인상 한도를 4%로 정한다면 서울 집주인은 한 번에 전·월세를 4%까지만 올릴 수 있다.

집주인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집주인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이 집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이로부터 2년 내에 다른 세입자를 들였다가 적발되면 기존 세입자에게 받았던 월세 3개월치 또는 새 세입자에게 월세를 올려받은 만큼의 24개월치를 기존 세입자에게 물어줘야 한다.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 체결되는 임대차 계약뿐 아니라 현재의 임대차 계약에도 적용된다. 현재 전·월세로 살고 있는 세입자는 앞으로 도래할 계약 만료를 앞두고 현재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이 경우에도 전·월세 인상률 상한 5%가 적용된다. 다만 집주인이 이 법 시행 전에 다른 세입자를 구해서 그 세입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면,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주당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선 이 법 개정으로 세입자가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를 계속 두는 것보다, 한 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총 4년(2년+2년)을 거주한 세입자를 무조건 내보내는 것이 이득이 된다.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때에는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의 전·월세 가격 급등은 피할 수 있지만, 그 대신 세입자들이 4년마다 쫓겨나게 만들고, 4년 주기로 전·월세 가격 급등이 벌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희연 기자 joo@chosun.com] [김경필 기자 p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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